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에 지친 대구 청년들도 '청년수당' 받을 수 있을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7.10.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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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첫 토론 / 조한혜정 "파괴된 청년 삶, 금전·공간지원 지자체 의무"...시, 청년정책 자료로 활용


청년수당에 대한 대구 첫 토론회장을 찾은 대구 청년들(2017.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청년수당에 대한 대구 첫 토론회장을 찾은 대구 청년들(2017.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오력(노력을 비꼰 말)', '노답사회(답이 없는 사회)'에 지친 대구 청년도 '청년수당'을 받게 될까?

서울시 50만원, 부산시 50만원, 성남시 25만원. 다른 지역의 구직 청년들은 지자체로부터 청년수당을 지급 받는다. 청년 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대구에 사는 청년(만19세~만39세) 69만여명(2017년 기준)은 아직 청년수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청년정책과가 매년 예산 1천억원을 들여 청년정책 사업에 지원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금전 지원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이 가운데 대구시가 지난 2015년 시민원탁회의에서 논의한 뒤 2년여만에 '청년수당'과 관련한 첫 공론화의 장을 열었다. 

16일 대구시와 대구시청년센터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구 청년수당에 대하여'를 주제로 2020 청년희망 공감토크를 열었다. 전문가, 시민단체, 청년 당사자들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지원방향과 지방청년 삶을 응원하는 청년수당 방향을 논의하고 청년정책 자료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최철영 대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사회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와 박상우 경북대학교 경상학부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패널에는 시민사회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과 황광석 대구경실련 집행위원, 언론계 김종현 대구신문, 한윤조 매일신문 기자, 학계 강영배 대구한의대학교 청소년상담학과 교수, 청년그룹 예두열 전 청년정책기자단, 김한필 대구시 청년위원장, 서민정 위원, 서종정 복지분과위원장, 권영현 대구경북학회청년분과 위원장, 대구시 김요한 청년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청년 등 시민 60여명이 참석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개발독재를 살아 온 386·486세대는 노력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현재 청년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청년들은 '노오력', '노답사회'라는 말로 이 사회를 인식한다.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다. 이미 생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만큼 파괴된 삶인데 이런 현실 인식조차 없이 청년수당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조한혜정 명예교수, 박상우 교수(2017.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조한혜정 명예교수, 박상우 교수(2017.10.16)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청년수당에 대하여' 공감토크(2017.10.16.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청년수당에 대하여' 공감토크(2017.10.16.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그러면서 "먼저 이들의 삶을 철학적으로 이해해야만 청년정책이든 청년수당이든 제대로 안착할 것"이라며 "공론화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관이 주도해 도입하면 이도 저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돈 몇 푼 쥐어주고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별 볼일 없지만, 적어도 국가가 청년들에게 이런 망가진 세상을 물려준 것에 대해 보상, 또는 재분배하는 의미에서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의무"라며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24시간 열린 공간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박성우 교수는 "청년 삶을 들여다보면 팍팍하기 그지 없다. 특히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금리가 복리로 계산돼 사회에 나가면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며 "미래를 준비하고 상상할 힘 자체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청년수당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직활동 청년뿐 아니라 다양한 청년 계층에게 지원돼야 한다"면서 "지자체별로 지원하면 액수 차이로 형평성 문제가 생기니 정부가 최종 시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이면 누구나 같은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패널 대다수는 '청년수당' 도입에 찬성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청년 생활은 그 자체로 이미 피폐하다. 때문에 청년수당을 도입하는 것은 생활을 유지시키는 일로 여부를 논의할 게 아니라 시행 방법을 논의하는 게 더 급하다"고 꼬집었다. 또 "도덕적해이는 어떤 지원에도 발생하는 일이다. 청년수당만을 언급해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다수가 생계에 사용한다"고 했다.

서민정 대구시 청년위 위원은 "어떤 일을 하려고 해도 청년 대부분은 부모님에게 돈 사용 여부를 묻는다.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는 증거"라며 "구직이든, 신혼부부 전세금이든, 창업이든 청년이 필요한  일에 있어서 금전적 지원이 가능한 부분을 횡과 종으로 논의해 청년수당을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서종정 대구시 청년위 복지분과위원장은 "책임 의식이 떨어져 청년수당 도입에 부정적"이라며 "대전시에서는 문화상품권으로 지급했더니 재판매하는 일이 있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찬반 여부를 떠나 청년정책 관점에서 효용성이 있는지 전문가, 당사자들의 여론을 들어보는 자리"라며 "향후 지속가능한 대구 청년정책 자료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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