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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 1년전까지 거론조차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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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 '한미FTA' 처음으로 비판...
"시장주의자 입김 작용..막연한 기대심리 만 있다"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경북대 경제통상)...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경북대 경제통상)...

"한국이 이전에 맺은 FTA와 한미FTA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미FTA는 ‘세계표준’이라는 이름 하에 국내 정책과 제도를 ‘미국표준’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북구유럽형 시장경제를 모델로 참여정부의 정책구상에 참여했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현 경북대 경제통상학 교수)이 한미FTA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부를 옹호하는 강연은 한 적이 있지만 비판적 입장에서 ‘FTA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교수는 5월 1일 저녁, 대구지방변호사회관 대회실에서 열린 ‘한미FTA바로알기’강연회에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졸속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민생과 지역혁신을 위한 대구경북네트워크(민생네트워크)]가 마련했다. 학계와 시민단체를 비롯해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밤 10시까지 2시간30분동안 이어졌다.

이 교수는 먼저 참여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했다.
"2005년 8월 청와대를 나왔는데, 그때까지 한번도 한미FTA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미FTA 협상은 2006년 6월부터 시작됐다. 적어도 '협상 시작' 1년 전까지 논의조차 않은 셈이다.

"정부가 ‘FTA로드맵’을 2004년에 발표했지만 미국은 중장기과제에 포함돼 있었다.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졸속으로 미국과 FTA를 타결한 것은 ‘개방’과 ‘시장’을 절대 선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이 교수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정부가 칠레와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할 때는 1~2년 전부터 산.학.관 연구팀이 결성돼 다각도로 검토했다. 하지만 한미FTA는 정부가 연구팀조차 구성하지 않은 채 통상교섭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개방은 절대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나라와 얼마의 속도로 어떤 순서를 거쳐 개방할 지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를 표방하며 무턱대고 무역과 자본시장을 개방한 탓에 겪었던 ‘외환위기’를 제시했다.

또, “미국도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 해밀턴의 주장에 따라 보호무역을 펼쳤다”며 “미국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듯 차근차근 개방에 대비해놓고 선진국의 위치에 이르자 사다리를 걷어차고 후진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한미FTA를 찬성하는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일본, 중국을 제치고 우리가 먼저 최대시장인 미국과 FTA를 타결하니깐 특혜를 보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있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FTA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한다는 게 이 교수의 입장이다. 관세장벽의 경우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은 이미 무관세이며 자동차 관세 철폐율도 2.5%에 불과하다. 그나마 관세 철폐율이 평균 12~13%에 이르는 섬유도 ‘원산지규정’으로 수출이 크게 늘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이 교수는 ‘원산지규정’같은 비관세장벽이 더 큰 문제인데 제대로 얻어낸 것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출업자들이 가장 애로사항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역구제’인데 반덤핑관세 규정을 없애지 못했다. 미국은 덤핑이라 생각되면 관세를 40~50% 붙이는 KO펀치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펀치를 가지지 못했다. 얼마나 비대칭적 무역인가”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경북대 김규종 교수가 “동북아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정부가 FTA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이 교수는 “금융은 이미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이 개방됐다”며 “금융분과는 별로 할일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또, “국민입장에서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운동방향은 무엇이 있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오늘처럼 국민들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섬세하게 분석하고 제대로 판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협상문을 면밀히 검토해 협상이 통과되는 걸 막는게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한 뒤 강연회를 마쳤다.

한편, [민생네트워크]는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매주 화요일 같은 장소에서 6번의 강연회를 더 이어갈 계획이다.


글.사진 평화뉴스 이은지 기자 pnnews@pn.or.kr / ppuppu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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