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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쿠데타 인권침해, 특별법으로 풀어야"
조사 신청자 절반이 대구경북..불법구금.구속, 예비검속으로 수천명 피해
2009년 11월 19일 (목) 00:18:09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5.16인권침해사건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간담회(2009.11.18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1961년 5.16 쿠데타 세력의 탄압으로 '인권침해'를 겪은 대구경북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대부분 70대에서 80대 고령자들이다. 이들은 당시 쿠데타 세력에 의해 불법구금과 구속으로 수년씩 옥살이를 했거나 고초를 겪은 피해자들의 가족이다.

5.16 인권침해...조사 신청자 18명 중 9명이 대구경북

이 자리는 <5.16인권침해사건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경북.대구 대책위원회>가 마련한 간담회로, 11월 18일 낮 대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피해자 20여명과 대책위원회 실무자를 포함해 30여명이 참석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김준곤 상임위원과  배대곤 조사관도 참석해 피해자들에게 5.16 당시의 인권탄압 실태와 조사 과정을 설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당시 인권탄압에 대해 '조사'를 신청한 사람은 전국에서 18명이며, 이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대구경북 피해자들이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 10월 21일, '5.16쿠데타 직후 인권침해사건의 진상규명'을 결정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국가의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자, 지역의 일부 피해자들이 <경북대구대책위원회>를 꾸려 이 사건을 알리고 '명예회복'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인혁당 피해자이기도 한 강창덕(82)씨가 상임대표를, 이목.권오봉.김하종.이광달.김길중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20여명의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다.

   
▲ 5.16쿠데타 직후 '혁명감찰부'에 끌려갔던 이목(88).강창덕(82) 대표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더 이상 학생들에게 죄 지을 수 없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목(88) 선생은 5.16 당시 '교원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
사대부고에서 상업을 가르치던 이 선생은 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이틀 뒤 4월 27일, 경북여고 교실에서 대구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30여명과 모였다.

"더 이상 학생들에게 죄를 지을 수 없다는 마음들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학생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정권에 저항했지만 교사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컸다고 한다. 이 모임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교원노조'를 계기가 됐다. 그리고 7월에는 '한국교원노조총연합'이 결성됐고 이 선생은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러나, 5.16쿠데타 이틀 뒤 5월 18일, 이 선생은 사대부고에서 '혁명검찰부'에 연행돼 '혁명재판소'에서 13년 구형에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5년을 복역했다. 불법구금.구속이었다. 그리고 교사직도 '면직'됐다.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와 '문교부'는 이 선생처럼 '교원노조'에 가입한 교사 3천여명을 적법한 절차 없이 강제로 면직시켜 교직에서 추방한 것으로 진실.화해위는 추정하고 있다. 이목 선생은 간담회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런 좋은 일도 오고 그렇습니다"라며 감회를 전했다.

"천인공노할 만행...과거 청산 마음으로"

강창덕(82) 상임대표는 '궐기사'를 했다는 이유로 3년을 복역했다.
5.16 당시 '경북사회당'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 대표는, 1961년 5월 10일 대구 만경관 앞에서 '남북학생회담'을 촉구하는 '대구시민 궐기대회'에서 '궐기사'를 했다. 그리고 5.16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혁명감찰부'에 붙잡혀 '혁명재판소'에서 7년형을 선고받아 3년을 복역했다. 역시 쿠데타 세력에 의한 불법구금.구속이었다.

강 대표는 인사말에서 "박정희 쿠데타 세력은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명예회복과 보상을 넘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역사를 바로 세우고 과거를 청산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하자"고 호소했다.

'예비검속'으로 불법구금.구속...'소급' 항의하다 심판관 수감되기도

5.16 쿠테타 세력은 이른 바 '예비검속'을 통해 수 천명을 불법구금하거나 구속했다. 당시 박정희 소장은 1961년 5월 17일 육군 방첩부대장에게 경찰이 입수하고 있던 '리스트'에 근거해 용공분자들을 색출하도록 지시했으며, 5월 18일부터 군.경찰 등 수사기관을 동원해 민족일보사와 전국양민피학살자유족회, 교원노조, 사회당 등 정당과 사회단체 주요 간부와 정 등 수 천명을 예비검속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예비검속'을 통해 5천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김준곤 상임위원
쿠데타 세력은 또, 쿠데타 한달여 만에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3년6개월 전의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당시 헌법에 규정된 '소급효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으로, 당시 혁명재판소의 한 심판관은 이 특별법의 '소급' 규정에 항의하다 혁명재판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같은 5.16 쿠데타 세력의 인권탄압과 관련해,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룰 수 있는 적절한 조치와 재심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5.16 인권침해사건, '특별법'으로 명예회복 길 열어야"

또,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당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등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입법부는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 5.16쿠데타로 인한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권고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진실.화해위원회 변대근 조사관이 5.16쿠데타 세력의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한 피해자는 "결론은 특별법 제정이다. 재판을 하면 시효 문제 때문에 힘들 수 있다. 우리가 단체를 만들어 국회와 정부에 책임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우리 피해자와 유족들은 너무 힘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청와대와 국회로 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피해자 유가족은 "대구시청에 조사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어떻게 됐는지 아무 소식이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유가족은 "남편이 잡혀가 죽었는데 왜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느냐"며 "내가 죽고나서 해결할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경북.대구 대책위원회>는 이같은 '5.16쿠테타 인권침해사건'의 진실규명에 대해 피해 당사자나 유가족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오는 12월 중순쯤 다시 모임을 갖고 홍보와 명예회복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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