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열린 낙동강, 강물 흐르자 제 모습 되찾았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1.2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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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합천보 개방 영향, 달성보 하류까지 넓은 모래톱과 철새...수위 저하 부작용도 "4대강 모래 준설 때문"


수문이 열리고 강물이 흐르자 낙동강은 4대강사업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모래 위를 흐르는 물과 모처럼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 4대강 완공 6년만에 제 모습을 찾은 강의 모습이다.

24일 오후 대구환경운동연합과 국회의원 이상돈(국민의당.비례대표) 의원실은 4대강 보 수문 개방에 따른 낙동강 환경 변화 관찰을 위한 낙동강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합천창녕보에서 경북 고령군 우곡면, 대구 달성군 현풍면을 거쳐 달성보 하류에 이르기까지 강물은 세차게 흘렀고 4~5m에 이르던 수위는 낮아져 강 바닥이 훤히 보였다.

창녕합천보 상류 강변에 넓게 쌓인 모래톱(2018.1.24.경북 고령군 우곡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창녕합천보 상류 강변에 넓게 쌓인 모래톱(2018.1.24.경북 고령군 우곡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물 빠진 낙동강 위에 쌓인 모래톱(2018.1.24.경북 고령군 우곡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물 빠진 낙동강 위에 쌓인 모래톱(2018.1.24.경북 고령군 우곡면)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가둬졌던 물이 흐르면서 낙동강 하류 곳곳에는 고운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졌다. 강변을 따라 쌓인 고운 모래 위에는 철새 수 십마리가 열맞춰 쉬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사업 이후 녹조와 악취나는 검은 뻘밭으로 해마다 시름을 앓았던 낙동강이 원래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연 생태보존국장은 "지난 10년간 강물은 썩을대로 썩었고 자연 생태계는 모조리 파괴됐었다. 그러나 수문을 개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자연은 놀랍게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며 "강물은 흘러야한다. 그것이 4대강사업의 교훈이다. 낙동강 재자연화는 자연의 섭리"라고 말했다.

수문 개방 7개월째 실제 좋아진 모습이 수치로도 드러났다. 낙동강환경유역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보 개방 이후 합천창녕보의 어류 개체수는 294에서 944로, 창녕함안보는 496에서 912로 늘었고, 남조류 수치는 각각 22.5→10.2㎎/㎥, 17.2→15.29㎎/㎥로 모두 감소했다. 변화는 눈으로도 확인됐다. 달성보 하류는 합천창녕보의 영향으로수위가 낮아져 모래톱이 훤히 드러난 반면, 수문 개방이 안된 달성보 상류는 여전히 물이 가득차 있어 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수문이 닫힌 달성보 상류는 여전히 물이 가득 차있다(2018.1.24.달성군 논공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이 닫힌 달성보 상류는 여전히 물이 가득 차있다(2018.1.24.달성군 논공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이 개방된 창녕합천보의 영향으로 바닥이 드러난 달성보 하류(2018.1.24.달성군 논공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문이 개방된 창녕합천보의 영향으로 바닥이 드러난 달성보 하류(2018.1.24.달성군 논공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반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양수구가 수면 위로 드러나 인근지역 농민들의 피해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생태계는 복원됐지만 4대강사업 부작용도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오는 4~6월 농번기 때 합천창녕보~달성보 구간의 양수장 3곳의 수위가 '취수가능수위'보다 낮아질 것을 대비해 13억여원을 들여 다음달까지 진공펌프를 교체하거나 임시 양수시설을 만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월 1일부터 낙동강 4개보(합천창녕·창녕합안·달성·강정고령)의 수문을 열고 관리수위에서 양수제약수위로 20cm~1.3m씩 수위를 낮췄다. 이어 같은해 11월 2개보(합천창녕·창녕함안)를 추가 개방해 하한 수위인 2.2~2.3m까지 낮췄지만 경남 합천군 창덕면의 '광암들' 농민들이 지하수 부족으로 인한 냉해 피해를 호소하면서 두 곳 모두 양수제약수위(4.8m)까지 올렸다.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쉬고 있는 낙동강 / 사진.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멸종위기종 흑두루미가 쉬고 있는 낙동강 / 사진. 평화뉴스 정수근 객원기자
수위 저하로 드러난 현평양수장 양수구(2018.1.24.달성군 성하리)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수위 저하로 드러난 현평양수장 양수구(2018.1.24.달성군 성하리)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수위가 낮아진 이유는 4대강사업 당시 퍼낸 모래 때문"이라며 "수문 개방을 중단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강물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강바닥에서 모래를 퍼내면서 바닥 자체가 내려갔다. 피해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현상만 봐선 안된다"며 "관리수위 자체를 낮추는 방안으로 수문 개방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의원은 "보 개방에 따른 환경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왔다. 낙동강 재자연화를 위한 완전 개방에 앞서 여러 피해 상황이나 효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환경 정책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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