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에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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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 "보살피며 다독이며 여전히 흔들리면서..."


공자가 말했다
“40세에 모든것에 미혹되지 않았다.”
하여
불혹이라고

대한민국 40대가 말했다
“40세에 몸 망가지기 십상이다.”
하여
물혹이라고

손윗사람이 말했다
“40세부터 본론 지난 삶이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여
부록이라고

불혹, 물혹, 부록
다 좋지만, 어쩌랴
나는 아직
혹! 인 것을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것을

노래 '서른 즈음에'를 부른 가수 김광석... / 사진 출처.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둥근소리'(http://oneum.net/gnuboard4)
노래 '서른 즈음에'를 부른 가수 김광석... / 사진 출처. 김광석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둥근소리'(http://oneum.net/gnuboard4)

“왜 광석이는 <마흔 즈음에>는 안불러주고 가버렸냐?”
소주잔을 훌쩍 들이키며 선배가 말했다. 그 때만해도 ‘마흔’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내가 마흔이 된다는건 꿈도 못꿀 일이었다.

내 사전엔 없었던 그 마흔이 내게도 왔을 땐, 정말이지... 우울했다. 이유없이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제부터 철없는 짓 하다가는 욕 많이 먹겠구나, 나이값 한다는 게 어떤 거였더라, 해놓은 게 없으니 어디가서 명함 내밀긴 글렀고, 앞으로 뭐하고 먹고 살지?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았다.

마흔은 ‘건강검진’과 함께 왔다. 마흔이 넘으면 정기검진조차 의무였다. 무섭기도 하지만 해야 한다고 하니 더 하기 싫었다. ‘에이~ 뭐 죽을때 죽더라도 모른채 룰루랄라~ 살다 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줌마들과 독서모임을 만든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동네 아줌마들을 멀리하라’는게 생활신조였기에. 예전엔 그저 ‘제3의 성, 아줌마’로 뭉뚱그려졌던 사람들, 그들도 쉼없이 일렁이는 감정의 물결에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인생 뭐 별거 없다는 데에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위로를 받았다.

“아줌마”소리도 예사로 들렸다. 예전에는 누가 “아줌마!”하고 부르면 “누구? 설마... 나?” 이런 식이었는데, 지금은 “아줌마가 주는 선물이야.”하면서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곤 한다. 지나가는 청춘들을 보면 그저 눈이 부셔서 “이쁘다~ 참 이쁘다~”를 연발한다.

거울 속에는 중년의 여인이 늘어진 몸집을 살펴보고 있다. 끝없이 흔들리면서 비로소 사랑하게 된 자기 생을 그녀는 이제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뭐 그리 대단한 인생도 아니었지만, 사랑을 가르쳐준 세상에 고마워할 것이다. 보살피며 다독이며 여전히 흔들리면서.






[주말에세이]
이은정 /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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