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는 노동조합 하면 안되나요?”

평화뉴스
  • 입력 2006.04.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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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고백 6]
이진석...“지역 복지계의 카르텔, 그리고 청암 노조”

사회복지계의 미운오리새끼 청암노동조합입니다.
저는 청암 노동조합의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청년입니다. "사회복지 개혁"을 목청껏 외쳤던 청암재단 노동조합이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글을 부칩니다.

작년 이맘때 보건복지부에 저희 노조위원장님이 항의 방문하러 갔습니다. 그 곳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재단에서 노동조합 만들면 시설할 사람 없다” 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시설운영에 방해가 되는 존재인가 봅니다.
영리 사업체도 아닌데 노동조합으로 인해 사업의 메리트가 없어진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사회복지의 정신은 어디 간데없고 개인 자산 운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비단 한 관료의 인식이나 불찰이 빚어낸 언행의 과오가 아니라 우리 현실이 그렇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지역은 일부 복지계가 자기들만의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암노조는 비리 재단을 몰아내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어느정도 일구어 낸 성공적인 재단 정상화과정을 밟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구재단의 재입성을 막아 내고 시설 민주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 쏟아지는 곱지않은 시선이 따갑기만 합니다. 아직도 소위 지역복지계가 형성해놓은 카르텔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합니다. 타 시설이나 복지관을 방문하여 ‘청암’에서 왔다라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그 곳 관리자들을 긴장시키고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국민의 세금을 투명하게 수혜자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한 것이 노동조합 설립의 일차적 목표였습니다. 이후 우리는 재단 민주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과정상에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충고와 비판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노동조합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복지재단의 민주적 운영이요, 지역사회와 동떨어지지 않고 함께하는 개방된 시설을 만드는 작업이라 믿고 있습니다.

사회복지계의 한 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는 일선에 있는 종사자들의 의식만 변한다면, 사유화로 인한 각종 비리들을 타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암 노동조합이 여기에 부합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비리재단과의 싸움을 전개하면서 느낀 것은 온갖 회유는 당근에 불과하며, 사악한 권력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기들과 맞설 수 있는 조직이었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맞설 수 있는 갑옷은 노동조합이었고, 무기는 저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정당성 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길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북의 한 장애인 시설 종사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는데 약간은 힘들어 하시기에 그분들에게 충무공의 말을 전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뭔가 해보겠다는 혈기 왕성한 젊은 눈빛이 오히려 초롱초롱 순수해보였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죠. 현재 경북에서 3번째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청암재단은 공공성을 대표하는 민주 이사 다섯 분과 기존의 세분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상화의 기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완전한 정상화라고 말하진 못합니다. 그러나 민주화의 길로 내달리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를 업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노동조합은 낯설고 왠지 하면 안되는 그런 단어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은 항상 헌신과 봉사의 안개 속에서 자신의 모습조차 찾지 못해 온 것이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아플때는 아프다고 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아직도 어떤 분은 사회복지사들도 일반 기업처럼 노동조합 만들 수 있습니까? 혹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재단은 개인 자산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하는 몽매함을 지니고 있으신 분들도 주위엔 많습니다.

저희 청암노조는 잘하든 못하든 적어도 대구 경북 사회복지 개혁의 대표선수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 복지계의 자명종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청암재단의 비리척결을 도와주며 관심있게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노동조합의 책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상화 단계에서 재정은 이제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으며, 우리 식구들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기본적 의식주는 물론, 특히 대두될 만한 것이 생활하시는 식구들의 인권향상과 그에 따른 체계적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껍질을 도려내고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듯 합니다.

아직은 모자란 부분도 있겠죠. 그러기에 노동조합은 한층 더 노력할 것입니다. 표정이 훨씬 밝아진 식구들을 볼 수 있어 출근하는 발걸음 또한 가볍기만 합니다. 앞으로는 밝은 표정에서 웃음이 절로 흘러나오게끔 해 드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이분들과 함께 할 것이며, 이런 현실적인 여건도 어느정도 성숙해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노동조합이 자신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걱정도 해봅니다. 이는 과거에 느껴보지 못한 행복한 고민입니다. 조합원들 간의 토론과 교육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의 원칙을 잊지 않도록 다짐합니다. 청암재단의 민주화는 비단 우리 재단의 문제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봅니다. 이것이 불씨가 되어 사회복지재단과 시설이 새롭게 거듭 태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봄날 새싹이 돋아나듯 여기저기서 복지개혁의 변화를 꾀하려는 꿈뜰거림을 온 몸으로 느낍니다.

우리 청암 노동조합의 슬로건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입니다. 넋 놓고 있지 않겠습니다. 초지일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진석(31.청암재단 청구재활원)



※ [사회복지사의 고백]은 <평화뉴스>와 우리복지시민연합(www.wooriwelfare.org)이 공동연재 합니다.

(이 글은, 2006년 4월 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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