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이젠 법적 진실 밝혀야"

평화뉴스
  • 입력 2005.12.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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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조작사건' 피해자.유가족 대구 기자회견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명예회복" 촉구

'국정원 진실위' 조사 결과에 따라 대구지역 인혁당 피해자.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인혁당 사건의 '재심'을 촉구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인혁당 희생자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60). 강창덕. 함종호.임구호씨
'국정원 진실위' 조사 결과에 따라 대구지역 인혁당 피해자.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인혁당 사건의 '재심'을 촉구했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인혁당 희생자 고 이재형씨 부인 김광자(60). 강창덕. 함종호.임구호씨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30년동안 믿고 살았다"

인혁당 사건이 당시 중앙정보부에 의해 고문.조작된 것이라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의 발표에 대해,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창덕(77.민족자주평화통일 대구경북회의 고문)씨는 "고인들이 저 하늘에서라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강창덕씨를 비롯한 인혁당 대구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국정원 진실위 발표에 이어 곧바로 오후 2시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원 진실위의 자기고백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조작사건으로 밝혀진 만큼, 법원은 신속하게 재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인혁당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겪은 임구호(15년형).나경일(무기징역)씨와 함께, 인혁당으로 희생된 송상진씨의 부인 김진생(77)씨와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78)씨, 이재형(20년)씨 부인 김광자(60)씨 등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강창덕씨는, "인혁당 고문조작과 고문학살에 대한 진실이 만천하에 밝혀져 감개무량하다"면서, "서대문형무소에서 희생된 동지와 선배님들이 저 하늘에서라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구호씨는, "(인혁당 조작사건 진실규명이)이제 반쯤 왔다"면서 "진실위 발표로 재심의 법적근거가 마련된만큼 조속히 법원의 재심과 명예회복, 국가의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구호씨는 특히, "당시 중앙정보부는 하수인에 불과하며 청와대 지시에 따라 인혁당 사건이 조작됐다"면서, "늦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이에 대해 사과하고 유감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78)씨
고 하재완씨 부인 이영교(78)씨
인혁당 희생자인 하재완씨의 부인 이영교씨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 이런 날이 정말 올 줄은 몰랐다"는 말로 당시의 아픈 기억을 회고했다.

이영교씨는, "74년 남편이 사형을 선고받았을 때, 이건 '쇼'라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면회가니 이미 숨져있었다"면서 "법정에서 유신철폐와 조국통일을 외치던 남편의 신념을 믿고 30년을 살아왔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인혁당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구경북추진위원회] 이름으로 열린 오늘 기자회견에는, 인혁당 피해자와 유가족을 비롯해 [민족자주평화통일 대구경북회의] 류근삼(65) 의장, [대구경북민중연대] 함종호 의장, [민변 대구지부] 남호진 사무국장, [대구참여연대] 윤종화 사무처장, [대구여성회] 윤정원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김찬수 대구시지부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이어, 인혁당 희생자들이 안장된 칠곡 현대공원 묘지를 참배했다.

한편, '국정원 과거사 진실위'는 오늘 오후 1시 조사결과를 통해, "인혁당이나 민청학련 사건은 수사지침에 따라 무리하게 반국가단체로 만들어 간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의 강요나 핵심인물을 찾기 위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들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지 18시간 만인 9일 새벽 4시 55분에 사형집행을 당한데 대해 "사전에 국방부, 법무부 등의 긴밀한 협조와 준비가 있어야만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대법원의 형 확정 즉시 처형한다는 방침은 이미 청와대 선에서 정해져 있었던 것으로 무리없이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으로 조작된 사건”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인혁당]은 [인명혁명당]의 줄임말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이 사건은 1964년의 ‘1차 인혁당 사건’과 1974년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나뉜다.

1964년 중앙정보부는 “57명의 일당이 북괴 중앙당의 지령을 받아 한일회담 반대 학생 시위를 유발해 4.19같은 혁명으로 발전시킴으로써 현 정권을 타도하고자 인혁당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1차 인혁당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 검사들이 “증거가 없어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표까지 제출하자 당직(숙직)검사가 대신 기소했을 뿐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이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13명만 유죄가 선고되고 형량도 최고 3년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10년이 지난 1974년에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또 다시 조작된다.

1974년 중앙정보부는, [민청학련(전국민주학생총연맹)]의 배후인 인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며 22명을 체포해 긴급조치와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8명에 대해 국방부 비상보통군법회의와 2심에서 사형을 선고했고,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정되자, 다음 날 4월 9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이들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재심의 기회도 없이 형이 확정된 지 불과 20시간만에 사형이 집행된 이 사건은, 국내외 법조계로부터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사건 조작’과 관련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유가족들과 법조계, 인권단체는 이 사건에 대한 ‘재심’과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기자회견문]
국정원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인혁당이 고문조작’이라는 자기 고백을 환영하며
이는 명백한 재심의 사유가 되는 만큼 법원은 신속히 재심을 개시하여야 한다


1974년,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은 집권연장을위해 민주화와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한 민주인사 26명을 소위 인혁당재건위원회사건으로 조작하여 그 중 8명을 사형선고 20시간만에 처형하고 그 외 관련자들을 장기형에 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박정희정권은 고문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법원진술서를 변조하여, 변론 중인 담당 변호사를 구속하고, 피고인의 변호권을 무시하는 강압재판을 감행하고, 마침내는 선고 다음날 사형을 집행하고, 시신의 고문 흔적을 은폐하기 위해 유족으로부터 시신을 탈취하여 강제 화장하고,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유족에 대해 무제한적인 억압을 일상적으로 자행한,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사건을 저질렀다. 오죽했으면 국제법학자협회가 사형이 선고된 4월 8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했겠는가?

그러나 역사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마는 법. 인혁당조작사건은 유족과 종교계 그리고 민주화세력을 중심으로 지난 30년간 피나는 노력을 통해 그 진실이 낱낱이 폭로되었으며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전 국민들에게 알려져 이미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다만 고문조작의 주체인 청와대와 당시 중앙정보부의 진실고백이 없었고, 보수적인 법원의 자기반성 의지의 결여로 인해 재심청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인혁당 조작에 대한 ‘법적 해결’이 지체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국가 기관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인혁당사건을 고문조작된 것으로 공식 결론을 내리자 처음으로 법적해결의 단초가 마련되었고 유족들은 그 즉시 법원에 재심을 청구 한 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류중에 있다.

그러나 진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의 사유인 확정판결에 갈음하는 무죄가 인정될 만한 명백한 증거’의 제출을 앞세워 재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유족들과 관련인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던 중 오늘 국가정보원과거사건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가 ‘인혁당사건이 청와대와 국정원이 고문 조작한 것’으로 자기 고백함으로써 이제 재심을 통한 인혁당사건의 법적 해결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는 인혁당사건의 진실규명이 조속히 이루어져 이땅에 다시는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을 간절히 염원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우리는 국가정보원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의 자기고백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1. 이제 고문조작의 주체인 국정원이 자기고백을 하여 ‘확정판결에 갈음하는 무죄가 인정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어 재심사유가 충족되었으므로 법원은 보다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재심을 개시할 것을 촉구한다.
1. 이 사건 조작의 실질적 주체인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한 정권 핵심부의 가담여부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고 판단이 유보된 데 대하여 유감을 표하며 이 부분에 대한 추가 조사와 자기 고백을 촉구한다.
1.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인혁당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 것을 촉구한다.

2005년 12월 7일

인혁당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대구경북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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