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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기사도 힘들고 시민도 불편하다"
16년째 버스운전 김분임(47)씨...
"노선.차선.승강장 모두 문제..환승도 큰 불편"
2007년 05월 22일 (화) 09:53:48 평화뉴스 pnnews@pn.or.kr

대구 시내버스 노사는 지난 5월 17일 새벽, 버스 첫차 출발을 1시간 앞두고 가까스로 임금 5.8%인상에 타결했다.
그러나 해마다 되풀이되는 파업예고와 잇따른 임금협상에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일부에서는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으면서 임금만 올려준다는 시각도 있다.

준공영제 1년만인 지난 2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시내버스 이용차 1천여명을 대상으로 ‘대구 시내버스 서비스 시민만족도'를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버스 기사의 친절도 항목에서 친절 또는 매우친절이 19.3%인데 비해 '불친절'이나 '매우 불친절'은 34.5%나 됐다. 특히 버스 운행간격, 정시성, 운행시간과 요금수준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또, 대구시의 버스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32%가 ‘불만’이라고 대답했다.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 15.6%보다 두 배나 많았다. 가장 만족도가 낮은 정책은 버스에 대한 세금지원(22.9%)과 노선의 전면조정, 개편(26.3%)로 나타났다.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하는 점으로는 43.3%가 ‘서비스질의 향상’이라고 응답했다.
또 다음으로 요금제도의 개편(21.4%), 불법 주정차 근절(20%)을 꼽았다.

대구시가 지난 4월 23일에 발표한 ‘대구시 대중교통 기본 계획 보고서’를 보면 2006년 말 기준, 시내버스의 수송 분담률은 31.5%이지만 승용차는 34.4%다. 지난해 자가용 등록대수는 82만대를 육박했다. 대구에 사는 인구가 2백5십만명. 3명 중 1명은 자가용을 갖고 있는 셈이다. 시내버스를 타는 승객의 경우, 평균 10㎞가 되지 않는 거리를 이동하며, 84%는 환승하지 않고 목적지까지 한번에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까운 목적지에 한번에 가는 버스를 타는 승객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구 시내버스에 대한 불친절 이미지. 그렇다면 직접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 김분임(47)기사
 
16년째 버스운전을 하고 있는 우주교통 김분임(47.여)기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기사는 새벽 첫차운행을 마치고 교대하는 길이었다. 파란색 모범운전사 셔츠를 입은 김씨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기사님’이었다.

여성 버스기사로써 가장 오래 근무한 그녀는 대구시내를 누비면서 운전대만 잡으면 ‘버스’ 생각만 한단다. 김 기사는 7년 동안 시내버스와 승강장문제를 고민해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고버스(www.gobus.pe.kr)라는 시내버스 안내사이트도 운영하고 있다.


김 기사의 퇴근길, 그녀의 차에서 시내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뭐가 문제인가?
=대구시의 준공영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버스전용차선과 승강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공영제는 이미 실패했다고 봐야한다. 차량 운행이 많은 수성구나 서구에 버스전용차선을 보면 몇 군데 끊어져 있다. 전문성을 갖고 감시해야 하는 버스개혁위원회는 전문적이지 않다.

-준공영제가 이미 실패했다?

=총 운행거리에 승강장 수를 나눈 배차시간은 난폭 운행을 하게 한다. 또 환승제도는 승객들을 더 불편하고 더 늦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밖에 없다. 환승 때 다시 10여분동안 또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류장 맨 앞쪽에 서는 순환버스는 일반버스 운행의 장애물이다. 버스도착예정시간을 알려주는 BIS시스템은 승강장 안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나이 많은 승객들은 환승하기 싫어한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표준운송원가에서 유류비와 인건비가 제일 많이 차지한다. 노선과 동떨어진 시내버스 가스충전소 문제만 개선해도 원가는 내려가지 않겠는가.

-버스기사가 준공무원이 됐다고들 한다. 월급은 올랐나?

=준공영제로 다들 버스 기사 월급이 많다고 생각한다. 버스기사의 평균 월급은 250만원 정도. 조금 올랐다. 월급이 제때 나오는 점이 가장 좋아졌다. 그러나 일주일에 하루 쉬고 날마다 9시간씩 운전한다. 지.간선 버스 중에는 30분 운행하고 30분 쉬는 기사들도 있다. 같은 월급을 받는데 정말 문제다. 노선이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버스 승객들은 기사의 서비스가 나아진 게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어떤가?

=알고 있다. 일부 서비스마인드가 부족한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승용차를 탈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또, 출퇴근과 통학을 위한 승객으로 한정돼 있다. 버스기사는 비가 오면 우산도 건넬 수 있는 서비스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나부터 후배들에게 호되게 꾸중한다. 회사 안에서는 사장님도 나를 무서워한다. 내가 하는 말이 맞기 때문이다.

-대구시 버스개혁 자문위원도 했다던데, 대안은 뭔가?

=준공영제 시작 전, 시에서 불러 4개월 동안 노선별, 승강장별 문제를 짚어줬다. 공무원들은 부서별로 서류처리만 할 뿐 버스라는 살아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 모른다. 계절별, 시간별, 요일별로 다른 승객들이 버스를 탄다. 현장에서는 그게 잘 보인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 버스를 운행하게 한다. 출퇴근시간에 버스대수를 더 늘리고 배차간격도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운행해야 한다. 도심에는 대중교통만 운행하는 도로로 만들어야 한다. 또 공차거리를 줄여야한다.

-공차거리가 뭔가? 예를 들면?

=빈차로 운행하는 거리다. 939번 버스의 경우 경산 조영동 종점에서 칠곡 3지구까지 마지막 차가 11시 반에 도착한다. 거기서 다시 경산까지 빈차로 온다. 공차거리를 줄이면 운송원가가 낮아진다. 또한 똑같은 노선에 있는 버스는 빼도 된다.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고 같은 노선의 버스 승객이 많이 줄어들었다. 기존 승객을 확보해 놓고 새로운 승객을 유치해야 하는데 그게 안된다. 방법은 버스를 승용차처럼 편안히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서비스가 좋으면 승객들도 기쁜 마음으로 요금을 낼 것이다. 또 버스기사도 시에서 규제하는 휴대폰 사용, 승강장 정차 등 20여개의 항목을 잘 지켜야 한다.

-버스기사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버스기사는 승객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애사심을 갖고 자기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 대중교통은 ‘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배움의 현장이다. 승객들은 정류장에 불법 주차하는 차를 보고 큰소리 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그게 승객의 권리다. 시민의식이 바로 서야 대중교통 이용자도 늘고 대구환경도 깨끗해지지 않겠나.

김씨는 끝으로 “시민들에게 시내버스를 제대로 알려 달라”는 당부했다. 하루 6시간 자는 시간만 빼면 ‘대구시내버스’만 생각한다는 그녀. 그녀 같은 기사가 많아진다면 버스타기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글.사진 평화뉴스 오현주 기자 pnnews@pn.or.kr / uterine@nate.com




   
▲ 김분임기사가 운영하는 버스정보 안내사이트(www.gobus.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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