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대 카디야씨는 아프리카 적도 기니에서 3년 전 대구로 온 난민이다. 남편이 '정치적' 이유로 먼저 왔고 뒤이어 카디야씨가 첫째 아이와 한국으로 왔다. 이후 부부는 법무부에 정식 난민 신청을 했고 G-1 비자(기타 비자)를 발급 받았다. 심사 종료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증표다. 이 기간 부부는 대구에서 둘째 아이도 낳았다. 일가족은 달성군 원룸에서 3년째 난민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난민 신청 심사에서 최종 불허 판결을 받았다. 두 아이 아빠는 미등록자 '불법체류자'가 됐다. 카디야씨도 '불허' 결정이 났다. 그러나 부부는 기니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 박해를 당할 것"이라며 귀국을 거부했다. 때문에 카디야씨는 최근 행정부 심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국내에 더 머물 수 있게 됐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이 같은 신분의 불안정함으로 현재 생계 유지도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다.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받는 보육비, 식비가 전부다. 아르바이트를 해 분유값이라도 벌려고 해봤지만 써주는 곳은 없다.
#2. 우간다에서 대구로 온 부부 난민의 경우는 자녀 4명 중 막내가 '무국적' 상태다. 부모가 '정치적' 이유로 대사관에 갈 엄두조차 못내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도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아빠 모국도 태어난 나라도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 '난민법'이 제정되면서 난민 신청자는 급증했다. 인종, 종교, 정치, 이념을 이유로 벌어진 각국의 내전과 각종 인권침해 사태로 생존권을 보장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자국을 등지고 한국으로 모이는 각국 난민들의 행렬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니게 됐다.
대구지역 난민 신청자 숫자도 10년 전에 비해 5배나 된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지난 3년간 지역 난민 신청 건수 800여건 중 인정률은 0%. 최소 수 백~최대 수 천km를 날아와 문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고 있다. 난민들에게 대한민국의 문턱은 높기만하다.
물론 국내 난민법이 생긴 뒤 2018년 5월말까지 난민 신청자 4만여명 중 난민인정자는 8백여명, 국내 난민 인정률은 고작 4%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난민 인정률(2015년 기준) 37%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그 결과 난민 불인정 취소소송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15년에는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6년에는 겨우 3건만 재인정했다.
최현진 대구이주여성상담소 소장은 "전쟁, 내전, 여성 할례도 인정 요건이 안되더라. 난민법 5년이나 됐는데 실효성은 의문"이라며 "세부 규정과 대중 교육 없이 법만 만들어 놓은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하루 빨리 체계를 만들어 난민 인정률을 OECD 평균으로 올려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난민에 대해 합리적인 사고와 따뜻한 시선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6월 20일은 UN(국제연합)이 지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2000년 UN 총회에서 의결돼 2001년부터 매년 전 세계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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