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이웃이 꿈꾸는 "행복한 마을 만들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2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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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주민생협> 마을기업 유기농매장 '땅이야기',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오픈


"OO엄마, OO씨 왜 이제와. 수박 좀 옮기고 봉투 좀 접어줘"

대구 동구 율하동 한 아파트촌에 있는 1층 상가지역이 19일 오전부터 북적였다. 상가 안은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식료품 가게와 카페가 이어졌고, 각 매장 운영자들을 포함한 20여명의 사람이 구분 없이 가게를 왕복하며 물건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운영자들은 조합원마다 이름을 불러 일을 부탁했고 늦게 온 이들은 미안한 기색을 나타내며 곧장 역할 분담을 자처했다. 안심지역 지역공동체 마을기업이 닻을 올리던 날의 풍경이다.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친환경유기농매장 '땅이야기'와 커뮤니티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마을카페 '사람이야기'(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가 운영하는 친환경유기농매장 '땅이야기'와 커뮤니티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마을카페 '사람이야기'(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안지역경제공동체'를 목표로 하는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가 19일 오후 율하동에 있는 친환경유기농매장 '땅이야기' 개소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이 커뮤니티는 '협동.상생.자치 정신을 바탕으로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대구 마을기업 중 조합원 90%이상이 특정 지역 주민으로만 이뤄진 지역공동체가 선정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게다가, 조합원 중 일부는 지역 최초로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마을카페'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체 조합원은 70여명으로 60여명 이상이 안심1동-4동을 아우르는 안심지역 17개 동 30-40대 주민이고, 유길의 대표(45)를 포함한 조합원 7명이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안심지역 주민 중심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발기인과 설립동의자를 확정해 올 12월쯤 현재 지역공동체 형태의 커뮤니티를 '안심주민생활협동조합'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등록이 끝나는 대로 창립총회를 열어 임원을 선출하고 협동조합 형태로 마을기업을 이어간다.

특히, 이 커뮤니티는 '땅이야기'에서 지역 농민과의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로컬푸드(Local Food)' 판매 활성화를 촉진하고, 농장 체험학습을 마련해 친환경유기농 재배 신뢰도를 높인다. 이 가운데, 동구 팔공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연근, 미나리, 깻잎과 청송 사과 등 다양한 농산물을 매장에서 직접 판매할 예정이고, 유기농 오일과 비누 등 다양한 친환경 재품도 판매한다. 또, 매장 주변에 ‘두부공장’을 설립해 친환경 두부 생산.판매는 물론, 최대 9명까지 지역민 고용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개소식날 발달장애인 한호철씨와 김동규씨가 바리스타로 나섰다...봉투를 접으며 웃는 두 사람(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개소식날 발달장애인 한호철씨와 김동규씨가 바리스타로 나섰다...봉투를 접으며 웃는 두 사람(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땅이야기'의 개소식과 같은 날인 19일 이 커뮤니티 소속 조합원 20여명이 공동출자한 마을카페 '사람이야기'도 같은 건물에 문을 열었다. 이 카페는 커뮤니티의 조합원 이숙희(37)씨가 대표를, 이 대표를 포함한 조합원 10명이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발달장애청년들의 자립적 사회활동'과 '마을공동체 보금자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개소식인 19일에는 발달장애인 한호철씨와 김동규씨가 바리스타로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유길의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대표는 "각 매장 개소식 후 각각 운영위원회를 거쳐 유기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며 "오는 12월 협동조합 등록절차를 마치게 되면 총회를 거쳐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협동조합 사업 포함 여부에 대해서도 의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 대표를 포함한 운영위원들은 상품판매보다 "마을 주민 공동자치"와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주장하며 "기존의 카페, 슈퍼마켓과 다름"을 강조했다.
          
(왼쪽부터)유길의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대표, 안상진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사무국장, 이숙희 마을카페 사람이야기대표(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유길의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대표, 안상진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사무국장, 이숙희 마을카페 사람이야기대표(2012.6.19)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유길의 대표는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안전한 먹거리도 제공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이 사업을 통해 동구지역 주민들의 공동자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했고, 안상진 사무국장은 "상품판매보다 누가 내 먹거리를 제공하는지, 누가 나와 같은 마을에 사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모든 의사결정 또한 조합원을 통해 민주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숙희 마을카페 사람이야기 대표도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도 함께 이 사업을 통해 사회적 공동체 생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거쳐 협동조합 개설을 위한 회의를 가졌고, 조합원도 함께 모집했다. 이 가운데, 위성남 성미산 마을공동체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가졌으며 모든 조합원을 상대로 협동조합 교육도 실시했다. 이후, 올 2월 15일에는 대구시 동구청 '마을기업'에 선정돼 지금까지 3,500만원의 출자지원을 받았으며, 올 연말까지 1,500만원의 추가지원을 받아 모두 5,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안심주민생활협동커뮤니티' 조합원은 동구지역 주민을 포함한 대구지역 시민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가입비는 1인당 25,000원이상이다. 또, 1구좌를 내면 모든 가족의 이용이 가능하며, 포인트를 통해 물건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매장을 방문하는 누구나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한편, 대구시는 2012년 마을기업으로 모두 15곳을 선정했고 각 단체에 최소 4,500만원-최대 5000만원까지 모두 7억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중구와 수성구가 각각 1곳으로 가장 적고 동구와 서구는 각각 2곳, 달성군은 4곳, 달서구가 5곳으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남구와 북구는 한 곳도 선정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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