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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트랜스젠더 군인과 퀴어활동가..."성소수자 차별 이제 그만"
대구 '성소수자 생존 말하기' 고 변희수·김기홍 추모·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삶이 투쟁이 되지 않기를"
2021년 03월 09일 (화) 18:15:43 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twozero@pn.or.kr

숨진 성(性)소수자들을 추모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집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무지개인권연대(대표 배진교), 정의당 대구시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지난 8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성소수자 생존을 위한 이어말하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 3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목숨을 잃은 고(故) 변희수 육군 하사와 고(故)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을 추모하고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없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 세상을 떠난 성소수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흰 국화가 올려져있다. (2021.3.8 대구백화점 앞 광장)
   
▲ '성소수자 생존을 위한 이어말하기 대구'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2021.3.8 대구백화점 앞 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지난 2월 24일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 성소수자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국내에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활발히 하던 퀴어활동가다. 변희수 하사는 김 위원장 사망 일주일 뒤인 지난 3일 세상을 떠났다. 변 하사는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 전역된 한국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다. 살아 생전에 성전환을 한 채로 계속해서 군대에 남고 싶어했지만 갖은 논란 속에 강제로 군부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첫 트랜스젠더 군인도 퀴어활동가도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고인들게 헌화하며 자유발언을 통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배진교 무지개인권연대 대표는 "이름 없이 죽어간 성소수자들의 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다"며 "최근 성소수자들의 죽음은 사회의 소수자들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위치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 존엄하고 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같이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사회의 차별과 혐오, 낙인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살아온 동료들을 추모한다"며 "애도하고 기억하며 죽지 않고 존재하도록 앞으로 서로를 더 살피겠다"고 말했다.

   
▲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차별금지법제정" (2021.3.8 대구백화점 앞 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차별의 경험을 말하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을 요구했다.

임아현씨는 "성소수자라는 것을 어느 누구에게 직접적으로 말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며 "어떤 조직이든 공동체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과 관계를 맺는 그 이유만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아(활동명)씨는 "오픈된 퀴어(Queer.성소수자)로 살고 있지만 매일이 두렵기는 마찬가지"라며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정말 퀴어 혐오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살아가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삶이 투쟁이 되지 않는 그날까지 살아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성소수자인 라원(활동명)씨도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한다"면서 "학교나 직장 등 에서 어떤 정체성을 내가 가졌다는 이유로 더 이상 한국 사회에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고(故) 김기홍과 고(故) 변희수를 추모하는 피켓이 늘어서 있다. (2021.3.8 대구백화점 앞 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결과적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왔다. 차별금지법이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연령·인종 등을 이유로 정치·사회·경제·문화적인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기본법이다.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도 못하도록 한다. 2007년 법무부 입법예고안을 시작으로 수 차례 발의됐지만 특정 종교와 정치 세력 반대로 현재까지 법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수(활동명)씨는 "퀴어 친구들과 동지들, 지인들은 언제까지 죽어야 법이 제정되고 사회에서 보호받을 수 있냐"면서 "우리의 인권을 위해 더 이상 늦지 않게 차별금지법 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16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입법되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은 서로 다른 것, 그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차별금지법제정" 피켓을 들고 헌화하고 있다. (2021.3.8 대구백화점 앞 광장) / 사진.평화뉴스 김두영 기자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차별로 이루어져 있다"면서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장혜영(34.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6월 29일 '차별금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8개월째 법사위에 아직도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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