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밤길 다니면 안되나요?”

평화뉴스
  • 입력 2005.07.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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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의전화 등 7개 단체, ‘2005 달빛 시위’...
“달빛 아래 여성, 밤길을 되찾다”

아직도 두려움에 떨며 밤길을 가야 하는 여성...
아직도 두려움에 떨며 밤길을 가야 하는 여성...



“정숙한 여성이라면 늦은 밤길을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늦은 밤길에 다니는 여성들은 성적으로 개방적이거나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의 왜곡된 시각과 편견에 반대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책임을 성폭력 피해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입니다. 여성이 밤길을 안전하게, 사회생활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와 [대구여성장애인통합상담소]를 비롯한 대구지역 7개 단체가, 29일 밤 대구 동성로에서 '달빛 시위'라는 이름으로 이색적인 행사를 가졌다.

'달빛 시위'는 여성들이 밤길을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성폭력을 비롯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을 몰아내자는 뜻의 캠페인으로, 전국 20개 지역에서 88개 단체가 동시에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여성들이 각종 폭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문화공연을 한 뒤, '달빛 아래 여성들, 분노를 터트리다'는 주제로 대구백화점에서 국채보상공원까지 행진을 벌였다.

특히, 여성들이 뽑은 '밤길 꼴불견'도 발표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는데, <자기는 밤에 다니면서 '여자가 밤에 뭐하러 다니노'라며 큰 소리로 얘기하는 사람>, <술 취하면 모든 여자가 삼천궁녀, 자기는 의자왕>이 가장 심한 꼴불견으로 꼽혔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김은랑(44) 소장은, "여성들이 밤길을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하는 것은 성폭력을 비롯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많은 폭력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잘못된 시각과 편견 때문에 여성에게 제한됐던 기본적인 자유권을 되찾자는 뜻으로 달빛 시위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대구여성장애인 통합상담소],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대구여성폭력통합상담소],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등 7개 단체가 함께 마련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지난 해 유영철 연쇄살인사건과 이에 대한 보도의 문제점 등을 계기로 '달빛 아래 여성들, 밤길을 되찾다'는 주제로 서울에서 처음 행진이 진행된 뒤, 올해는 이 행사와 행사와 연계해 전국 동시에 '달빛 시위'를 열게 됐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밤길에서 당당한 여성을 표현한 퍼포먼스 공연
밤길에서 당당한 여성을 표현한 퍼포먼스 공연



달빛 시위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여성'을 외쳤다.
달빛 시위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여성'을 외쳤다.



경북대 학생들이 신나는 몸짓...
경북대 학생들이 신나는 몸짓...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 체칠리아 수녀가 마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달빛 아래 여성들, 자유로운 밤길 되찾기! - 성명서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사회 여성들을 향해 주어지는 반인권적 폭력성에 강력히 반대하고자 한다.

또한 성폭력 및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사고을 강화시킴으로서 성폭력을 더욱 조장하고, 성폭력 발생의 책임을 오히려 여성에게 전가시키는 우리사회의 반인권적 통념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자 한다.

이제 우리는 성폭력의 반사회적인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의 통념 깨기를 강하게 촉구하며 그 하나로 우리 여성들을 성폭력의 공포와 원인 제공자로 몰고 갔던 밤길을 여성에게 되찾아 줌으로써 건강하고 자유로운 성문화를 이루는 데 앞장선다

하나. 여성들의 성적 권리와 인권을 유린하는 성폭력에 강력히 반대한다.

둘. 성폭력 범죄가 특정 대상이나 시간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길’은 곧 ‘성폭력에 노출되기 쉬운’ 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편견 속에, 오히려 밤길 성폭력의 위협을 조장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셋, 여성들의 귀가시간 및 활동에 대한 통제가 여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여성에 대한 통제가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우리사회의 묵은 통념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넷, ‘늦은 밤길에 활보하는 여성들은 성적으로 개방적이거나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의 왜곡된 시각과 편견들이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책임을 성폭력 피해자에게로 전가시키는 부당함에 대해 강하게 분노하며 반대한다.

다섯, 성폭력 문제의 해결책을 여성의 일상적 삶 및 사회적 활동에 대한 제약과 통제의 방식 속에서 찾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여성의 당연한 권리를 직·간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여성들의 당연한 권리를 우리는 힘을 모아 강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2005.7.29

대구여성의전화부설 성폭력상담소, 대구여성장애인 통합상담소,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대구경북지회부설 성폭력상담소, 한국가정법률상담소대구지부 대구여성폭력통합상담소, 경북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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