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그날, 대구 '순종 동상' 철거 외친 독립투사 후손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08.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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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공원 앞 2억5천만원 든 5m 금색 조형물...시민사회 "역사왜곡, 철거" / 중구청 "다크투어리즘 현장"


경술국치 107년인 29일. 독립투사 이명균 의사 후손인 이동순 교수가 '친일 미화' 논란이 있는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 세워진 순종 황제 동상 앞에 서서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술국치 107년인 29일. 독립투사 이명균 의사 후손인 이동순 교수가 '친일 미화' 논란이 있는 대구 중구 달성공원 앞에 세워진 순종 황제 동상 앞에 서서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달성공원 앞 이 흉한 동상. 반역사적인 행위에 다크 투어리즘은 궁색한 명분이다"

경술국치 107년(1910년 8월 29일)째인 29일 독립운동가 이명균(경북 김천) 의사 후손 이동순(67) 영남대 국어문학과 명예교수는 친일 행적을 보인 순종 동상 앞에 섰다. 그는 "일제가 반일감정을 잠재우려 이등방문(이토 히로부미)의 인형 순종을 앞세워 순행(巡幸) 이름으로 한 행각을 기념하는 동상을 세우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냐"며 "청산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속인 대구 중구청은 사죄하라"고 일갈했다.

대구 중구청(구청장 윤순영)의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 설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09년 일제에 의해 굴욕적으로 이뤄진 대구 방문이었음에도 마치 이를 기념하는 듯한 5.4m 금색 형상과 그 역사적 해석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슬픈 역사를 대상으로 한 관광)' 일종이라고 주장한 반면, 시민사회는 "몰역사"라며 "철거"를 촉구했다.

순종황제어가길(THE ROYAL TOUR OF EMPEROR SUNJONG)(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순종황제어가길(THE ROYAL TOUR OF EMPEROR SUNJONG)(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순종어가길 입구 인도에 적힌 '자주독립' 글귀(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순종어가길 입구 인도에 적힌 '자주독립' 글귀(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9일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 대구참여연대 등 24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은 대구시 중구 달성공원 앞 순종황제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 학자들과 시민사회 우려와 지적에도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달성공원 앞에 순종 동상을 세우고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변명을 하는 중구청을 규탄한다"며 "혈세 낭비, 몰역사, 친일 미화, 역사왜곡의 전형인 순종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순종은 국권을 상실하고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역사 앞에 죄인"이라며 "일신의 안위에 전전긍긍하며 오히려 일본제국주의에 순종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순종은 전국적인 의병항쟁 기운을 잠재우고 소위 일제의 대조선보호정책을 찬양하며 이토 히로부미의 뜻에 따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순종과 이토 히로부미 방문을 앞두고 대구 제일의 악질 친일파 박중양은 일거에 민가를 허물었고, 순종은 백성의 한이 서린 길을 타고 일본 신사가 있는 이곳 달성토성에 들러 신사참배를 했다"면서 "기념식수, 기생공연을 구경한 뒤 부산, 마산에서도 일왕을 위한 축배를 들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대구 중구청은 경술국치를 예고한 순종의 굴욕과 굴종의 역사, 이 남순행을 역사적 고뇌 없이 다크 투어리즘으로 포장했다"며 "도대체 동상 어디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몰역사적 사업에 혈세 낭비가 있어선 안된다"면서 "즉각 동상 철거"를 촉구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순종 황제 동상 철거 퍼포먼스(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순종 황제 동상 철거 퍼포먼스(2017.8.2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홍석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장은 "지었으니 그냥 두자? 있을 수 없다"며 "잘못된 역사를 답습해선 안된다. 중구청은 역사적 소재를 관광 도구로 이용하기 전 철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미향 대구 중구청 도시경관과 담당자는 "역사 학자와 전문가 등 10명에 의해 2차례 거쳐 고증을 통과했다"며 "역사적 왜곡이나 친일 미화는 절대 아니다. 오해다. 당황스럽다"고 해명했다. 또 "철거 요구가 있지만 계획은 없다"면서 "기념사업이 아닌 다크 투어리즘 교육현장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대구 중구청은 수창동과 인교동 2.1km에 쌈지공원, 역사갤러리, 역사거리를 조성하고 달성공원 앞에 순종 동상을 세우는 '순종황제어가길' 사업을 올해 5월 마무리했다. 전체 예산은 국·시비 70억원, 동상엔 2억5천만원이 들었다. 순종이 1909년 남순행로 중 대구를 다녀간 게 모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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