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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 짓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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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백인청년회 서창환(37)씨.."아파트 늘어도 아이들 갈 곳이 없어요"

[학부모 도서관학교] 강의를 듣고 있는 어머니들과 서창환씨(중간쯤)...7.9 동구 안심1동사무소 회의실
[학부모 도서관학교] 강의를 듣고 있는 어머니들과 서창환씨(중간쯤)...7.9 동구 안심1동사무소 회의실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 낮 대구시 동구 안심1동 사무소 회의실.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 도서관학교’라는 이름으로 12명의 어머니들이 모였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책이 좋을까? 학습만화는 도움이 될까? 세계 명작은 꼭 읽어야 할까?
어머니들은 이옥주(어린이도서연구회 경북지부)씨의 강의를 들은 뒤 아이들 생각에 질문을 던진다.
“세계 명작 가운데는 18-19세기 서구 열강의 침략을 정당화 한 것도 많구요, ‘학습’자 들어갔다고 다 도움되는 건 아니예요. 그리고, 책 억지로 읽는다고 다 좋은 거 아니거든요. 너무 다그치진 마세요”

[반야월 어린이도서관을 준비하는 모임]이 처음 마련한 ‘학부모 도서관학교’.
7월 9일과 10일 이틀동안 안심1동사무소에서 열리는 도서관학교는, 첫날 이옥주씨의 ‘마음을 살찌우는 책읽기’ 강의에 이어, 10일에는 신남희(새벗도서관 관장)씨가 ‘마을 도서관 만들기 사레’를, 서정오(동화작가)씨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와 의미’에 대해 강의한다.

강의 내내 비행기 소리는 엄청 크게 지하 회의실에 울렸고, 그때마다 강사는 말을 멈춰야 했다.
대구시 동구 안심.반야월 일대는 고질적인 ‘비행기 소음지역’. 주민들은 속상하지만 참고 지내야 한다.

첫날 9일 강의에 유일하게 ‘남자’로 참여한 사람 서창환(38)씨.

 서창환(38)씨
 서창환(38)씨
서창환씨는 동구 용계동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토박이로, 안심1동에 살며 이 지역 ‘백인청년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인청년회'는 4년 전 안심지역 30-40대 남자들이 처음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뜻으로 ‘백인청년회’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청년회 현재 회원은 40명가량.

그는 청년회 활동 과정에서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대표 강옥련)]와 함께 안심.반야월 지역에 ‘어린이 도서관’을 짓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용계동과 안심1,2,3,4동, 동호동 등을 흔히 안심.반야월지역으로 부른다. 서씨는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 지역에 아파트는 계속 들어서고 있지만 아이들이 갈 만한 문화시설이 거의 없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부방이나 복지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책읽을 도서관 하나 없습니다“

그래서, 서씨는 ‘백인청년회’에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를 제안했다.
“청년단체들이 어른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회원들 대부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인데, 도서관 만들자니까 의외로 호응이 좋았어요.
특히, 우리 백인청년회 회장님(김영원.42)께서 [어린이도서관을 준비하는 모임] 추진위원이 되셨죠“

[반야월 어린이도서관을 준비하는 모임]은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 김영숙 사무국장과 서창환씨를 비롯한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어린이 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리는 게 우선 과제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학부모 도서관학교’도 처음으로 열게 됐다.

김영숙 사무국장은 “인구 34만명이 사는 동구에 도서관과 체육회관이 1개씩 뿐인데다, 주거밀집지역 중 한 곳인 반야월에는 그나마 도서관도, 문화체육시설도 전혀 없습니다. 인근 신서동에 혁신도시가 들어선다고 자랑하지만, 어린이 도서관 하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책읽는 공간 뿐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좋은 지역문화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는 시민운동을 넘어선 ‘주민운동’ 위해 지난 2005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 소공원 개선사업과 생활법률학교, 어린이날 행사, 지역조사사업 등을 통해 ‘풀뿌리 주민공동체’를 꿈꾸고 있다. 그 꿈으로 ‘어린이 도서관’도 추진하고 있다.

수성주민광장(http://cafe.naver.com/scos)...7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독서강좌'를 연다.
수성주민광장(http://cafe.naver.com/scos)...7월 13일과 14일 이틀동안 '독서강좌'를 연다.

동구에 이어 수성구에서도 오는 13일과 14일 학부모를 위한 ‘독서강좌’가 열린다.
지난 6월 7일 ‘발기인대회’를 통해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수성주민광장’은,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이 단체 사무실에서 동화작가 차정옥씨와 그림책작가 이영경씨를 초청해 이틀동안 강의한다. 오는 10월쯤 창립할 예정인 ‘수성주민광장’은 선진스님과 이연재(민노당 수성구위원장)씨가 창립준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동화읽는모임 햇살’과 ‘답사모임’, ‘소리봉사단’의 소모임이 활동하고 있다.

수성주민광장 역시 ‘어린이 도서관’을 꿈꾸고 있다.
이 단체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최이영희(41) 창립준비위원은 “주민운동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며 “이번 독서강좌를 시작으로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를 주민들과 함께 풀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이영희씨는 올 초까지 대구여성회 부설 ‘여성노동센터’ 소장을 지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학부모 도서관학교] 첫날 강의를 하고 있는 이옥주(어린이도서연구회 경북지부)씨와 참가자들..
[학부모 도서관학교] 첫날 강의를 하고 있는 이옥주(어린이도서연구회 경북지부)씨와 참가자들..

   <수성주민광장 독서강좌>
수성주민광장(http://cafe.naver.com/scos)...
수성주민광장(http://cafe.naver.com/s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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