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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세금, 상속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김윤상 칼럼] 상속세와 경영권 세습을 연계시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2019년 06월 03일 (월) 09:52:57 평화뉴스 pnnews@pn.or.kr

상속세, 다양한 견해와 제도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두 개의 ‘금’은 주금(죽음)과 세금이라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세금은 우리 모두의 관심사다. 그 중에서도 상속세는 매우 특이하고 흥미롭다. 상속은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모은 재산을 상속인(생존한 사람)이 무상으로 물려받는 과정이다. 이런 이중적 성격 때문에 상속세에 관해서는 원론적으로도 논란이 많고 제도 역시 나라마다 상당히 다르다. OECD 국가 중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웨덴,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에는 상속세가 아예 없다(국회 예산정책처 <2016 조세의 이해와 쟁점: 상속세 및 증여세>, 104~105쪽),

우리나라에서는 상속인이 취득한 재산에 과세하지 않고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에 일괄 과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배우자와 기타 상속인이 있는 경우 유산 총액이 10억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이 없다. 또 총 상속 사례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경우는 2% 정도이고,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지만 실효세율은 평균 15%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속세는 일반 국민과 대체로 무관한 세금이지만 유산의 덩치가 크면 문제가 다르다. 한진그룹의 조양호 전 회장이 4월 초 갑자기 작고하면서, 재벌그룹 경영권 세습을 위해 상속세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오래된 주장이 다시 나왔다. 반면, ‘금 수저, 흙 수저’ 논란에서도 나타나듯이 일반 국민은 상속에 의한 부의 대물림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상속재산 형성 과정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의구심과 함께 상속으로 인한 불평등을 체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속세의 우선순위는?

현실의 제도와 국민감정을 떠나 상속세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원론적으로 생각해보자. 세금을 징수하려면 과세 대상자에게 소득이나 재산이 있어야 하고 재산 역시 소득이 있어야 형성되므로, 궁극적인 과세 대상은 소득이다. 소득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 분류하면, 자신의 노력이 작용하여 얻는 노력소득과 노력과는 무관하게 생기는 불로소득이 있다.

불로소득에도 운에 의해 얻는 불로소득이 있는가 하면 특권으로 얻는 불로소득도 있다.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운과 달리 특권은 차별과 배제를 통해 타인의 몫을 줄여서 소득을 얻는 원인이다. 특권-불로소득의 대표적인 예는 토지소유자가 챙기는 불로소득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국민의 돈으로 공공사업을 하여 땅값이 오르면 인근 토지소유자가 그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득을 이렇게 구분한 후 ‘어느 소득부터 세금으로 징수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설문조사를 한다면 특권-불로소득이 징수 1순위, 운-불로소득은 2순위, 노력소득은 3순위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올 것이다. 학술적으로 보더라도 특권-불로소득은 공평과세와 경제효율이라는 두 기준 모두에서 좋은 과세 대상으로 평가되고 노력소득은 그 반대다. 그렇다면 피상속인의 노력소득인 동시에 상속인에게는 운-불로소득이라는 양면성를 가진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될까?

자유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피상속인이 정당하게 형성한 재산이라는 점을 들어 노력소득과 같은 3순위로 해야 한다고 할 것이고, 평등과 사회연대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상속인이 노력 없이 이익이라는 점을 들어 운-불로소득과 같은 2순위로 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라면 결국 2순위와 3순위 사이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다만 이런 순위를 현실에서 적용하려면, 상속재산 형성 과정에 1, 2순위 소득에 대한 과세 누락이 없다는 큰 전제가 있어야 한다.

가업 승계와 재벌 세습

한편, 상속세와 연계하여 가업 승계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가업이란 한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사업이다. 가족이 합심하여 일군 명품 기업에 상속세를 무겁게 매기면 문화 계승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호소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두어 가업 승계를 배려하고 있고 외국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 사진 출처. YTN 뉴스(2019-01-15 / 3·4대 세습이 판치는 재계...다른 나라들은?)
   
▲ 사진 출처. YTN 뉴스(2019-01-15 / 3·4대 세습이 판치는 재계...다른 나라들은?)

하지만 명품 기업을 일군 가족에 포상을 하는 것은 좋아도, 다른 사람이 다 내는 상속세를 감면하는 방식은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가업 승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형평성도 맞추기 위해서는 상속세 납부를 상당 기간 (최장 30년 정도) 유예해 주면서 납부 시점까지의 이자를 가산하면 된다. 유예 기간 중에 가업을 처분한다면 물론 처분 시점에 징수한다.

상속세로 인해 경영권 세습이 어려워진다고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규모가 가업 수준 이상이 되면 설립자와 그 가족의 범위를 넘어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일정한 규모를 넘는 기업은, 적어도 상장기업은, 설립자의 가족이건 아니건 유능한 인재가 경영을 담당하는 것이 기업과 사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경영권 세습을 보장하지 않으면 기업의 투자 의욕이 감소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성공한 기업가들의 가장 중요한 동기는 자신의 성취의욕과 보람이지 경영권 세습이 아니다. 또 재벌기업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동원하는 편법과 탈법 등을 막기 위해서 상속세를 폐지 내지 축소해야 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도둑이 단속을 피해 갖가지 묘수를 찾으니 아예 방치하자는 것과 같은 논리다. 상속세와 경영권 세습을 연계시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사족: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누가 가져야 하나? 상속세 문제는 아니지만 기업 경영권이 거론된 김에 주식회사의 경영권 혹은 지배구조에 관해 한 마디 덧붙인다. 현재 주식회사는, 적어도 법적으로는 주주가 임원 선임 등 인사 문제를 포함한 중요 정책의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지만, 상장회사의 경우 대다수 주주는 회사에 대한 애착심이 없다. 그러므로 주주의 결정권은 축소하고 회사에 직접 몸담고 일하는 종업원의 결정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주주에게는 이익 및 재산 분배 청구권 외에 감시감독권 정도를 보장하고, 경영에 관한 결정권은 종업원 및 그 대표가 갖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에 비례하여 지역사회의 공론을 반영하는 통로도 필요하다.]

   
 





[김윤상 칼럼 80]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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