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떠오른 세월호, 진실도 떠오를까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3.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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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팽목'을 기억한 이들 / 노란리본 만들고 서명운동, 연극·교육 통해...그리고 세월호대구대책위


3년만이다. 꼬박 1,073일이 걸렸다.

"보고싶고, 만지고 싶습니다"...팽목항에서 펄럭이는 노란 깃발(2016.2.23.전남 진도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고싶고, 만지고 싶습니다"...팽목항에서 펄럭이는 노란 깃발(2016.2.23.전남 진도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민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3번의 겨울이 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전격적으로 인양이 결정됐고 22일 밤부터 23일 오후 5시 현재까지 하루도 걸리지 않아 바다 속에 잠든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침몰된 배는 물이끼 뒤덮힌 모습으로 실체를 보였다. 겨우 수면 8.5m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모습은 참혹하고 처참했다.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열하며 인양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온 국민의 마음이 다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모이고 있다. 맹골수도에 3년간 묻혀 있었던 진실이 하루 빨리 떠오르길 기원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 세월호 인양 작업 중인 현장 / 출처.해양수산부
23일 오후 2시 세월호 인양 작업 중인 현장 / 출처.해양수산부

진도군에서 멀리 떨어진 대구지역에서도 1,000일 넘게 세월호를 잊지 않고 기억하던 이들이 있었다. 참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세월호를 가르치고, 노란리본에 마음을 담고, 연극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고,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은 이름들이 있다. 

교사 강성규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울분...미수습자가 먼저"


세월호 계기수업으로 교육청 감사와 학교장 징계를 받은 호산고 국어교사 강성규(41)씨. 그는 "왜 이제야 인양했는지 의문"이라며 "참사의 유일한 물증인 선체가 어떻게든 분석되는 데에 대한 불편함과 거부감이 있었을 것이다. 3년간 바다에 있던 세월호가 작업 하루 만에 밖으로 나오다니 뭐라 표현할 수 없다.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정부다. 울분이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그는 "미수습자 수습이 먼저다. 정부는 이제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3주기를 앞두고 관련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지가 가장 고맙다. 편견 없이 세상을 보는 모습에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왼쪽)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을 선보인 이유정씨와 그의 친구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
▲(왼쪽)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을 선보인 이유정씨와 그의 친구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
공방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는 시민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대책위
공방에서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는 시민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대책위

'다녀오겠습니다' 연극 연출 이유정씨 "이렇게 짧은 시간에 들어 올릴 수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다룬 연극 '지키지 못한 약속, 다녀오겠습니다' 기획과 연출을 맡았던 이유정(19)씨는 "시범 인양 후 수면 위로 떠오르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들어 올릴 수 있었는데 왜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는지 화가 나고 답답하다"며 "미수습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나로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왔던 이들이다. 유실 없는 온전한 인양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연극을 보고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바꿨을 때가 스스로에게 큰 의미가 됐다"면서 "희생자들을 안타깝게만 바라보셨던 할머니 한 분이 공연이 끝난 후 세월호를 가슴으로 기억하겠다고 해주셨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노란리본 공방 길정혜씨 "정부, 침몰 책임 회피해선 안돼"

 
대학생들과 함께 세월호 리본 공방을 운영하는 길정혜(36)씨는 "그 동안 정부가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인양되면 결국 선체조사도 하고 침몰 원인도 밝혀질 텐데 대통령이 탄핵된 지금 책임자가 없을 때 인양작업을 벌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매주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을 받는 (왼쪽)성영주씨와 그의 동료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
매주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을 받는 (왼쪽)성영주씨와 그의 동료들 / 사진제공.세월호대구시민대책위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한 달서구 주민들 / 사진.세월호대구대책위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서명운동을 한 달서구 주민들 / 사진.세월호대구대책위

거리에서 진상규명 서명운동 성영주씨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가슴이 저민다"

매주 거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동구 주민 성영주(42)씨는 "어제부터 하루 종일 떨리는 마음으로 인양 소식을 지켜봤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민다"면서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수습자를 온전히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침몰 원인부터 구조작업까지 3년간 덮어뒀던 진실을 밝혀 우리 사회를 꼭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그 첫 단추가 세월호 인양"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대구시민대책위' 한유미씨 "감추려 해도 진실은 드러난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지역에서 세월호 관련 활동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은 '세월호참사 대구시민대책위원회'다. 특히 한유미(49) 상황실 활동가는 대구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 오는 4월 9일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한티재)』책을 출간한다. 지난 1년간 10번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으며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텀블벅(www.tumblbug.com/0416)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시민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시민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

"그동안 가장 힘이 됐던 것은 시민들의 끊임없는 호응이었다. 가방에 단 세월호 노란리본부터 서명운동 참여까지.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누군가 세월호에 대해 감추려 들어도 절대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진실은 드러난다"고 확신했다.

또 "선체 인양과 희생자 수습은 인간의 도리이자 국가의 기본적 의무다.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히 인양될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3년이 걸렸다. 그동안 가족들의 고통과 국민들이 느꼈던 괴로움은 말할 수 없다"고 늦어진 인양에 대해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2016.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2016.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박근혜 정부 2년차인 2014년 4월 16일 승객 476명이 탄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자 476명 중 295명이 숨졌으며 172명이 생존했고 9명은 미수습 상태라고 최종 집계했다. 당시 배에는 경기 안산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교사 14명이 타고 있었다.

국회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국정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당의 막말과 정쟁으로 진상규명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특조위도 정부와 여당 방해로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기한 종료됐다. 현재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 된 상태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진도 팽목항 빨간 등대길(2017.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진도 팽목항 빨간 등대길(2017.2.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국가는 3년간 미수습자 9명의 행방조차 알지 못했으며 침몰 원인도 규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5시간만에 인양 결정이 내려지면서 23일 새벽 선체는 그동안 지연이 무색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이제 떠오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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