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화가 '이인성 편향, 이쾌대·이상춘 외면' 논란...항일·월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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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구청 27억 '이인성 아르스 공간조성사업'
동상·거리·미술상 이어 아르스·고택복원 추진
3인 일제 당시 평가 이견→예술계 "독식 중단"
성명 "공공미술, 역사·미술사 고려 균형 지원"
구 "관광컨텐츠"...시 "재정 부족, 여유 없다" 


대구지역뿐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사에 있어 '천재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들은 이인성(李仁成.1912~1950), 이쾌대(李快大.1913~1965), 이상춘(李相春.1910~1937) 화가다.
 
장르는 조금씩 다르지만 일각에선 유럽 후기인상파 세잔, 고갱, 고흐 3인방에 견주기도 한다. 

최근 지역 3인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 기념사업과 예산이 "이인성 화가에 편향됐다"는 지적이다. 동상 건립, 거리 조성, 미술상을 제정한 데 이어 27억 아르스, 고택복원도 추진 중인 탓이다. 반면 이쾌대, 이상춘 화가에 대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이렇다할 기념사업이나 예산이 전무하다. 
 

   
▲ 대구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이인성 화가 '노란 옷을 입은 여인' 전시(2021.7.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이인성 상 수상 강요배 작가 전시회(2023.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예술단체들은 세금이 든 공공미술 사업인데 특정 인사 독식은 위험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디카(대구현대미술연구소), 로컬포스트, 온아트, 극단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등 8개 예술단체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이인성 아르스 공간 조성사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대구에는 이인성 외에도 이상춘, 이쾌대 같은 중요한 근대미술가들이 있는데, 대구시와 중구청 등 지자체들은 왜 이인성에만 몰두하는 것이냐"며 "서로 대조적인 예술 양식과 세계관으로 작업하며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근대 미술 업적을 남겼는데 편향은 안된다"고 지적했다. 

편향 원인으로 3인방이 활동한 일제강점기 당시 엇갈린 평가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인성 화가와 달리 이쾌대 화가는 월북한 민족주의 성향의 화가, 이상춘 화가는 일제에 맞선 항일 예술가다. 100년 전 이념이 화가들을 재조명하는데 족쇄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인성 화가 자화상 <파란배경자화상>1933.나무판에 유채 / 그림.이인성기념사업회
이인성 화가 자화상 <파란배경자화상>1933.나무판에 유채 / 그림.이인성기념사업회


특히 이인성 화가의 이력에 대해 "대구 수창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동진이 운영하는 '대구미술사‘에 일하다 일본 태평양미술학교에서 수학한 뒤 조선총독부 문화정치 일환인 '조선미술전람회'에 14회 연속 참여해 총독부상을 포함한 다수의 상을 받아 명성을 쌓았다"고 했다. 이어 "식민지 현실 모순을 외면하고 모더니스트로 식민체제에 순응한 미술가"라고 평가했다.
 

이쾌대 화가 자화상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0년대. 개인소장 / 그림.대구미술관 '때와 땅' 전시
이쾌대 화가 자화상 <푸른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0년대. 개인소장 / 그림.대구미술관 '때와 땅' 전시


이쾌대 화가에 대해서는 "칠곡 출신으로 조선미술전시회에 한번 출품하고 더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형인 민족운동가 이여성 영향과 진보적 성향 도쿄제국미술학교를 다녀 일제 말 신미술가협회를 조직해 향토 민족주의 미술을 지향하며 해방 후 '미술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리얼리스트로 '군상' 연작을 남겼다"고 했다. 하지만 "월북해 한동안 금기됐다가 지금 해금돼 재조명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상춘 화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구예술발전소 기획전시 '대구아트레전드' 포스터 / 그림.대구예술발전소
이상춘 화가 3.1운동 100주년 기념 대구예술발전소 기획전시 '대구아트레전드' 포스터 / 그림.대구예술발전소


이상춘 화가는 묻혀진 비운의 천재 화가다. 이들은 "이상춘 화가는 대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미술이 식민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아방가르드 미술가로서 18세때 '영과회(0科會)' 전시를 주도했고, 일본 단기 유학 후 카프(KAPF) 미술부 일원으로 대구가두극장 등을 주도하며 일제에 맞서 민족 독립과 노동자, 농민 해방을 주장하다 수차례 투옥됐다"고 밝혔다. 판화, 삽화에 이어 시 낭송과 연극을 합친 시위 형식의 전위연극 슈프레히콜 1세대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병마와 싸우다 1937년 27세의 나이로 절명했다"면서 "그 탓에 작품과 기록이 많이 유실됐다"고 했다.   

근대미술 메카로 5년 뒤면 '국립근대미술관'이 달성군에 지어지는만큼 '균형 지원'도 촉구했다. 이들은 "비슷한 비중으로 균형있게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인성 편향과 독식에서 벗어나 이쾌대와 이상춘을 외면말고 역사적, 미술사적 맥락을 따져 근대미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했다.  

박소영(50.영남대 디자인미술대학 회화과 객원교수) 온아트 대표는 "공공기관들이 특정 인물에 대해서만 세금을 들여 기념하는 것은 부족절하다"며 "대구에는 많은 근대미술가들이 있다. 다다이즘, 표현주의 작가 등 다양성 있는 근대 미술가들을 재조명하고 발굴하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련(53.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조형예술대학 졸업.경북대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 박사수료) 로컬포스트 작가는 "미술은 살아 있는 것이다. 점, 선, 면으로 캔버스에 있을뿐만 아니라 그걸 벗어나 생존의 언어로 동시대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면서 "이쾌대, 이상춘처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미술가를 지자체가 발굴하고 재조명해서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한 공공미술의 역할"이라고 했다. 
 

   
▲ 대구미술관 때와 땅 전시...이상춘 화가의 판화 작품 <질소비료공장> 1932년 삽화 조선일보 석간 25면
   
▲ 대구 메가폰 슈프레히콜(2019.7.4) / 사진.대구예술발전소


대구 중구청 관광과 관계자는 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아르스 사업 확정된 건으로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아르스 사업은 대구시 특별교부금 15억, 구비 12억 등 예산 27억원이 든다. 중구 종로초등학교 인근에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756.44㎡ 규모다. 업체 입찰 중으로 공사 전이다. 개관하면 운영은 중구청이 맡는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인성유족회 측에서 저작권 무료 사용을 먼저 제안해 관광컨텐츠 일환으로 사업 협약식을 체결했다"며 "이 화가의 경우 고향이 중구라서 무리가 없고, 다른 부분들은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아르스는 예술을 뜻하는 라틴어 'Ars'에서 따왔다.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체육과 담당자는 "이인성 화가는 지역 대표 화가라 매년 이인성 상을 수여한다"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지역 근대미술 추가 사업은 현재 전체적으로 대구시 재정이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발굴 계획이나 예산 편성할 계획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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