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인권 보듬기 25년..."길은 여전히 멀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7.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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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의전화 25돌] "폭력상담 끊이지 않아"... 7일 '쉼터' 기금 마련 후원행사


대구여성의전화 사무실 오후 풍경...전화로 상담을 하고 있는 권옥빈 사무국장과 배미옥 성폭력상담소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여성의전화 사무실 오후 풍경...전화로 상담을 하고 있는 권옥빈 사무국장과 배미옥 성폭력상담소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월 3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대구여성의전화' 사무실. 올망졸망 붙어있는 10여개의 책상과 따로 마련된 '전화상담실', 25년의 역사를 담은 수많은 자료집 사이로 활동가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4명의 여성 활동가들의 손은 분주해졌지만 상담을 시작하자 곧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끌어가며 상대를 진정시켰다.

이날은 중년 여성 두 명이 성폭력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다. 이들은 사무실에 마련된 면접상담실에서 박윤숙(45) 교육인권부장과 1시간가량 얘기했고, 나갈 때는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25주년을 맞이하는 대구여성의전화 일상적인 풍경이다.

피상담자와 통화 중인 배미옥(50) 성폭력상담소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피상담자와 통화 중인 배미옥(50) 성폭력상담소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대구여성의전화는 지난 1987년 대구지역 여교수 8명이 '애린회(愛隣會)'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여성인권단체다.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으며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창립 이후, 1989년부터 '전화상담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상담자를 양성했고, 지금까지 전화 상담을 이어왔다. 특히, 1994년에는 '한국여성의전화' 지부로 가입해 지금의 '대구여성의전화'로 개명했다.

이후, 여성평화를 위한 변호사와 의료인 모임을 결성해 1995년에는 '성폭력상담소', 1997년에는 '가정폭력치료센터'를 열었다. 이어, 2000년에는 가정폭력피해여성과 동반아동을 위한 쉼터 '이다음'을 마련했고, 2005년에는 이주여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인권과 제도개선에 앞장섰다. 그리고, 여전히 강연과 길거리 홍보, 무료법률상담과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여성인권 보호와 복지 증진, ▷가정.직장.사회에서 성평등 실현,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에 여성의 주체적 참여, ▷평화와 민주사회 실현에 기여를 설립목적으로 밝혔다. 현재는 배윤주(46) 대표와 권옥빈(28) 사무국장을 포함한 8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뜻에 동의하는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윤주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권옥빈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배윤주 대구여성의전화 대표, 권옥빈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배윤주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12년 동안 이 단체에서 활동한 여성인권운동가다. 배 대표는 창립 25주년에 대해 "성평등을 비롯한 인간평등을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다"며 "초기의 주춧돌을 놓아준 선배와 변호사.의료인 모임, 회원.후원인들 덕분에 25년이란 긴 세월을 버텨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인권에 대해 불편해하는 남성과 문제를 인식 못하는 여성이 많다"며 "차별과 폭력이 고질화돼 인식조차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뒤 해결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사전에 폭력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며 "여성 혼자 넘지 못하는 차별과 폭력의 장벽을 함께 넘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여성인권단체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쉼터 '이다음'에 대해 "낮에도 어두컴컴한 실내와 문을 열면 바로 차도가 보이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맨발로 집을 뛰쳐나온 여성과 동반아동을 위해 아늑한 새 쉼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남구 봉덕동에 있는 '대구여성의전화' 사무실 입구(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남구 봉덕동에 있는 '대구여성의전화' 사무실 입구(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7년째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옥빈 사무국장은 "우리의 활동이 법과 제도에 반영돼 여성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줬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대다수는 여성이고 매일 여성에 대한 폭력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며 "여성인권이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그것을 처벌할 법과 제도가 없어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도 종종 있었다"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사무국장은 "저조한 신고율"과 "데이트.직장.인터넷 음란물.동성간 성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폭력의 증가"를 언급하며 "앞으로는 전화상담 뿐만 아니라 SNS, 카카오톡 등 뉴미디어를 통해 신고율을 높이고 피해여성들과 소통을 하며 상담을 강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여성의전화는 창립 25주년을 맞아 오는 7일에는 '쉼터이전기금마련 후원행사'를, 7일부터 13일까지는 대구현대미술가협회회장인 정태경 작가의 '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 모든 행사는 서현교회 교육관 1층 카페 'GNI'에서 열릴 예정이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대구여성의전화 25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권옥빈 사무국장과 박윤숙 교육인권부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여성의전화 25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권옥빈 사무국장과 박윤숙 교육인권부장(2012.7.3)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올 1월 16일 대구여성의전화는 2011년 가정폭력, 성폭력 상담 내용을 발표했다. 상담건수는 모두 2,581건으로 가정폭력이 1,3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도 1,249건이나 차지했다. 의뢰 형태는 본인이 한 경우가 2,227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가족과 친척 208건, 동료.이웃.선생님도 29건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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