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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위조 주범은 학벌 프리미엄"
[김윤상 칼럼]
"학벌 철폐 공약을 내는 대선주자는 어디에 있는가?"
2007년 09월 03일 (월) 10:17:34 평화뉴스 pnnews@pn.or.kr
   
우리나라 학벌 프리미엄이 지나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삼스러운 결과도 아니지만, 사회 각계 인사의 학력 위조가 밝혀지고 있는 시점이라 묘한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8월 21일의 보도에 의하면 장수명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사교육의 효과, 수요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두 가지 효과를 밝히고 있다.

첫째로 학력이 높을수록 임금 수준이 높지만 전문대나 4년제 대학 중퇴자는 졸업생보다 현격하게 임금이 떨어진다. 이름을 짓자면 ‘졸업장 효과’다. 둘째로 소위 최상위권 5개 대학 출신은 상대적으로 20% 가량의 경제적 프리미엄을 얻는다. 이름을 붙이자면 ‘명문대 효과’다.


한 마디로, 학벌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연구에 의하면 98년 이후 5년간 사교육비가 연평균 20%씩 급증했다고 한다.

또 같은 날 보도된 고려대 김태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세칭 명문대 재학생의 대학 진학 후 학업 성취도를 보면 고3 때 과외를 안 받은 학생이, 그리고 받은 학생 중에서는 짧게 받은 학생이 성취도가 더 높다고 한다. 즉 사교육이 명문대 진학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게 실력을 높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면 사교육비로 학벌 프리미엄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수 학벌클럽이 사회의 노른자위를 독점하고 실력은 뒷전으로.."

이런 연구는 왜들 학력을 위조하는지를 (실은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실증적으로 밝혀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벌 프리미엄이 없다면, 그래서 사회가 학벌이 아니라 실력으로 사람을 대우한다면 학력을 속일 필요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학력은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말로 부풀리고 다닐 수 있지만 실력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실력을 검증하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학력으로 실력을 추측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학력이 부모의 극성과 경제력에 비례하는 추세 속에서 학력과 실력의 괴리는 자꾸 심해진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연고주의가 거든다. '동향'이다 '동문'이다 하여 뭔가 공통점을 찾은 후에 같은 집단에 속하는 사람끼리 폐쇄적인 클럽을 형성한다. 명문대 클럽일수록 우월감이라는 강력 접착제가 작용하여 폐쇄성이 더 높다. 소수 학벌클럽이 사회의 노른자위를 독점하고 실력은 뒷전으로 물러난다. 독점력을 누리는 폐쇄적 클럽에 가입하여 귀족 신분을 취득하기 위해 국민은 목숨을 걸고 경쟁한다. 소모적인 경쟁이고 귀한 인간 에너지의 낭비다.


"언론.지식인, 근본 원인인 학벌주의 타파에 초점 맞춰야"

학벌보다 실력으로 사람을 대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각계가 다 노력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류 기업에서 학벌 아닌 실력으로 사원을 뽑는다면 큰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필자는 주장해 왔다. 대기업 사원 채용 서류에서 학력 기재란을 없애고 대기업은 실력을 평가하는 기법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학력 기재란 철폐는 2002년 초 문민정부 시절 한완상 교육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제시한 바 있었으나 채택되지 못했고 한 장관은 그 직후 낙마하고 말았다.

한 장관을 낙마시키는 사회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학벌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이다. 학벌 프리미엄을 미끼로 삼아 고교 내신 성적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세칭 '명문대', 경쟁의 공정성은 도외시하고 약육강식 논리로 학벌주의를 옹호하는 상당수 엘리트 계층은 공범 중에서도 주범 급이다. 학벌사회에 적응하고 용인하고 심지어 편승까지 해온 우리 역시 공범을 면할 수 없다. 모두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학력 위조 문제가 터지면 당사자의 부정직함을 매도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당자도 잘못 했고 사회정의는 어느 정도 시기심에 의해 유지되기도 하니까, 개인에 대한 비판을 꼭 나쁘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언론이나 지식인이라면 비난보다는 근본 원인인 학벌주의를 타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학벌? 껍데기는 가라.
나라를 위해 나선다는 대선주자가 많은 이 시점에, 학벌 철폐 공약을 내는 주자는 어디에 있는가?

<김윤상 칼럼 4>
김윤상(평화뉴스 칼럼니스트. 교수. 경북대 행정학과 )



(이 글은, 2007년 8월 27일 <평화뉴스> 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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