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청도군 열차 사고가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열차 운행 차단 없이 작업 승인이 내려져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을 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6년 전 '경남 밀양역 열차 사고'와 판박이로 현장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20일 확인한 결과, 현재 해당 사고와 관련해 중앙·지역 사고수습본부를 꾸려 대응 중이다. 앞서 19일 오전 10시 51분쯤 동대구역에서 경남 밀양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가 청도군 화양읍 경부선 철도에서 안전 점검을 하던 노동자 7명을 쳐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당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사고 당일 철로 인근 수해 지역의 비탈면 구조물 안전 점검을 위해 선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당시 작업은 철길 위가 아니라 위험지역 밖에서 하는 작업인 '상례작업'이었다. 철로 운행을 중지하는 차단작업이 아니라 위험지구 밖에서 열차 운행에 지장 없이 역장의 승인을 받고 시행하는 작업이다.
코레일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가 난 구간이 곡선 구간이라 열차가 사고 지점까지 이르러서도 노동자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로 옆에 풀이 우거져 노동자들이 지나다닐 안전지대 공간이 부족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청도소방서 관계자는 "풀이 자라 있어 선로 옆 자갈 외에는 걸을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 탓에 노동자들이 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인 노반의 바깥쪽으로 걸어야 하나, 선로와 가까운 부분에서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업 당시 열차 접근 경보 앱이 지급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당시 앱이 열차 접근을 감지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레일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회사와 협의해 피해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찰에서 요구하는 자료들을 제공하며 조사를 받고 있고,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회사 측에서도 유족들을 성심성의껏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상자들에 대해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본사와 지역본부에 사고수습본부가 구성돼 복구와 유족 지원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나섰다.
경북경찰청은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형사기동대, 과학수사계 등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CCTV와 사고 열차 내부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도 벌인다.
고용노동부도 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대구고용노동청에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했다. 또 국토부와 협업해 사고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수사전담팀을 꾸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한다. 또 사고 당일 대구노동청은 선로 주변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를 명령했고, 특별근로감독도 실시할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어나선 안 될 후진적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라며 "각종 산업안전 의무 위반이 밝혀지면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밀양역 사고와 판박이, 예견된 사고"라며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밀양역 사고'는 지난 2019년 10월 22일 오전 10시쯤 경부선 밀양역 인근에서 선로 보수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열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작업 소음으로 무전기를 휴대한 노동자가 이를 수신하지 못했고, 안전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상례작업을 시행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철도노조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는 2019년 밀양역 사고와 판박이다. 위험지역을 벗어난 선로변의 작업은 열차 차단 없이 상례작업으로 진행돼 왔고, 결국 오늘 작업자의 죽음을 불러왔다"며 "위험지역 내 작업도 열차가 다니는 주간에는 운행선을 차단하고 작업하지만, 인접선은 여전히 열차가 다니는 상황이며 이에 대한 안전조치가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라도 총체적인 안전점검을 진행해야 한다"며 "부분식 땜질처방을 넘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을 투자해야 하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도에서 18일 오전 10시 51분쯤 안전 점검을 하던 노동자 7명이 무궁화호 열차에 치였다. 노동자 2명이 숨졌고 5명(중상 4명, 경상 1명)이 다쳤다. 이들 중 6명은 안전진단 협력업체 소속이고, 1명은 코레일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2명은 협력업체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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