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 박힌 강과 죽은 나무들...달성군 '하식애 탐방로' 논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8.03.0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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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변 다목적도로 건설, 과실나무 2년여만에 고사 "하식애 자연적 의미 무시한 행정" / "자연 보존 차원"


강에는 말뚝이 박히고, 나무들은 말라 죽었다. 대구 달성군(군수 김문오)의 '하식애 탐방로' 조성으로 '자연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오후 달성군 화원읍 '화원동산' 내 사문진 선착장 입구, 포크레인 한 대가 반복적으로 강물에 바윗 돌을 집어넣고 있었다. 낙동강 탐방로 조성을 위해서다. 10명 남짓의 인부들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기초 공사를 했고, 강에는 쇳덩어리가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100m가량 들어가면 '원시자연'인 하식애(河蝕崖.하천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자연 절벽)가 모습을 드러냈다. 낙동강의 거센 물살이 만들어낸 절벽 아래는 사람의 손길이 닿질 않아 모감주나무, 쉬나무, 팽나무 등 희귀 야생식물자원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이었다.

낙동강 탐방로 조성을 위해 박힌 말뚝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낙동강 탐방로 조성을 위해 박힌 말뚝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낙동강 하식애 옆에서는 탐방로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낙동강 하식애 옆에서는 탐방로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그러나 절벽 아래는 처참했다. 1m 높이의 작은 과실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고, 말라 죽은 나무들과 이를 지탱하던 나무 막대 수 십개도 뽑혀 곳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자연이 만든 천혜의 요새는 떠내려 온 쓰레기로 뒤덮였고, 강물은 악취가 풍겼다. 달성군 유람선 사업이 추진되면서부터다.

달성군은 지난해 8월부터 '국가하천 유지관리용 낙동강변 다목적도로 건설사업'을 하고 있다. 화원동산 내 사문진 선착장부터 화원읍 구라리까지 1km구간에 걸쳐 하식애를 따라 너비 3.5m의 탐방로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공사는 40%정도 진행된 상태며 이달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총 사업비 100억원(국비 30억원·군비 70억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2015~6년에는 2억9천만원 짜리 '화원동산 화목류 식재공사'를 통해 하식애 절벽 아래 꽃복숭아나무 200여 그루와 산수유·벚나무 50여그루를 심었다. 유람선 관광객들에게 보기 좋은 경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불과 2년여만에 모두 말라 죽게 됐다.

2년 전 달성군이 심은 과실나무들이 말라 죽어 잘려 있었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2년 전 달성군이 심은 과실나무들이 말라 죽어 잘려 있었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식애 절벽 아래 떠밀려 온 쓰레기와 죽은 나무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식애 절벽 아래 떠밀려 온 쓰레기와 죽은 나무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군은 이 같은 하식애 생태계 훼손 사실을 인지조차 못했다. 때문에 완공 후 2년까지인 '하자 보수기간'마저 끝나 시공업체에 재시공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달성군시설관리공단은 고목을 뽑고 가시 덩굴을 정리했을 뿐이다.

이 같은 달성군의 '하식애 탐방로' 사업에 대해 환경단체는 "생태·환경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구판 4대강 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 천만년 전 원시적 자연 식생이 그대로 보존된 하식애 앞의 탐방로 조성 공사로 천혜의 원시자연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또 경관을 위해 과실나무를 심은 것은 "하식애의 척박한 생태환경을 무시한 “반환경적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화원동산 식재공사 사업으로 하식애 절벽에 심어졌던 꽃복숭아나무 / 사진 제공. 달성군
화원동산 식재공사 사업으로 하식애 절벽에 심어졌던 꽃복숭아나무 / 사진 제공. 달성군
달성군의 유람선 사업 이후 '자연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하식애(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달성군의 유람선 사업 이후 '자연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하식애(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식애 절벽 아래는 죽은 나무들과 지지목이 쌓여있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하식애 절벽 아래는 죽은 나무들과 지지목이 쌓여있다(2018.3.2.달성군 화원읍) / 사진.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생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공사다. 달성군은 자연 경관을 보존한다는 목적으로 오히려 천혜의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며 "하식애를 그대로 보존하려면 화원동산 쪽으로 우회하면 된다. 사문진 유람선과 연계된 관광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학계도 반발하고 있다.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태학과 교수는 "학술적으로 하식애는 신생대 3기초(2~6천만년 전)의 식생이 보존돼있다"며 "하식애의 생태·환경적 의미를 무시한 일방적인 토지 이용이다. 동·식물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달성군은 "탐방로는 하식애와 10여m 떨어져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전찬규 안전방재과 담당자는 "자문 결과 하식애 자연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 오히려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면서 하식애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고 녹조나 환경 오염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영 공원관리팀장도 "절벽 밑에 나무를 심었다고 환경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관리하기 어려운 곳이라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고사한 나무는 전체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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