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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혐오에 치료거부도...'인권 사각지대' HIV 감염인들 "차별 금지"
HIV감염인·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의료 차별 금지하는 '에이즈예방법 개정안' 1년째 계류
대구에서 추모제 "감염 사실 알려지면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만연한 혐오 중단"
2019년 12월 03일 (화) 18:40:59 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hsg@pn.or.kr
 
#1. 대구에 사는 60대 A씨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이다. A씨는 4년 전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구급차를 타고 대구 달서구 A병원을 찾았지만 응급조치만 받았을 뿐 치료는 거부당했다. 사고 다음날 A씨는 대구 남구 B병원을 찾았지만 또 진료를 거부당했다. 모두 감염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두 차례의 치료거부 끝에 찾은 대구의료원에서야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것이 감염인들의 현실"이라며 "낙인과 혐오가 감염인들을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제32회 세계에이즈의 날 기자회견(2019.11.29.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이 같이 아프고 다쳐도 HIV/AIDS(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인들은 치료,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시민단체들이 이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2016년 발표한 '감염인(HIV/AIDS) 의료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4%(53명)가 병원에서 치료 기피나 거부를 경험했다. 또 응답자의 78.6%(162명)가 '의료기관에서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전국의 감염인 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지 작성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료법 제15조에 따르면 의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의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문제는 '정당한 사유'가 분명하지 않아 의사가 쉽게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국가인권위는 2017년 'HIV감염인과 AIDS환자에 대한 의료차별개선을 위한 정책권고'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의료차별 금지 조항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이즈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윤일규 의원 등 10인)'이 지난 1월 발의됐지만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 HIV/AIDS 감염인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2019.11.29.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이와 관련해 레드리본인권연대(대표 김지영) 등 8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9일 세계에이즈의날(12월 1일)을 맞아 대구 중구 국가인권위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추모제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추모제는 사고나 건강 악화, 또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14명의 HIV/AIDS 감염인에 대한 묵념, 추도사, 추도곡, 헌화가 진행됐다.

이들은 "감염인들은 감염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사회와 단절된다. 심지어는 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을 찾아도 감염을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한다"며 "감염인을 죽이는 것은 사회적 차별과 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에 ▲에이즈예방법에 의료차별 금지조항을 신설하고 ▲장애인복지법·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상 '장애'에 HIV/AIDS을 포함하고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김지영(40) 대표는 "세계 평균적으로 HIV 감염추세는 줄어드는 반면 에이즈예방법이 시행된지 30여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며 "감염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잘못된 법과 사회에 만연한 혐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감염인 수는 2018년 12월 기준 1만2,991명으로, 혐오 조장을 막기 위해 지역별 통계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 지난 14년간 숨진 HIV/AIDS 감염인들의 영전(2019.11.29.대구인권교육센터) / 사진.평화뉴스 한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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