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경계선, 선도 없는 것을 상징적으로 그려놓지 않았나.
우리 대통령이 걸어서 그 선을 넘어서는 모습, 감회 말로 다 못한다. 정말 통일의 길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여든을 바라보는 범민련 대경연합 한기명(78) 의장.
한기명 의장은 군사분계선(MDL)을 '분단경계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선'도 없는 분단경계선을 우리 대통령이 걸어 넘는 모습에 "말로 다 못한다"고 벅찬 감회를 감추지 않았다.
한 의장은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는 장면을 자택에서 TV로 지켜봤다.
"그야말로 바라고 바라던 통일의 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라며 "7년 만의 두번째 만남인데, 통일이 훨씬 앞당겨져 있지 않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7년 전에 김대중 대통령이 갔을 때는 정말 감격 자체였고, 그야말로 '분단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이제는 분단의 장벽 만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하지 않겠나"
1929년 태어난 한 의장은 우리 나이로 79살. 내년이든 여든이 된다.
"여든 가까이 살았으니 많이 산 건데, 그래도 살아서 바라던 통일세상, 평화로운 세상 봤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산다"며 "완전통일은 어렵더라도, 머지 않아 연방제든 연합제든 어떻게든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평생의 소원을 간절히 소망했다.
한 의장은 또,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과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사실 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게 많지. 대통령 되자마자 대북 특검 한 것도 그렇고, 국민들이 국회 과반수 만들어줘도 뭐하나 제대로 한 게 있나. 그래도 반(反)통일세력에 동화되지도, 흡수되지도 않고 6.15 입장에서 꾸준하게 해왔으니 오늘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다행이야. 이번 회담이 정말 잘 돼야지.."
한 의장은 대구시 달서 신당동의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여든 가까운 고령에다, 여러 차례 옥고와 고문으로 왼쪽 팔은 거의 쓸 수가 없고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손등에는 아직고 고문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래도 ‘평화.통일’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가한다. "버스 타기도, 지하철 걸어다니기도 힘들다"면서도 "아직은 몸이 쓸만 해"하며 의지를 세운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어제(10.1)도 대구2.28공원에서 열린 ‘평화통일 대구경북시도민 문화제’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1929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 의장은, 정신대로 끌려가는 여성과 농민수탈 같은 일제의 만행을 그대로 보며 자랐고, 만주의 무장 독립투쟁 소식을 들으며 민족의식을 키웠다. 그리고, 해방 후 여고생 때 진보적 학생모임인 '민주학생연맹'에 가입하면서 민족통일운동을 시작했다. 6.25가 터지자 좌익세력으로 낙인찍혀 여자의 몸으로 견디기 힘든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렀다. 우리 현대사의 민주.통일운동에 헌신하던 한 의장은 1993년 범민련 결성 때부터 적극 참여해 1994년 대구경북연합 창립 준비에 나섰고, 1996년부터 대구경북연합 의장 권한대행을 한 뒤 2000년부터 대구경북연합 의장을 맡고 있다.
"말로 다 못한다"며 감회에 젖은 한기명 의장.
'분단경계선'을 걸어서 넘는 모습과 7년 만에 이뤄진 남북정상회담.
"연방제든 연합제든 어떻게든 남북이 함께 할 수 있는 세상을 볼 수 있지 않겠나"는 그의 평생 소원이 한걸음 성큼 더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