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자유롭고 행복한 사회를”

평화뉴스
  • 입력 2006.02.2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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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
“희생된 소녀와 ‘성폭력 생존자’를 생각하며..”

오늘 오후에 뜻밖의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지난 몇 년간 소식이 뜸했던 성폭력 생존자중의 한분이였다.
나는 오랬만이라 반가워서 요즈음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오늘 뉴스에 성범죄자에 대한 고소기간 및 공소시효를 철폐하는 방안이 강구할 예정이라는데, 이제 우리 정부가 정신차린 모양이지요? 그 뉴스듣고 저가 모 방송국에 전화해서 제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 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의 삶읽기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에 가족중 한사람인 오빠로부터 장기간 성폭력 피해를 당한 그 상처 때문에 결혼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40대 중반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가슴에 안고 살았다.

8년전 나를 만났을때 처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의 문을 열면서 그녀의 말하기는 시작됐다.
나로부터 성폭력 피해 사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그 한마디가 평소에 자신이 잘못한 죄인이라고 생각했기에 죄책감 때문에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힘들었는데, 살아 갈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어느 소녀의 장례식...그리고 '성폭력 생존자'의 너무 아픈 삶"

그러나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 때 나에게 전화를 통해 ”성폭력범은 세월이 얼마가 지나든지 간에 처벌 받아야 하고, 이렇게 평생을 고통속에 살아야하는 피해자에게 국가적 지원이 필요해요!“ 라고 이야기 하던 그녀가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가 오늘에서야 연락이 왔다.

그런데 오늘이 어떤 날인가 !
며칠전 바로 이웃의 50대 남성에게 성추행 당한 뒤 살해된 11살의 초등생 허모양의 장례식이 있은 날이 아닌가!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온 생존자 그녀는 허모양의 일이 자기일처럼 느껴졌을것이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성범죄자를 방치한 사회가 내딸을 죽였다!” 면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11살 여초등생의 죽음에 공범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린이를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한사람으로써 어린 영혼앞에 삼가 명복을 빈다. 또한 어린 나이에 피해자가 되어 평생을 힘들게 살아가는 오늘의 성인여성 생존자를 생각한다. 제발 더 이상 이런 성폭력 범죄에 억울하게 우리아이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자고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외치고 싶다!.

왜냐하면 평소에 성폭력 생존자들을 만나면서 또 생존자 인권지원을 해오면서 그 피해의 심각성이 얼마나 많은 여자아이들과 성인여성들의 인생을 갉아먹고 우리가정과 사회를 피폐하게 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성폭력이 난무하는 이런 사회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재명명하면서 그들이 아주 특별한 용기를 내는데 함께하려고 힘쓰고 있다.


"범인 잡았다고 포상 술자리한 경찰...'전자팔찌법' 들고 나와 웃으며 사진 찍는 정치권"

그러나, 우리사회는 막상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왼통 잇슈와 관심의 각축장이 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관련기관들은 여론을 의식하고 각기 제나름의 실적(?)을 나타내기 위해서 국민을 향한 아부성 대응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경찰은 피해초등생의 장례를 하루 앞두고 용의자 검거에 그들만의 축하의 포상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정부는 13세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 고소기간 및 공소시효 철폐방안을 발표하는등 부산하다. 국회의원들은 성추행범 위치 추적을 위한 ‘전자팔찌법’을 들고나와 환하게 웃는 일인시위로 홍보성 사진을 내 보내고 있고, 선거를 의식한 한건 주의를 위해 여러명의 의원들이 제각각 유사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을 발의 해 놓고 있는 등 여러양상을 보이거 있다.

그들은 마치 우리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책무를 다하는 양 야단스럽지만, 일상의 현장에서 보면,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들을 향해 비웃음이라도 웃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법집행 단계에서 보면, 아이들의 피해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증거가 부족하다, 객관성이 없다면서 가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는데는 너무나 관대하다.

반면에 오히려 피해자들이나 이들을 지원한 단체들은 가해자로부터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가 된다.
그래서 오히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이들 성폭력사건을 해결하려는 아동의 부모나, 지원 단체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것도 전국에서 유행병처럼 여기 저기서 말이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사교육이다 뭐다 하면서 학원으로 어디로 아이들을 보내지만 그속에서 아이들에게 어떤일이 일어나서 아이가 갑자기 학교나 학원에 가기를 꺼리고, 집에서 말이 없고,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도 부모들은 알기어렵다.


"성폭력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의 성폭력 예방을 위해 성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 학교당국은 괜히 순진한 아이들 긁어서 부수럼 일으킨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러면서도 학교내에서조차 교사나 어른에 의한 아동이나 학부모대상 성폭력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 지역사회를 시끄럽게하기도 한다.

아동성폭력 추방을 위해서 일차적으로는 우리사회에 올바른 성문화가 먼저 정착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가정,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학교,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생활교육차원에서 예방을 위한 성교육이 아이들 눈높이에서 적절하게 이루어져야겠다.

또, 아동대상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이 적극 개입하여 범죄사실을 밝히고 가해자에게는 일반 범죄보다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만 제2, 제3의 피해아동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성폭력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스템구축과 관련한 네트워크 구축에 사회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본다.

언제 우리사회가 여자아이와 여성들이 성폭력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한 사회가 될지, 그길은 아직 멀고 험난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여성주의 철학을 가지고서 개인 여성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문화적 각본을 수정하여, 개인의 안일에 머무러지 않고 성폭력이 추방되는 사회의 변화까지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본다.

성폭력의 잠재적 두려움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자신의 여성성을 아낌없이 발현할 수 있는사회. 또 여성으로서 ‘진정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여성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함께 살아갈 모든 사람도 더불어 행복해 질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칼럼73]
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 대표.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1953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두옥 대표는, 1991년 <대구여성의전화> 활동을 시작해
현재 <대구여성의전화> 대표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로 지역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평화뉴스>는,
지역 시민사회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2005년 11월부터는 다섯번째 필진이 매주 목요일마다 지역과 세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9(목) 문혜선(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구지부장)
2.16(목) 송필경(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2.23(목) 이두옥(대구여성의전화.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3.2(목) 김진국(대구경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www.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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