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달라"...대구 10월항쟁의 비극, 그림은 말한다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1.12.14 07: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1회 대구 이인성미술상 수상, 제주 민중화가 강요배(69)
10월항쟁·코발트학살 등 일제강점기 민중·시대의 아픔 담아
대구미술관에서 내년 1월 9일까지 전체 40여개 작품 전시

 
10월항쟁을 담은 강요배 화가 '어느 가을날'(2021.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을 담은 강요배 화가 '어느 가을날'(2021.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쌀을 달라"

1946년 10월 1일 대구부청 앞에서 시위하는 여성들과 치마 폭에 매달린 어린 아이들. 그 뒤에 선 청년들과 노인들. 한복을 입은 민중들은 "쌀을 달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거리에 섰다. 

일제강점기 이후 해방된 조국에서 미군정과 친일 관리들의 고용과 식량공출 시행을 비판하며 9월 총파업을 벌였다. 그리고 굶주린 민중들은 10월 1일 노동자 총파업에 참여했다. 대구 10월항쟁이다.

미군정과 경찰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민중을 무력진압했다. 당시 가담자들과 국민보도연맹원, 대구형무소 수감자 등 수만명은 군경에 의해 달성군 가창면, 경산 코발트광산 등으로 끌려가 집단사살됐다. 
 
유골을 찾는 유족들...강요배 화가 '산곡에서'(2021.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골을 찾는 유족들...강요배 화가 '산곡에서'(2021.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월항쟁과 코발트 광산에서 자행된 국가의 민간인 학살 비극을 '제주 4.3 항쟁의 화가'로 불리는 강요배(69) 민중화가가 그림으로 녹였다. 70여년 전 당시 민중들 모습과 이후 골짜기에서 유골을 찾는 유족들의 모습, 짙푸른 쪽빛의 코발트 광산을 담은 대형 화폭에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았다.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일환으로 오는 2022년 1월 9일까지 '강요배 카네이션-마음이 몸이 될 때(전시 기획 이혜원 학예연구사)' 전시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국가 폭력 비극을 그린 '어느 가을날(One Autumn Day,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97x333cm)', '산곡(山谷)에서(In a Valley,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97x333cm)', '코발트(Cobalt, 2021, 설치미술)'을 비롯해 제주 대자연을 16m 화폭에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담은 '수풍교향(水風交響, 2021, 캔버스에 아크릴, 333x1,583cm), '먼나무(2020, 캔버스에 아크릴) 등 회화·설치·영상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 제21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 전시회(2021.11.28.대구미술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을 다룬 강요배 화가 '코발트'(2021.11.2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고(故) 이인성(1912~1950) 화가는 대구 출신 서양화가로, '가을 어느날(1934)', '경주의 산곡에서(1935)' 등 작품을 통해 근현대사 아픔을 그렸다. 정치·사회적 혼란의 시대에 고유의 향토색을 통해 지역성·민족성·민중의식을 드러냈다. 대구미술관은 2000년 '이인성 미술상'을 제정하고, '이인성 미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홍순명)'를 꾸려 20년 넘게 해마다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제21회 수상자 강 화가는 제주 출신으로 4.3 아픔을 꾸준히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강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10월항쟁과 코발트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와 이 화가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였다. 
 
강요배 화가 '아티스트 토크' 발언 중이다(2021.12.2) / 사진.대구미술관 유튜브 화면 캡쳐
강요배 화가 '아티스트 토크' 발언 중이다(2021.12.2) / 사진.대구미술관 유튜브 화면 캡쳐

강요배 화가는 지난 2일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이인성 미술상 수상자전 아티스트 토크'에서 "사물들이 눈에 보이는 것들, 지금 현재 것들도 내력이 있다"며 "시간성, 역사성, 사연들이 다 있다. 사람뿐 아니라 집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당장의 생긴 것들도 이런 것들이 같이 결합해 생긴 것"이라며 "지나간 역사도 그 지층 위에 있고, 사회 속에서 나이테처럼 내장됐다"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역사적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해방 직후 1년 민군정기에 이뤄진 민심의 흐름이 민중항쟁으로 나온 것"이라며 "역사적 사건들 위해 살아가는 우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