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밤 대구시청에 난데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25일 밤 9시 '성서산단 폐목재소각 발전소 철수'를 촉구하는 단어들이 레이저 빔 형태로 시청 건물 외벽에 쏘아올려졌다. '발암물질 대기오염 어쩔꺼냐', '대구시와 달서구는 즉각 중지하라', '시민에게 숨 쉴 권리를' 등 멀리에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만큼 큼지막한 글자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춰 사진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갑작스런 레이저 쇼(?)는 크리스마스 밤 1시간이나 펼쳐졌다.
프로젝터 장치에 3D(3차원) 레이저 빔을 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이른바 신종 '프로젝트 시위'다. 앞서 국회 돔, 서울 광화문 광장, 서울시청사, 정부 서울청사, 미국 대사관, 인천 영흥석탄발전소에서 비슷한 레이저 시위가 펼쳐졌다. 대구시청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은 하루 앞서 2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열병합발전소 공사 계획을 승인하자 이에 항의하고 대구시와 달서구에 건설을 막아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레이저 시위는 1인 시위와 비슷하게 법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은 기습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앞으로 환경부와 달서구청의 추가 허가건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들은 추후 상황을 지켜보고 또 다시 레이저 시위를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만약 환경부에서도 허가가 떨어지면 전체 달서구의원들과 지역 주민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힘을 합쳐 대규모의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레이저 시위를 처음 본 시청 청원 경찰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처벌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밖에서 단순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위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다. 시 관계자는 "규제할 근거가 없어 처벌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자제를 부탁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