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 계도 무시, 불통의 달성군 유람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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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낙동강 뱃놀이사업 ...강은 단지 물그릇이 아니다. 강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달성습지란 씨과실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돈벌이가 된다 해도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있습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 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과실은 먹지 않는 법입니다. 아무리 돈벌이가 급하다고 대구의 생태와 미래의 자산까지 탕진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대구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후손들 보기 부끄러운 짓을 즉각 철회하기 바랍니다"

달성습지 친구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녹색당 대구시당, 대구환경운동연합 등등으로 구성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가 지난 4월 2일 강정보 ‘디아크’ 앞에 새롭게 설치된 유람선 계류장 앞에서 달성군의 뱃놀이사업 철회를 촉구하면서 행한 기자회견의 마지막 주장입니다.

달성군의 유람선이 강정보 계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에 쾌속선도 보인다. ⓒ정수근
달성군의 유람선이 강정보 계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뒤에 쾌속선도 보인다. ⓒ정수근
강정보 디아크 앞에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여러 달성군의 유람선 운항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수근
강정보 디아크 앞에서 낙동강 살리기 대책위 소속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여러 달성군의 유람선 운항 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수근

그렇지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과실은 먹지 않는 법입니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말했듯 너무나 상식적인 말입니다. 왜냐하면 씨과실마저 먹어버리면 이젠 더 이상 희망이 없기 때문이지요.

서대구 달성습지가 딱 그러한 경우입니다. 한쪽(대구시)에서는 수백억의 예산을 들여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또다른 한쪽(환경단체)에서는 각종 개발행위 앞에서 달성습지를 지켜내지 못한 반성으로 달성습지를 새롭게 학습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달성습지만이라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지요. 그런데 마지막 다른 한쪽(달성군)에선 달성습지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행위를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직 돈만 되면 된다는 그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달성군에서 행하는 그 뱃놀이사업 때문에 말입니다.

달성군이 벌이는 뱃놀이사업은 대구의 생태축이자 마지막 씨과실인 달성습지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4대강사업 때문에 매년 여름만 되면 독성 남조류가 번성하는 녹조현상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등 강 생태계가 크게 교란당하고 있고, 대구4차순환도로 공사 때문에도 또 교란당하면서(공사 중 소음분진 진동 피해와 완공 후 차량 소음과 불빛에 의한 교란)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대구의 보물인 달성습지가 이제 달성군에서 행하는 뱃놀이사업으로 또 한차례 융단폭격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상위기관의 계도도 무시하는, 달성군의 몽니

4월 2일부터 달성군은 유람선 사업을 화원유원지에서 강정보까지 연장 운행한 데 이어, 달성군이 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인 ‘(주)워터웨이플러스’가 벌이려는 오리배 사업을 위한 하천점용 허가를 내어줌으로써 문제의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일대는 유람선이 다니고, 연인들이 오리배를 타고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세계적인 습지인 달성습지가 있는 곳입니다. 이런 습지에서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요?  

수공의 자회사에서 준비중인 오래배사업. 낙동강 수질과 수생태계 악화가 우려된다. ⓒ정수근
수공의 자회사에서 준비중인 오래배사업. 낙동강 수질과 수생태계 악화가 우려된다. ⓒ정수근

“달성군 안전재난과에 허가신청을 내어놓았고, 허가가 다음주경(4월 말)으로 나올 것으로 아는데, 그리 되면 다음주부터 당장 운항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주)워터웨이플러스’ 담당자가 지난 주에 한 말입니다. 오리배 운항이 곧 임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72인승 대형 유람선이 다니고, 오리배가 곳곳을 누비게 되면 달성습지의 생태계는 심각하게 교란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리배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이 일대를 유원지 형태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데, 그리 되면 달성습지의 생태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낙동강과 하중도와 금호강으로 이어지는 달성습지에는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과 고라니, 삵, 흰꼬리수리 같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보금자리이자, 1989년 세계습지목록에 이름을 올린 세계적인 습지입니다. 대구를 넘어 세계의 자랑인 달성습지가 한 지자체의 어리석은 탐욕의 사업으로 심각하게 교란되어서야 되겠습니까?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의 모습과 유람선 사업 지점을 볼 수 있다. ⓒ신병문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의 모습과 유람선 사업 지점을 볼 수 있다. ⓒ신병문

그래서 상위 행정기관인 대구시 환경정책과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달성군에 자체 공문을 보냈다. 야생동물의 번식기나 철새들의 이동시기에는 유람선 운항을 자제해달라고. 전화로도 건의했다. 그런데도 그대로 진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답답하다. 다시 방문이라도 해서 의견을 개진하겠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자연생태계 담당자의 답변입니다. 그러니까 달성군이 상위 기관의 계도행정도 무시하고 뱃놀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달성군은 무슨 튼튼한 줄이라도 대고 있는가요?

이와 같은 월권 행위에 대해서 또다른 계도 기관인 대구지방황경청에도 물었습니다.

“철새가 오는 철에는 배 운항을 자제해달라고 했다. 작년 말에 ‘두루미네트워크’ 회의에서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운항을 하고 있으니 정말 왜 그런지 모르겠다. 확인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

역시 환경부의 계도행정도 무시하는 배짱을 달성군이 오롯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달성군의 이러한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연유하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습니다.

국토부 부산지방국토청이 국토파괴부로 불리는 이유

그래서 마지막으로 국가하천인 낙동강을 관리하고 있는 국토부 부산지방국토청의 하천관리과에 문의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곳에서는 좀 다른 소리가 나왔습니다. 국토부가 국토해양부의 줄임말이기에 앞서 국토파괴부란 별칭으로 더 잘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지난 4대강사업 기간 달성습지도 삽질을 비켜갈 수 없었다. 마구 파헤쳐지는 달성습지. ⓒ정수근
지난 4대강사업 기간 달성습지도 삽질을 비켜갈 수 없었다. 마구 파헤쳐지는 달성습지. ⓒ정수근

하천관리2과 담당 계장에게 달성군이 강정보 디아크 앞에 유람선 계류장을 어떻게 설치를 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하천점용 허가는 국가하천이라도 지자체에 이관할 수 있다. 디아크 앞의 계류장은 부유식이다. 부유식은 지자체의 허가 사항이다”

이 계장의 설명에 의하면 달성군이 스스로 하천점용허가를 내서 유람선 계류장을 국가하천에다 설치를 한 셈입니다. 이른바 ‘셀프 허가’를 달성군이 스스로 내린 셈인 것이지요. 참으로 어처구니없습니다. 어떻게 허가를 셀프로 내릴 수 있는지요? 이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니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없다. 법의 맹점이다. 법을 고치지 않고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뭐 그렇게 생각을 하느냐, 배를 좀 띄우면 어떠냐? 배가 전복될 것이 두려우면 차량이 떨어질 것이 두려워 강에 교량은 어떻게 건설하느냐? 하천을 이용할 대로는 이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

국가하천을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할 국토부의 담담자의 사고에는 강은 맘껏 개발해도 된다는 등식이 이미 세워져 있었습니다. 달성군의 몽니가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비로소 밝혀지는 대목입니다. 법의 맹점 앞에서 법적으로도 문제없고, 계도를 해야 할 상위 행정기관인 부산국관리청 담담자의 사고가 개발관으로 굳어있으니 배를 몇 대를 띄워도 아무런 윤리적인 책임감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최근 이와 관련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달성군의 입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성군 관광과 담당 과장은 대구KBS와의 인터뷰에서 유람선 운항과 철새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다소 위험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철새들이 계속 철마다 날아왔고 때 되면 다 날아가는데, 저희들이 봐서는 철새 하고는 전혀 문제없다.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가 왜 멸종위기종이 되었고, 이 귀한 새가 왜 아무 곳에나 날아오지 않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전혀 할 수 없는 말을 달성군 관광과 담담과장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느냐, 단지 물그릇으로 보느냐?
             
국토청의 담담자 말대로 유람선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허용이 되면 달성군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사업에 나서게 되고 그렇다면 식수원 낙동강이 온통 뱃놀이 난장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인공의 오리배를 선택할 것인가, 살아았는 흑두루미를 선택할 것인가? 하천은 단지 물그릇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선택은 자명하다. ⓒ정수근
인공의 오리배를 선택할 것인가, 살아았는 흑두루미를 선택할 것인가? 하천은 단지 물그릇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선택은 자명하다. ⓒ정수근

그리고 여기에는 중요한 관점이 내포돼 있습니다. 강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느냐? 단지 물그릇으로 보느냐? 하는 관점의 차이 말입니다. 강은 단지 물그릇일 수는 없습니다. 강은 우리 국토를 이루는 국토의 핏줄입니다. 그리고 그 핏줄은 우리 인간과 야생동물의 목숨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 물을 먹고 우리가 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수로가 아니라, 그 안에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요,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입니다.

그러한 공간을 오직 인간들만의 돈벌이의 공간, 유희의 공간으로 점령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을 강답게 바라봐야 합니다. 더더구나. 지금의 낙동강은 원래의 강의 모습이 아닙니다. 4대강사업으로 왜곡된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낙동강입니다.

그런 장애를 가진 낙동강에서 아니 다 죽어가는 낙동강에서 우리 인간들이 희희낙락하면서 뱃놀이를 즐긴다는 것은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결여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 맹독성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에서 무슨 뱃놀이란 말인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정수근
녹조라떼 강에서 뱃놀이? 맹독성물질을 함유한 남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에서 무슨 뱃놀이란 말인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돈벌이에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정수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 타고 말 유람선 따위가 아닙니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달라는 강력한 요구입니다. 막힌 강은 지금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늦은 봄만 되면 피어오르는 녹조현상이나 매년 반복되는 물고기떼죽음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기생충까지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방기하고 유람선이라니요? 대구 달성군은 시도민의 안전과 행복에 복무해야 할 기관이 아닌가요? 시도민을 불안에 떨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달성군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낙동강을 이전의 살아있는 강으로 되돌리는 일이어야 합니다. 국토부에 그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시도민을 위해 그리고 달성군의 미래를 위해서도 해야 할 일은 방기하고 뱃놀이와 같은 돈벌이사업에만 골몰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입니다. 그것은 후안무치의 행정일 뿐입니다.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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