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 여성의 고통을 아십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5.03.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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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성매매없는 사회만들기]를 마치며...조윤숙(대구여성의전화)
“성매매는 필요악? 성폭력은 피해자 유발론?...”잘못된 성문화, 이젠 바로잡아야”


“요즈음 많이 바빠서요. 뜻에는 동참하지만 열심히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많이 바쁘시죠? 근데 탄핵무효운동때도 바쁘시지 않았습니까? 언제 시민단체가 한가할때가 있습니까?”

[성매매 없는 사회를 위한 대구시민연대]를 결성할 때 한 시민단체와의 대화내용이다. 단체에서 제일 바쁜 시기인 11월에 연대 결성을 제안하였기에 그러한 반응이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성매매 근절에 대해서 얼마나 마음을 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권과 평화와 진보를 고민하는 친구와 성매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대뜸 그 친구는 ‘성매매 걱정하지 말아! 나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절대 살일이 없으니 말야!’ 하고 이야기를 하였다. 평소에 그렇게 인권을 외치던 친구가 이런 발언을 하다니? 그럼 그 친구는 인권을 이야기 할때 여성의 인권은 배제한 남자의 인권만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내가 ‘살인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마! 나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도 칼 살돈이 없어서 못 죽이니까 살인에 대해서 절대 걱정하지마!’ 라고 했을때 그 친구는 어떻게 그런말을 하느냐면서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것만 폭력인가?

성매매가 아무리 범죄라고 외쳐도 사람들은 왜 모르는 걸까?
가정폭력이 아무리 범죄라고 외쳐도 부부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변하지 않는 의식과, 성매매가 아무리 범죄라고 외쳐도 남자들의 성욕을 위해서는 사회의 ‘필요악’이라고 여전히 생각하는 의식을 어떻게 바꿀수 있을까?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등 여성관련 법들의 제정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만큼 잘 되어있다. 전태일 열사가 죽으면서 외치던 말이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라’가 아니고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시행하라’ 였지 않았던가? 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고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성폭력 생존자이다.
나는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의 이데올로기에서 힘든 치유과정을 겪었다. 남자들은 내가 성폭력생존자라고 이야기 하면 두가지 반응이다. ‘왜 울면서 이야기 하지 않느냐“ 또는 ”그래서 그렇게 피해의식이 많으냐?“이다.

길거리에 가다가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주위에 다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유독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여성들이 입을 다물게 하는 사회이다. 왜 그런가? 여성폭력에 대해서는 여성들이 폭력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는 ’피해자 유발론‘이 있다. 폭력을 행한 자는 쏙 빠지고 ’저 여자에게 뭔가 잘못이 있을꺼야' 생각을 하니 많은 여성들이 폭력의 피해를 당하고도 입을 열지 못한다.

성매매 피해여성의 삶을 듣고 성매매 여성들의 당하는 고통와 폭력이 그대로 나의 몸을 엄습해 와서 나는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신체적.성적 학대의 경험을 가진 성인여성의 심각도는 38.6인데 비해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심각도는 59.37로서 베트남 참전군인의 심각도 50.6에 비해 더 높을 정도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큰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폭력은 기본이고 살인까지 노출되어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조금이라도 알면 ‘성매매는 필요악이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은 그 직업을 원해서 하는거다’ 라는 말은 할 수가 없을것이다.

성매매 근절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앞장설 문제라고 생각되어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에서 [성매매 없는 사회를 위한 대구시민연대]를 제안하여 대구지역의 3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작년 12월 1일 발대식과 캠페인을 가졌다. 8회의 운영위원회 회의와 1회의 대표자 회의를 가졌으며, 작년 12월 28일 캠페인과 올해 1월 26일 성업지역의 현장방문 캠페인, 2월 21일 대구지하철노조와 함께 ‘성매매없는 대구만들기’ 현판식과 캠페인을 하였다.

시민사회단체의 성매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 하고 의식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NGO 교육을 제안하였는데 여성단체만 교육을 하였을 뿐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없었다.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언론에 릴레이 기고를 하기로 하였는데 <평화뉴스>가 흔쾌히 뜻에 동의하여 공동기획을 하였다.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와 활동가들 10명이 성매매에 관한 글을 적어 12월부터 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평화뉴스>에 실렸다. 성매매 없는 사회를 위해서는 성매매가 근절될때까지 연대를 지속해야 하겠지만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3월 22일에 해단식을 하기로 하였다.

나는 여성운동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이중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성문화에 접하면 앞도 뒤도 꽉 막혀 버리는 기분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성문화가 바로잡혀지지 않는다면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왜곡된 성문화를 그대로 답습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기 힘들것이다. 우리모두 평화의 민감성을 확장시켜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다함께 노력하여야 할것이다.

조윤숙(<대구여성의 전화> 사무국장. <성매매없는 사회를 위한 대구시민연대> 운영위원)

* 지난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난 조윤숙 사무국장은, ’91년 <대구여성의전화>에 첫발을 내디딘 뒤 ‘96년부터 상근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집행위원장, <한국여성의전화 지역여성운동센터> 운영위원을 맡아 여성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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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 성매매 없는 사회 만들기>는,
[성매매 없는 사회를 위한 대구시민연대(34개 단체)]와 [평화뉴스]가 함께 마련해
2004년 12월 23일부터 2005년 2월 24일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10명이 글을 썼습니다.
이 공동기획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꾸고 성매매를 없애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동안 글을 써 주신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글 쓰신 분들 -

차정옥(2004.12.23), 강세영(12.30), 안이정선(2005.1.6). 김희진(1.13).
김동옥(1.20). 박정희(1.27). 김양희(2.3). 영숙(2.10). 윤종화(2.17). 이두옥(2.24)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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