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신문이 되라"

평화뉴스
  • 입력 2004.02.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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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면 고개가 숙여진다. 땅바닥을 보면서 걷게된다. 길에는 불우한 생물이 산다. 보도블록 사이에 떨어진 풀씨, 갈라진 담장 틈새에 날아든 씨앗, 아무 소리 하지않고 움을 틔운다. 줄기를 낸다. 꽃을 피우기도 한다. 밟혀도 좌절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있다. 늦여름 길가에 떨어진 참외나 수박씨앗, 해가 짧아 도저히 일생을 마무리 할 수 없는데도 가지를 뻗는다. 그들은 불우한 환경을 원망하는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한목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들에 나가면 무궁무진한 생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걸 볼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성장한다. 그들은 한목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떤 건 봄에, 어떤 건 여름에, 들국화 같은 건 가을에 꽃을 피운다. 개화시기를 두고도 서로 양보하는 미덕을 그들은 지녔다.
산에는 나무도 많지만 땅속과 바위동굴을 보금자리로 가꾸며 살아가는 동물도 많다. 그들 동물은 전래된 방식으로 먹이를 구하고 번식하면서 산다. 그들도 환경을 탓할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야생의, 자연의 생물은 이러하다. 나름의 빛깔과 성정을 지니며 향을 낸다.
그러나 인공이 깃들면 달라진다. 산에서 난 산나물과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산나물은 맛에서 차이가 난다. 자연산 광어와 가두리 양식장의 광어도 현저한 차이가 난다.
자연산은 자력으로 살면서 불타는 생명력과 탄탄한 의지를 갖고 있다. 반면, 하우스나 양식장의 그것은 주인이 가꾸는 대로 던져주는 대로 편하게 의탁하며 살기에 타고난 멋과 향기의 강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미덕을 갖춘 들꽃같은 신문"

<나눔과 섬김>등을 기치로 한 평화뉴스의 창간은 반가운 사건이다. 많은 신문들이 저마다 각종 정보를 쏟아놓는 가운데 살고있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비슷한 정보를 부록처럼 넣어주는 그런 신문이 아니라 뚜렷한 기치를 내건 특성있는 신문이어서 좋다. 사실 얼마나 신문류가 많은지 모른다. 유익한 것도 많지만 무책임하게 배설하듯 정보를 양산해 해를 끼치는 것도 있다. 홍수가 지나간 자리처럼 지저분한 편에 속하는 것도 있다.
반면 평화뉴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늘 이웃을 잊지 않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미담들을 발굴․보도하는데에 큰 비중을 두겠다는 그 의도가 신선해 좋다(물론 종합 일간지들도 자주 보도하고 있긴 하지만). 가장 낮은 사람을 섬기는 신문이 되고자하는 착한 마음씨도 돋보인다.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살리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정신도 높이 살 만하다.
항상 열려있는 쌍방향의 인터넷신문으로 대구경북지역민에게 다가온 평화뉴스가 미덕을 갖춘 들꽃 같은 신문, 맛과 향이 뛰어난 산채 같은 신문, 자연산 광어 같은 신문이 되기를 기원한다.







유영철(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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