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여정남.."모교는 말이 없다"

평화뉴스
  • 입력 2007.02.2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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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이수병씨는 경희대 '명예졸업'..여정남씨 출신 경북대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경북대 출신 여정남(당시 30살)씨.
지난 1월 23일,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그는 여전히 '경북대 중퇴'일 뿐이다.

이 사건으로 사형된 이수병씨는 모교 경희대에서 21일 '명예졸업장'을 받았지만, 여정남씨 모교인 경북대는 졸업식(2.23)을 앞두고 아무런 '명예회복' 움직임이 없다. 똑같이 억울한 '누명'에 똑같이 '무죄'가 선고됐지만 두 모교의 노력은 사뭇 다르다.

여정남..
여정남..
여정남씨는 1945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4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6.3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비롯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3번이나 제적과 복학을 되풀이했고, 1974년 이른 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구속돼 이듬 해 4월 9일 사형이 집행됐다. 여정남씨는 당시 경북대 4학년이었다.

경북대 기획처 관계자는,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된 사람 가운데 '졸업'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지만 여정남씨는 아직까지 그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법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만큼 어떠한 형태로든 명예회복 논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역 '인혁당' 관련 단체와 '경북대 민주동문회'도 재심 이후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인혁당 관련자를 비롯해 50여명으로 구성된 '인혁당 사건 진상규명.명예회복 대구경북추진위원회(위원장 함종호)'는 "대법원 재심이 확정된 뒤 명예회복과 관련한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서 "오는 23일 집행위원회를 갖고 명예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옥고를 치룬 림구호씨는 "대법원 재심에 따른 준비가 부족했던 것같다"면서 "명예회복 운동은 우선 모교 민주동문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추진위원회 김찬수 집행위원장도 "여정남 선배를 비롯해 지역 인혁당 관련자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그 분들의 활동부터 정리해 구체적인 명예회복과 정신계승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 1975년 4월 9일, '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희생자들...

한편,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조작사건'은, 지난 1974년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인민혁명당 재건위를 구성해 국가전복을 꾀했다”고 발표한 뒤, 이듬 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인 4월 9일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건으로, 국내외 법조계에서는 이를 '사법사상 암흑의 날', '사법살인'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사건으로 희생된 도예종.서도원.송상진(영남대), 여정남(경북대)씨를 비롯한 4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사건은,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직권조사를 통해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증거조작, 공판조서 허위 작성, 진술조서 변조, 위법한 재판 등에 의해 조작됐다"고 밝힌데 이어,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수사지침에 따라 고문과 가혹행위가 자행됐다"며 '사건 조작'을 인정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05년 12월 27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듬 해 2006년 12월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심공판이, 2007년 1월 23일 대법원 재심이 잇따라 열려 '무죄'가 선고됐다. 8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33년 만이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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