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족이니 계급이니 싸울땐가?"

평화뉴스
  • 입력 2008.02.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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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민주.통일원로 '민노당' 질타
.."민족.계급은 동전의 양면..패거리 싸움 옳지 않다"

장기수 이학돌(82). 전 교원노조 사무총장 이목(87), 범민련 한기명(80) 의장, 민자통 류근삼(68) 의장.
장기수 이학돌(82). 전 교원노조 사무총장 이목(87), 범민련 한기명(80) 의장, 민자통 류근삼(68) 의장.

"지금 민족이니 계급이니 하며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신문 보면 화가 치민다"

설 이틀 지난 2월 9일 낮, <평화와 통일을 위한 무자년 세배 모임>.
올해 87살의 고령인 이목 선생은 '새해 덕담' 대신 "화가 치민다"는 말로 최근 '민주노동당' 사태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자주파(NL)와 평등파(PD) 간의 갈등으로 진보정당인 민노당이 분열로 치닫는데 대한 분노였다. 이목 선생은 "한살 한살 더 젊어지고 싶다. 젊은 사람들처럼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로들 가운데 최고령인 이목 선생은,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에 항의하던 지난 '60년 '대구 2.28운동' 당시 경북대 사대부고 교사로 근무했다. 2.28과 4.19를 계기로 교원노조 사무총장을 맡으며 민주화운동에 나섰지만, 박정희의 5.16구테타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5년을 복역했다. 이 선생님은 일제시대 때도 우리 말로 된 잡지를 만들다 투옥돼 옥고를 겪기도 했다.

이날 대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세배모임에는 이목 선생을 비롯해 20여명의 민주.통일 원로인사가 참석했다.
<민자통(민족자주평화통일) 대구경북회의>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대구경북회의 류근삼 의장과 강창덕.라경일 고문,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임구호 이사장, <범민련 대구경북본부> 한기명 의장, < 6.15실천대구경북본부> 백현국 상임대표, 경일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다 ’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다 해직된 박두포(84) 선생, 장기수 이준헌.이학돌.이학천 선생, 류연창.오규섭 목사가 함께 했다.

또, < 6.15실천대구경북본부> 오택진 사무처장과 <대구경북진보연대(준)> 김선우 사무국장,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김두현 사무처장, 민주노총 대구경북본부 김대용 부의장을 비롯한 단체 상근자들도 참석했다.

평화.통일 원로들의 세배 모임...민자통 강창덕(80) 고문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평화.통일 원로들의 세배 모임...민자통 강창덕(80) 고문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새해 덕담을 나누는 '세배 모임'이지만, 이목 선생을 비롯해 하나 같이 진보정당인 '민노당'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덕담을 대신했다.

이 자리를 마련한 민자통 류근삼 의장은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패거리 싸움을 옳지 않다"고 민노당의 분열을 걱정했다. 류 의장은 "내 청춘과 생명을 바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스스로 그 가치를 세워야한다"며 "그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모든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젊은 사람들에게 당부했다. 또, "동북아에 우뚝서는 통일조국을 위해 힘차게 싸워가야 한다"며 "역사가 정체될 때도 있지만 물줄기는 대양으로 향해 흘러간다"고 말했다.

< 6.15실천대구경북본부> 백현국 상임대표도, "종북주의라는 말을 만든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민노당의 '종북주의' 논란을 비판한 뒤, "잘못된 생각들이 많다. 통일 없는 진보운동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어른신들의 가차없는 꾸지람이 필요한 때"라며 원로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여든을 넘긴 다른 원로들도 민노당의 분열을 우려하며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덕담을 대신했다.
범민련 한기명(80) 의장은 "참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힘든 시절이다. 그래도 우리 역사는 끊임없이 발전한다. 통일을 위해 다같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또, 장기수 이학돌(82) 할아버지도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한다"며 "통일을 위해, 건강을 위해"라는 말로 건배를 제의했다.

여든 넘어서도 "젊은 사람들처럼 일하고 싶다",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한다"는 원로들.
자주.평등을 하나의 가치로 평생을 바친 원로들에게 최근 진보정당의 분열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날 강창덕(80) 고문은 또 한명의 '부고(訃告)'를 전하며 "통일 될 때까지 다들 건강합시다"고 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2008년 평화.통일원로 세배 모임...
2008년 평화.통일원로 세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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