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이산 '평양시민' 김련희씨, 남북적십자회담에 '북송' 호소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8.06.2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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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 기류 속 여권 신청했지만 검찰 또 반려
김씨 "분단 생이별, 내 문제도 적십자회담 의제로 해달라"


"이제는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평양시민 김련희씨(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제는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평양시민 김련희씨(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기다리다 기다리다 어머니가 올해 초 눈까지 멀었습니다. 언제 저를 고향으로 보내줄 겁니까"

'평양 시민' 김련희(48)씨가 남북적십자회담 전날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앞에서 "고향으로 보내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김씨는 탈북 브로커에 속아 2011년부터 8년째 국내에 억류돼 대구에 살고 있다. 김씨와 김씨를 돕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는 "김련희씨야 말로 현대판 이산가족"이라고 주장하며, 이산가족 상봉을 다루는 내일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김씨의 '북한 송환' 문제도 의제화할 것을 촉구했다.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21일 김련희씨와 '평양시민 김련희씨 대구송환모임'은 대구시 중구 달성동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에 살고 있는 평양시민 김련희씨의 북한 송환 문제도 내일 적십자회담에서 반드시 의제화해 김씨를 북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조호규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사무처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구송환모임에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5년 결성됐다.

김련희씨 대구송환모임 기자회견 "남북적십자회담서 북송 의제화"(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련희씨 대구송환모임 기자회견 "남북적십자회담서 북송 의제화"(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8년째 북송 요구..."남북적십자회담, 김씨 송환 우선적 논의를"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후 판문점 선언이 채택됐고 6월 1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선언 이행을 위한 실무회담이 이어졌다"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체육교류로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22일에는 금강산에서 남북적십자회담도 예정돼 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8월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마지막으로 개최된 이후 2년 10개월만의 혈육 상봉"이라며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어서 수 십년간 갈라졌던 가족들이 다시 만나는 것은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련희씨는 억류 8년째 계속 북송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법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 하루를 외롭게 보내고 있다"며 "분단의 비극으로 인해 혈육도 없는 남쪽 땅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내려와 자신의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22일 회담에서 김씨의 송환 문제도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김씨의 송환을 본격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봉태(변호사) 대구송환모임 대표는 "김련희씨는 평범한 평양시민으로 8년째 국내에 강제 억류된 상태"라며 "더 이상 법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분단으로 인해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김씨의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아주길 바란다. 김씨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주자"고 했다.

이에 대해 조호규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실무를 맡은 지 얼마 안돼 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사건을 잘 살펴보고 의견을 본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제를 결정하는 것은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확답을 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에 북송 의견서를 전하는 김련희씨와 최봉태 변호사(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한적십자에 북송 의견서를 전하는 김련희씨와 최봉태 변호사(2018.6.2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브로커에 속아 입국...8년째 '송환' 노력에도 통일부·검찰 '거부'

한편, 김련희씨는 2011년 5월 치료차 중국에 간 뒤 브로커 소개로 한국에 가 치료를 받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브로커가 여권을 빼앗아 졸지에 '탈북자'가 됐다. 송환을 요청했지만 국정원은 거부했다. 이후 국정원은 한 문서에 서약해야 여권이 나온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겠다는 서약서다. 결국 하나원 정착교육을 받은 뒤 대구에 와서 살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의 송환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그러기 위해선 여권이 가장 필요했다. 중국의 북한영사관에 전화하고 밀항까지 준비했지만 헛수고였다. 방법이 없자 '간첩'이 되는 방법을 생각했다. 간첩이 되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3년 12월 김씨는 스스로 '간첩'이라고 신고했다. 2014년 김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옥살이에도 김씨는 고향으로 갈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했다. 살아남았지만 고통은 계속됐다. 2심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6년 4월 풀려났다. 이후 공론화를 통해 송환 방법을 찾고 있지만 통일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송환을 거부 중이다. 최근에는 남북 평화 기류 속에 여권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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