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 중인 대구시 북구 연경동 일대, 흙과 자갈을 실은 덤프트럭이 줄지어 이동했고, 레미콘 차량도 분주히 움직였다. 거대한 크레인이 너른 땅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낮 최고기온 37도를 기록한 지난 25일, 해가 머리 꼭대기에 올라간 정오가 되자 하루치 작업을 끝낸 이들의 차량이 줄지어 연경지구를 나갔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의 날씨에 따가운 햇볕까지 내리쬐면서 대부분의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을 앞당겼기 때문이다. 새벽 4~5시에 출근해 오후 12~1시가 되면 작업을 끝낸다. 하루 중 가장 더울 때인 오후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서다.
목수 김모(56)씨는 폭염으로 오후 5시에 마치던 작업시간이 2시로 줄면서 일당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는 "안전모에 작업복을 입고 공구통까지 든다. 한 시간만 일해도 녹초가 된다"며 "일의 효율이 나질 않는다. 한겨울보다 더 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데처럼 새벽 출근하고 싶지만 회사에서 안된다고 했다"며 "그래도 이렇게라도 일할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옥외 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내놨다. 여름철 기온이 35도 이상 지속되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인 오후 2~5시 사이에는 긴급작업 제외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1시간마다 10~15분 휴식시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또 극심한 탈수 현상을 막기 위해 휴게 공간과 시원한 물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를 개정했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씨와 동료 3명은 오후 5시까지 따가운 햇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일한다. 휴식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힘들 때마다 서로 돌아가며 천막 아래 앉아 쉬는 것이 전부다. 그는 "이렇게 그늘막이 생긴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천막이 없을 때는 그늘을 찾아다니며 쉬었다"고 말했다.
실태조사 결과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지난 20~22일 전국 건설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75.90%(164명)가 정부의 폭염 대책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특히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쉬느냐는 질문에 73.70%(157명)가 "그렇지 않다"고 했고, 85.80%(183명)가 "오후 2~5시 사이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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