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복현교지'도 40여년만에 종간...사라지는 '대학언론'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9.04.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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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유일의 학생 자치언론...총학, 예산 83% 삭감→편집국 '65호' 종간 결정
"사실상 제작 불가능...총학 산하 기구에서 탈퇴해 독립언론 등 다른 방식 활동"


경북대 '복현교지' 종간에 대해 설명하는 진승현 전 편집위원장(2019.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 '복현교지' 종간에 대해 설명하는 진승현 전 편집위원장(2019.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북대학교 학생 자치 언론사 '복현교지'가 창간 40여년만에 마지막호를 낸다. 

복현교지편집위원회(편집위원장 이수형)는 앞서 3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3월 29일부로 전교학생대표자회의 산하기구에서 탈퇴하고 본격적인 독립언론으로서 활동하려 한다"고 밝혔다. 복현교지 측에 확인한 결과, 이들은 65호 종간호를 내고 오는 6월 30일까지 학내 편집실을 비우기로 했다.  

학원 자주화와 학내 민주화를 기치로 1980년대 창간한 복현교지는 경북대 유일의 학생 자치언론기구로 40년 넘게 학생들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전원 학생 기자들로 이뤄진 복현교지는 현재 7명의 학생들이 활동 중이다. 외부 간섭 없이 기자들간 토론과 학습,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 연간 1~2권의 교지를 만들어왔다. 학내 비정규직 해고 문제와 대학가 노점상 논란, 5.18 광주민화운동, 이주노동자 등 진보적인 담론에서부터 2순위 총장 임명, 기숙사 정원 감축 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경북대 총학생회 예산심의 소위원회(위원장 조영광 부총학생회장)가 지난 3월 16일 재정회의에서 전체 총학생비 가운데 교지에 배정된 예산을 전년 대비 연 3%(150만원)에서 0.5%(25만원)로 83%나 대폭 삭감해 논란이 불거졌다. 복현교지 측은 내부 회의를 통해 교지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모아 지난 달 29일 전교학생대표자회의에서 총학 산하 기구 탈퇴를 선언한 뒤 종간을 결정했다.

진승현(23.나노소재공학부) 전 복현교지 전 편집위원장은 "유일한 학내 자치언론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6분의 1로 줄어든 예산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교지 발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학생 사회 에서 더 이상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면 학교 밖에서 독립언론으로 남는게 맞다고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다른 방식으로 학생 목소리를 모아 활동하겠다"고 지난 3월 23일 <평화뉴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복현교지 편집실 책장에 꽂혀있는 각 지역 대학 교지들(2019.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복현교지 편집실 책장에 꽂혀있는 각 지역 대학 교지들(2019.3.2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언론이 위기에 놓인 것은 경북대만의 일은 아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함께 탄생한 각 대학 자치 언론들은 지난 20년간 전국 각 대학에서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대 교지 '관악'이 2013년 24년만에 종간호를 냈고, 건국대 '건대교지'도 2018년 20년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구권에서는 대구한의대 '압독벌', 계명대학교 '계명', 대구가톨릭대 '예지', 대구대학교 '영광문화' 등이 종간했다. 영남대학교 교지 '영대문화'가 사실상 지역 대학가 교지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학 본부가 편집권을 쥔 신문사·방송사와 달리 진보적 대학 담론을 이끌어 왔지만 예산 삭감과 기자 부족으로 문을 닫는 현실이다. 각 대학별 '대나무숲(학내 고발 익명 소셜네트워크 계정)'이 일정 부분 교지 역할을 하면서 학생들의 대학 자치 언론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도 교지가 설 자리를 잃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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