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3,500억 달러(488조원) 대미 투자 요구에 대해 한국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관세 15% 조건으로 한국 정부는 앞서 미국 정부에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일본과 비교해 선방한 협상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투자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현금 직접 투자를 요구한 반면, 우리 정부는 조선(MASGA.마스가 프로젝트) 등 사업을 통한 간접 투자라며 직접 투자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외환보유액 84.2%인 막대한 금액을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외환위기까지 우려된다. 그 탓에 국내 시민사회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를 향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조지아주에 간 한국 노동자들을 미국 정부가 강제 구금한 사건에 이어 3,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요구와 관련해, "동맹국가에 대한 약탈적 굴종과 압박"이라며 "투자 철회를 포함해 미국과의 협상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반발했다.
대구경북자주통일평화연대, 대구지역상설연대단체연석회의, 대구민중과함께, 대구경북겨레하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24일 오전 2.28중앙기념공원 앞에서 "이재명 정부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철회하지 않으면 민생경제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미 양국의 관세협상은 지난 7월 31일 타결했다. 상호관세는 당초 예정됐던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의 품목별 관세도 15%로 인하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대미 투자를 놓고 후속 협상에 난항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미국에 3,500억달러(약 48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자 방식을 놓고 이견이 발생해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출이나 보증, 보험 등 금융 패키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금 투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 요구대로 현금 투자를 할 경우 대한민국이 보유한 외환의 대부분이 빠져나가 1997년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3,500억달러를 인출해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정부는 안전장치로 '무제한 통화스와프'(서로 다른 통화를 가진 두 국가가 미리 정해놓은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돈을 서로에게 빌려주는 계약) 체결을 미국에 요청한 상태다.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이재명 정부에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즉각 중단 ▲미국의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사과·재발방지대책 마련 요구 ▲지역 제조업 보호와 민생경제 회복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액수인 3,500억달러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지역 제조업에 필요한 투자는 줄어들고, 청년 일자리와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도 대구 제조업은 한미 관세정책과 내수 침체로 위기에 놓여 있지만, 정부는 국민 경제와 민생을 살릴 자금을 미국에 갖다 바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이 부당하게 구금됐는데도 정부는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국민 세금을 쏟아부으며 미국의 투자 압박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미국은 국내 기업 등 모든 것을 미국에 내놓으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에 어떻게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동의할 수 있겠냐"며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끌려가지 않고 투자 요구를 당당히 거부하는 이재명 정부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석준 대구경북겨레하나 운영위원장은 "상가마다 임대·급매가 붙고, 아파트는 미분양으로 유령의 집이 되고, 노동자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데 미국에 조공을 바치겠다는 말인가"라며 "차라리 국민 삶과 행복을 위해 민생에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구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강압적 태도와 이로 인한 국익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고려해 대미 투자 합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협상 타결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밀실 협상을 하거나 국익을 대폭 내주는 합의를 한다면 국회 동의도, 국민적 공감대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협상 과정을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는 오는 26일 오후 5시 30분 2.28기념공원 앞에서 '약탈적 대미 투자 저지 진보당 대구시당 정당연설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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