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즈음에.."

평화뉴스
  • 입력 2006.12.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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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조윤숙
"유혹에 시달리는 불혹, 그러나 삶은 나에게 축복이다"

나는 착한 사람이 좋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때 그 사람이 나로 인해 불편해 하지는 않는지..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 신경 쓰는 사람...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하루를 지나면서 나의 말과 행동을 되돌이켜 보면서 성찰하는 사람...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안중에 없는 사람이 싫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하는지 마는지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만 돌보려는 사람...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타인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


마흔을 한 달 여 앞두면서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마흔이 불혹의 나이라고 하는데 나는 마흔을 앞두며 많은 유혹에 시달리고 있다.

올 일 년을 정리하면 나의 인생에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연초부터 힘들게 마음고생하며 시작하였으며 한해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119에 실려 병원에 가서 2주동안 입원을 하였으며, 죽을 고비도 몇 번을 넘겼으며,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하게 되었으며,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끊임없이 하면서 지냈다. 어린 시절부터 순탄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올 한해는 마흔을 맞이하면서 몸도 마음도 무척 아픈 한해였다.

그러면서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쉽게 오지 않는 다는 것을...
그러기에 살아있는 인생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았다.
앞으로 남은 나의 반인생은 덤으로 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여태까지 나를 위한 삶이었다면 지금 부터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인생을 소중하게 살고 싶다.
아니, 나도 위하고 너도 위하는 상생의 삶을 살고 싶다.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일중독이다.
모든 중독이 정상이 아니듯이 나도 정상이 아님을 안다.
나를 돌보지 않고 일 속에 나를 던져두는 것..한시라도 나를 그냥 두지 않는 것...

열심히 살지 않는 삶이란 놀고 있는 삶이며,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고 사회에도 잘못을 하고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자신을 괴롭혀 가면서까지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사랑 때문에 상처받더라도 그 상처가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삶이라는 것을...
세상의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도 된다는 것을...

늦게서야 철이 들어간다.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인생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참 좋다.
일찍 자신의 생을 마감한 김광석을 원망하면서...
왜 그는 ‘마흔 즈음에는 부르지 않고 일찍 우리 곁을 떠난 거야?’ 하면서 말이다.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고마운 즈음이다.
나도 아프지 않고 죽지 않고 언제까지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용서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용서하기로 하였다.
마흔을 돌아보며 아쉬운 점들이 참 많지만 그때는 나의 인생에서 그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안다.

나는 지금도 나의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어 이리저리 생각과 고민이 많다.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것이 나의 인생에 있어 최선의 선택임을 나는 안다.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는 지금 감히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노라고...

힘들어 하지 않고, 매 순간 충만하고 기쁜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괴로워도 힘들어도 그냥 그 모든 것을 관통하면서 긍적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삶이 나에게 있어 축복이다.
이 축복을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즐기면서 기쁘게 살아가고 싶다.


[주말 에세이 22]
조윤숙(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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