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보수'만 뽑은 대구시의원 선거, 탄핵 후 수성구 민심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4.0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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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재보궐] 수성구 제3선거구...주택·노년층 몰린 올드타운 / 민·한·바·무 4파전
캠프 모두 "투표율 관건", 민심은? "탄핵·보수분열, 교체" VS "대통령 구속 심했다"


대구시의원 수성구 제3선거구 보궐선거 후보 벽보(2017.4.5.수성구3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원 수성구 제3선거구 보궐선거 후보 벽보(2017.4.5.수성구3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26년 보수의 아성을 깨고 첫 깃발을 꽂을 수 있을까?

5.9 장미대선을 앞두고 처음 치러지는 4.12 벚꽃 보궐선거. 대구 수성구 제3선거구(수성1가동, 수성2.3가동, 수성4가동, 중동, 상동, 두산동)에서는 전직 새누리당 시의원의 비리로 대구에서 유일하게 광역의원을 뽑는다. 탄핵 후 진행되는 첫 선거이자 대선 전 선거인만큼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현재 이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희윤(49), 자유한국당 정용(57), 바른정당 전경원(44), 무소속 최기원(55) 후보 등 4명이 표밭을 누비고 있다. 두 보수정당에 정통야당과 여권성향 무소속 후보가 시의원 1석을 놓고 싸우는 형세다. 보궐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개인 주택들이 즐비한 '올드타운' 수성구 제3선거구 중동(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호 기자
개인 주택들이 즐비한 '올드타운' 수성구 제3선거구 중동(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호 기자
수성구 제3선거구의 흔한 아파트 전경(2017.4.5.수성동4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구 제3선거구의 흔한 아파트 전경(2017.4.5.수성동4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수성구는 '대구 강남'이라 불리는 부촌이다.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이 민주당으로 31년만에 수성구갑에서 당선된 곳이다. 하지만 수성구 제3선거구는 수성구을로 수성구갑에 비해 개발이 안된 '올드타운'이다. 수성구갑은 고층빌딩, 아파트단지, 공공기관이 밀집했지만 수성구을은 노후 개인주택과 아파트가 즐비해 있고, 주민 12만여명 중 20% 가까이가 노년층이다. 유권자로 환산하면 수치는 더 높다. 보수정당 분열로 구도상 민주당에 유리하지만 승율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선거 일주일전인 5일 지역구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수성시장. 선거벽보가 곳곳에 붙었다. 하지만 좀처럼 선거 분위기가 나진 않았다. 선거 유세차량만 드문드문 골목을 누볐다. 거리엔 젊은층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보궐선거를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있다해도 대통령 동정론이 많았다. '박근혜 사랑'은 여전했다. 김모(57)씨는 "뭐하러 묻냐. 여기 있는 사람들 속내 듣고 싶어도 입 안연다. 입 안열면 '아직 박근혜'라고 안봐야 되나"라고 말하고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여모(63)씨도 "보궐이고 대선이고 민주당은 안돼. 유승민이 있는 데도 안되고 옛정이 있지. 근혜 불쌍해 구속은 너무했지"라고 했다.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2가 '수성시장'(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2가 '수성시장'(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보궐선거보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만 들려왔다. 수성시장역과 중동시장, 상동, 들안길네거리에서 만난 중장년, 노년층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중동 롯데마트, 수성4가 동아마트, 수성3가 롯데캐슬 등에서 만난 젊은 주부들, 대학생, 직장인 몇몇은 "정권교체"와 함께 "시의원도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입을 모았다. 후보나 정통야당 지지가 아니라 박근혜 심판론에 한 표를 보태겠다는 취지다. 장해진(31)씨는 "대통령 탄핵에 당 차원서 책임져야 한다. 정권교체가 대세다.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윤수준(40)씨는 "보수가 무책임하게 분열하는 게 꼴보기 싫다. 이번엔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대다수는 손사레를 치거나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고 말하고 답하기를 꺼려했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당일 김희윤 민주당 대구시의원 후보(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선거사무소 개소식 당일 김희윤 민주당 대구시의원 후보(2017.3.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후보 캠프들은 판세를 어떻게 읽고 있을까. 민주당 김희윤 후보는 정권교체에 희망을 걸고 1991년부터 26년째 보수텃밭 대구시의원 의석에 첫 정통야당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대구MBC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5일 김 후보는 "조금 지거나 박빙"이라고 판세를 읽었다. "우호적이진 않지만 보수 시의원이 비리로 구속됐고 대통령도 비리로 물러나 예전보다 민주당 정서가 좋아졌다"며 "무능력 보수 시의원 사이에서 유능한 정통야당 시의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또 "승패 관건은 우호적 유권자를 누가 투표장에 많이 보내는 가"라며 "젊은층이 사전투표(4.7)를 포함해 당일 투표장에 많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정용 후보는 심판론보다 기존 보수정당에 대한 민심의 관성이 보궐선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여유롭게 승리할 것을 예측했다. 정 후보는 "당선 가능성은 100%, 득표율 60%가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정당보다 후보를 선택한다면 승산이 있다. 여론도 내게 유리하다"며 "시의원은 정당과 관계 없다. 지역 잘 아는 이가 적합하다"고 했다. 특히 "탄핵이야 그렇다해도 대통령 구속은 너무했다"면서 "국격인 대통령을 구속시키면 선거에서 (보수)표만 응집시킨다"고 지적했다.

동성시장서 유세 중인 한국당 정용 후보(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동성시장서 유세 중인 한국당 정용 후보(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바른정당 전경원 대구시의원 후보(2017.3.30) / 사진 제공.전경원 후보
바른정당 전경원 대구시의원 후보(2017.3.30) / 사진 제공.전경원 후보

한국당 전신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 전 후보 분석은 또 달랐다. 그는 비박으로 4선을 거머쥔 주호영 바른정당 국회의원이 지역구(수성구을)를 10년 넘게 수성한만큼 탄탄한 조직력을 다른 주자들이 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당 자체가 저평가 상태다. 당 지지율 대신 조직력에 기댄 선거를 하고 있다"며 "주 원내대표 지역구인만큼 기존 기반과 인지도로 보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 하나 압승은 어렵다"면서 "선거일이 평일이기 때문에 결국 투표율에 승패가 갈린다"고 내다봤다.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선출직을 지낸 무소속 최기원 후보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수성구의원을 지낸 이력을 어필하고 있다. "오랜 지역기반에 지지층도 있다. 고정표가 있어 해볼만하다"며 "선출직 경험도 내가 유일하다. 무소속이 약점이지만 그래도 주민들께서 잘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성향의 무소속 최기원 후보의 수성동3가에 걸린 벽보(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권성향의 무소속 최기원 후보의 수성동3가에 걸린 벽보(2017.4.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대구MBC가 여론조사기관 폴스미스에 의뢰해 지난 2~3일까지 대구시 수성구 제3선거구에 사는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507명을 대상으로 '대구시의원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유선RDD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응답률 2.5%), 한국당 정용후보가 33.9%로 1위, 민주당 김희윤 후보가 23.6%로 2위로 나타났다. 바른정당 전경원 후보는 12.5%, 무소속 최기원 후보는 8.0%였다. 지지후보가 없다는 17.9%, 잘 모른다는 4.0%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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