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다림, 대구 2.28공원에서도 시작됐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3.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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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3.1절 제막식, 시민 5백여명 축하 이어져...중구청, 임시점용허가 후 공원 내로 이동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서 소녀 옆에 앉은 아이(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서 소녀 옆에 앉은 아이(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단발머리 가지런한 한복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손 모아 앉은 소녀. 옆자리로 한 아이가 올라가 소녀를 바라봤다. 한 시민은 소녀 머리에 모자를 씌우고 목도리로 맨발을 감쌌다. 꼭 안아보는 학생도 있었다. 

98주년 3.1절인 오늘부터 대구 2.28공원에서도 평화를 꿈꾸는 '소녀상'의 기다림이 시작됐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는 1일 오후 6시 대구시 중구 문화동 22번지 2.28기념중앙공원 앞 인도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 건립을 공식화 한 이후 9개월여만이다.

동성로 앞 소녀상 제막문화제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시민(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로 앞 소녀상 제막문화제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시민(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28공원에 건립된 소녀상에 목도리를 감싸는 한 시민(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28공원에 건립된 소녀상에 목도리를 감싸는 한 시민(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소 사용을 두고 대구중구청과 갈등을 겪어왔지만 제막식 하루 전 우여곡절 끝에 민관이 공원 앞 인도 임시사용에 합의를 하면서 소녀상과 시민들이 드디어 만나게 됐다. 제막식 당일 시민들은 일찍부터 공원 앞에 모여 노란 천에 쌓인 소녀상의 모습을 기대했다. 천이 걷히고 드러난 소녀상에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소녀상을 보기 위해 순식간에 공원 일대에 시민 5백여명이 모여들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몰린 시민 5백여명(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몰린 시민 5백여명(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만든 부부 작가 김서경·김운서씨 작품으로 가로 2m, 세로 1.6m, 높이 1.23m에 이르는 철제 동상이다. 제작은 시민 성금 4천여만이 들었다. 또 대구 소녀상에는 김용락 시인의 시 '살구꽃봉오리'가 시민 나순단씨 글씨체로 새겨졌다. 뿐만 아니라 소녀상 옆에는 모금에 참여한 시민 2천여명의 이름이 적힌 동판도 함께 설치됐다.

이정찬 추진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그 동안 장소로 문제가 있었지만 드디어 3.1절에 소녀상을 대구에 건립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 시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부당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선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소녀상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천을 걷어내자 모습을 드러낸 평화의 소녀상(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천을 걷어내자 모습을 드러낸 평화의 소녀상(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제막식에 참여한 홍윤아(17) 학생은 "많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일본은 반성은 커녕 사과 한 마디 없다"며 "아픔은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39명의 할머니만 살아계신다. 그 슬픔을 잊지않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녀상을 설치해야 한다"면서 "더 많은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 같이 해결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추진위는 앞서 오후 4시부터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제막문화제를 2시간가량 진행했다. 대구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권영진 대구시장, 윤순영 중구청장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대신 시민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녀상 건립을 축하하는 문화공연들이 이어졌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 축하를 위한 문화공연(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평화의 소녀상 제막 축하를 위한 문화공연(2017.3.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초 대구 소녀상은 동성로2가 대백 앞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구청이 3.1만세길(계산동 쌈지길)과 국채보상운동공원만 허가하고 동성로는 불허해 갈등을 겪었다. 몇 차례 건립 장소로 갈등을 겪다 지난 28일 오후 6시쯤 중구청이 추후 이동을 전제로 2.28공원 앞 인도 임시점용허가를 내주면서 겨우 장소 합의를 봤다. 추진위는 다음 주 쯤 공원 안으로 소녀상을 이전하기 위한 작업을 대구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와 진행하고 앞으로 두 달 내로 고정적 위치에 소녀상을 온전히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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