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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손광락 / 경북대 '2순위자' 총장 임명..."침묵은 불의를 승인하고 지지하는 또 다른 범죄행위"
2016년 10월 31일 (월) 10:16:57 평화뉴스 pnnews@pn.or.kr

손광락(57) 경북대 영문학과 교수는 교육부의 '2순위자 총장 임명'에 항의하며 지난 10월 25일부터 경북대 본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손 교수에 이어 11월 1일부터는 임승태 철학과 교수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경북대의 다른 교수들도 '1순위자 임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할 예정입니다. 아래의 글은 손 교수가 단식 중에 써 평화뉴스에 보낸 글입니다. 


   2016년 10월 27일 오늘 우리는 이 순간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과거보다 미래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래의 지표와 행동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정확히 보아야 합니다. 과거의 일을 대충 묻어두고 현재의 겉 부분만 봉합하는 것은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잘못된 과거의 연장일 뿐으로 어정쩡한 타협으로는 현재의 결과를 처음부터 예견하고 획책해온 교육부와 정부의 술수에서 종래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일을 들추어내고자 함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이 바로 경북대학교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과, 특히 ‘경북대학교 교수평의회’의 구성원들 모두에게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본연의 사명은 ‘진리탐구’입니다. 변화하는 현실의 세계를 넘어 영원한 진리를 추구하는 우리들에게 ‘대학자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교육부와 정부가 만들어 놓은 구조의 틀 속에서 매일을 바쁘게 움직이느라 왜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곳 대학에 있는 지를 망각하고 삽니다. 대학의 ‘총장선출’은 ‘대학자율’의 상징입니다. 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명하고 그들의 계획대로 대학을 지배하는 그 곳에는 돈과 권력, 나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인간’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 십 여년에 거쳐 이룬 대학자율의 꽃인 총장 직선제를 교육부의 지속적인 억압에 못 이겨 마침내 그들이 원하는 간접선거제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경북대학교와 대구시민은 간접선거로 2014년에 총장을 선출하였습니다. 그들이 집요하게 요구하던 간접선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청와대는 선출된 총장의 임용을 2년이나 미루어왔습니다. 그러다 올해 4‧13총선이후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으면 당초 임용이 거부된 후보자들도 고려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경북대학교 교수회에 ‘총장재선정’(또는 ‘총장재추천’)을 제안해왔습니다. 경북대학교 교수회는 적어도 이번에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법질서에 따라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었고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다수의 결의로 기존의 두 후보를 ‘재추천’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와 청와대는 다시 한 번 우리들의 그 순수한 믿음과 희망을 짓밟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급기야 교수평의회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은 이미 우리가 동의를 한 일이니 승복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습니까? 우리(교수회)가 정말 동의하였고 모든 절차에 하자가 없으니 현재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까? 교육부는 2015년 ‘총장임용후보에 관한 규정개정안’을 공포하고 ‘공무원임용령‘이라는 시행령으로 ‘무순위추천’을 대학에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경북대학교 교수회의장단과 협상하면서 경북대학교는 2014년에 총장선거를 하였으니 이 원칙과 상관없이 애초 선거의 결과대로 될 것처럼 장밋빛 말들을 흘렸고, 그리해서 경북대학교 교수평의회로 하여금 이 절차에 기꺼이 동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이없게도 2014년의 선거가 2016년의 새로운 선거로 바뀌어버렸고 경북대학교 총장추천은 2015년의 ‘무순위원칙’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1순위를 거부하였다는 것이 사실인가”라는 유은혜의원의 질문에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무순위추천 방안에 따라 (경북대학교는) 순위를 정하지 않고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의도였습니다.

   
▲ '2순위 총장임명' 항의 단식 중인 손광락 교수(2016.10.25.경북대 본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부와 교육부는 이 모든 일이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말합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무엇보다도 먼저, “무순위원칙”이라는 이 시행령은 임용권자가 다수의 민의를 짓밟는 행위로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무순위원칙’이란 통일성이 요구되는 군대조직이나 경영조직에는 허용이 될지 몰라도 학문의 자유와 진리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에는 강요되어서는 안 되며, 이 원칙은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대학의 장으로 앉히고 대학을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만들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법질서에는 실정법 위에 관습법이 존재합니다. 법이라는 것은 원래 ‘최소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법이 허락한다고 하여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수에 의해 선출된 1순위를 임명하는 것은 법 이전에 민주주의의 주인인 국민에 대한 상식이며 관습이고 이를 어긴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 자체를 깨트리는 행위입니다. 그들은 또한 대학의 장에 관한 임명절차도 위반하였습니다. <교육공무원법> 24조 1항에는 “대학의 장은 해당 대학의 추천을 받아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9월에 개최된 ‘제6차평의회’에서 교수회의장과 사무국장은 보고를 통해 “현재 국정원의 인사검증은 완료된 상태이며, 인사자료가 청와대로 이관되었으나 이 자료가 교육부로 이송되지 않아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는 청와대가 낙점하면 교육부장관이 제청을 하는 형태로 명백히 교육공무원법 제24조의 위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지난 20대 교수회는 장기화되는 총장부재사태에 대하여 그 해결책을 교수 전체에게 물어보자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현 21대 교수회의 뿌리인 ‘자수모’ (자발적 교수모임)에서는 이러한 시도는 이미 합법적으로 이루어낸 결과를 스스로 뒤집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애초의 2014년 총장선거의 결과를 쟁취할 것이라고 공약하였고, 그 결과, 다수 교수의 지지를 얻어 올해 출범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현 교수회는 이제 제2순위가 임명되어도 할 말이 없도록 12가지의 서류를 작성하여 사실상의 (‘재추천’이 아닌) ‘재선정’의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리고 청와대와 교육부의 음모가 최종적으로 드러나는 그 순간까지도 소문에 흔들리지 말라고 하면서 어떠한 자극적인 행동도 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공언하였습니다. 다수의 민의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루어낸 결과를 공약하며 출범한 제21대 교수회가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이러한 교육부 주도의 협상에 끝까지 동참한 것이며, 나아가 이제 그 공약에 반하는 결과가 나온 지금에도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지 아니하고 잘못된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교육부의 '2순위자 총장임명'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경북대 교수회(2016.10.2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우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가 동의한 일이니 승복하여야 한다고. 그런데 불의한 목적을 위해 불의한 권력에 의해 결정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진정 진실을 탐구하는 우리 대학 지성인들에게 허용이 되는 일인가요? 자, 어떤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는데 만약에 그 사람이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자신의 과거 행위를 미화시키려하거나 그 상황을 덮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침묵은 불의한 세력을 암묵적으로 승인하고 지지하는 또 다른 범죄행위입니다.

   대학이 정권의 시녀가 되며 교육의 내용이 정권의 요구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는 사회에는 진리와 정의와 참된 미래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런 교육체제하에서는 미래의 동량들이 주체적이고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세계시민으로 자라날 수 없습니다. 대학은 정부가 마음대로 하는 정부기관이 아닙니다. 현실의 세계를 넘어 불변의 진리탐구를 생명으로 하는 대학본연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불의한 정권이 민의를 짓밟고 강행한 임명결정은 거부되어야 마땅하며, 설령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적어도 최종적인 결정은 ‘대학자율’이라는 대학본연의 숭고한 원칙에 의해 우리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최소한의 자율성이마나 확보되는 것입니다. 현 교수회와 많은 구성원들이 지금의 시점에 ‘총장직선제’를 언급합니다. 맞습니다. 총장직선제는 반드시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점에 총장직선제를 언급하는 것은 며칠 전 박근혜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온갖 괴이한 소문을 덮기 위해 ‘헌법개헌’을 언급한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역사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듯이 과거를 올바로 정리하지 않은 사회는 밝은 미래를 결코 기약할 수 없습니다.

   오늘 저는 인권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흑인들, 1955년 12월 1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일어 난 역사적 사건을 여러분들과 함께 상기하면서 훗날 몽고메리신문에 기록된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몽고메리운동으로 새로운 종의 흑인이 태어났다. 그들은 단결할 줄 알고,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태어난 천부적인 권리를 지킬 줄 알고, 온갖 협박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적을 사랑하는 새로운 종류의 흑인으로 태어났다.” 루터 킹목사는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래의 역사책에 이런 글이 쓰여 지도록 합시다. 몽고메리에는 양털 같은 곱슬머리와 흑진주 같은 피부를 지닌 흑인들이 살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설 줄 아는 도덕적인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역사와 문명의 핏줄 속에 새로운 피를 주입시켰다.”

   여러분, 우리의 역사, 경북대학교와 대한민국의 역사에 이렇게 기억되도록 노력합시다. 경북대학교에는 자신들의 권리를 지킬 줄 아는 민주주의 시민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강압적인 교육부와 정권에 맞서 헌법에 보장한 대학의 자율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다. 그들은 상아탑의 진리는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때에 비로소 획득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 학문의 자유를 위해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용기를 지녔다. 그들은 경북대학교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피를 주입하였다“라고. 그리고 훗날 우리는 이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그날 그때 적어도 나는 비겁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 역사의 현장에서 비켜서 있지 않았다”라고. 

   다시 한 번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경북대학교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음을 모아 불의에 맞서 행동하면, 훗날 “나는 그날 역사의 주역 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영문학과 손광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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