경주 미등록 여성 '이주노동자,' 단속 피하다 부상

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 입력 2016.04.0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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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 담벼락 추락 전치 8주..."안전대책 없는 마구잡이 단속 중단" / 출입국관리소 "매뉴얼"


경북 경주시 내남면 A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중국 미등록 여성 이주노동자 니흐앙(21.가명)씨는, 지난 3월 초 휴식시간 중 갑자기 나타난 출입국관리사무소 합동단속반을 피하다 높이 5m  담벼락에서 떨어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발목뼈가 부러져 전치 8주의 진단을 받고 7일 현재까지 한 달째 병원에 입원해 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완치 후 귀국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올해부터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한 가운데, 경북지역의 한 미등록 여성 이주노동자 가 단속반을 피하다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자 시민단체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정부합동단속반을 피해 도망가다 다친 중국 이주여성노동자(2016.4.7.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지난달 정부합동단속반을 피해 도망가다 다친 중국 이주여성노동자(2016.4.7.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29개 지역 시민단체는 7일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적인 단속으로 이주노동자가 부상당했다"며 "반인권적인 단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미란다 원칙 미고지, 안전대책 부실, 단속차량 내 장시간 감금 등의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체류비자가 없다 해도 인권유린을 당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등록이 생기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고용허가제'가 원인"이라며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이 제도 하에서는 이주노동자가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자유가 없어 근로조건이 열악해도 그만두면 바로 비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견디다 못해 미등록을 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지 말고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는 게 더 옳다"면서 "숫자만 줄이자는 안전대책 없는 마구잡이식 단속으로는 인권침해 사고만 더 증가시킨다"고 비판했다.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생계를 위해 한국을 선택한 이주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며 "그들의 삶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미등록의 근본 원인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세용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단속이 심해지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난다"며 "안전대책 없는 실적 채우기 단속은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몬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후 대구출입국관리소 측과 면담을 가졌다. 신현세 대구출입국관리소 심사과장은 "현재 단속 매뉴얼대로 잘 단속하고 있다"며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야간 단속과 시장이나 병원 등 생활 거주지에서의 단속은 피하고 있다"면서 "법대로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6.4.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6.4.7)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수습기자

법무부(장관 김현웅)는 지난달 "2018년까지 외국인 불법체류자 비율을 10% 미만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거주 외국인(2015.12 기준) 189만 9천명 중 11.3%인 21만 4천명의 불법체류자를 20만명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매년 5천여명의 미등록 이주민을 강제 귀국시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수도권과 영남권 등 2개의 광역팀을 꾸려 정부합동단속을 벌이고 있다. 합동단속반에는 법무부 직원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경찰 등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합동단속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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