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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챙기는 진보정치 싹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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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탈당 이연재 전 대구시당위원장
"운동수구파와 혁신파의 대립..떠나는게 희망 찾는 길"

민노당 탈당...(왼쪽부터) 김광미 남구위원장, 이연재 전 대구시당위원장, 이춘곤 동구위원회 부위원장
민노당 탈당...(왼쪽부터) 김광미 남구위원장, 이연재 전 대구시당위원장, 이춘곤 동구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2006)했던 이연재 전 대구시당위원장이 끝내 민노당을 떠났다.
이연재 전 위원장은 19일 오전 민노당 수성구정당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광미 남구위원회 위원장과 이춘곤 동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직자와 당원 250명의 ‘민노당 탈당’을 선언했다.


민노당 수성구.서구 '지역위원회' 해산..."대구 탈당자 500명 넘었다"

그는 이른 바 ‘혁신안’을 다룬 대의원대회(2.3)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승수 전 의원의 탈당에 반대하며 ‘당 사수-혁신’을 주장했지만, ‘혁신안 부결’이라는 대의원대회를 지켜보며 탈당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2월 18일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던 수성구위원회 대의원대회를 통해 ‘위원회 해산’을 결의하며 수성구 당원 160여명과 함께 탈당했다. 후원당원을 포함해 330여명인 수성구 당원의 절반가량이 당을 떠난 셈이다.

남구위원회도 김광미 위원장을 비롯해 당원 160여명 가운데 50명가량이 탈당했다. 다만, 남구위원회는 ‘지역위원회’을 해산하지 않고 ‘운영위원회’만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위원회가 해산되면서 의결.집행 단위는 사라졌고, 앞으로 남구위원회의 운영은 대구시당에서 맡게 된다. 때문에 “사실상 ‘지역위원회 해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김광미 위원장은 말했다. 서구위원회 장태수 위원장도 20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지역위원회 해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탈당파는 "대구시당 탈당자가 5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민노당 대구시당은 이에 따라, 송영우 위원장이 맡고 있는 ‘동구위원회’를 뺀 수성구.서구.남구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으며 북구와 달서구도 탈당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자주파.평등파?...운동수구파와 혁신파가 있을 뿐"
이들 탈당파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의 눈치에 민감한 정당 ▶서민들과 소통하는 길을 외면하고 시대착오적 이념과 동원의 논리만 남은 정당 ▶자정능력을 상실한 정당이라고 현 민노당을 비판했다. 특히, “당을 떠나는 대다수의 당원들은 자주파니 평등파니 하는 계파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계파가 있다면 운동수구파와 혁신파가 있을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탈당을 선언한 노회찬.심상정 의원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추진하는 한편, 오는 26일 대구지역 탈당자들과 함께 창당추진기구를 띄울 계획이다.

19일 탈당 기자회견을 한 이연재 전 위원장은 “참담하다”는 말로 탈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00년 민노당 창당 발기인으로 시작해, 2004년 국회의원 총선(수성갑), 2006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각각 출마했으며,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민노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맡았다. 민노당과 함께 정치를 시작해 대구 민노당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민노당을 떠나 ‘새로운 진보정당’을 말하고 있다. 그에게 물었다.


- 왜 탈당을 결심했나?
= 지난 2월 3일 ‘혁신안’을 다룬 대의원대회를 보고 탈당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전까지는 조승수 의원의 탈당에 반대하며 ‘당 안에서 혁신’을 요구했다. 그런데 막상 대의원대회를 보니 그런 희망이 사라졌다. ‘대선 참패’조차 인정하지 않고 ‘실망스러운 결과’로 자구를 수정.의결하는 모습에서 진보정당의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 민노당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
= 운동권 정당의 낡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진보진영 전체의 고민을 들어주지 못한 게 가장 큰 것 같다. 반성과 평가를 거부하는 당 지도부로는 진보정당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지금 민노당 사태는 자주.평등파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낡은 것에 대한 혁신과 이를 거부하는 수구파의 갈등일 뿐이다.

- 민노당 창당 때부터 함께 했다. 떠나는 마음은 어떤가?
= 한마디로 참담하다. 그동안 민노당을 지지해 준 국민들에게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럽다. 그러나, 이대로는 정말 진보정당의 희망이 없다. 민노당을 떠나 새로운 길을 찾는 게 진보정치의 희망이라고 믿는다.

- 수성구위원회에는 아직 절반가량의 당원이 남아있다. 꼭 해산해야 했나?
= 솔직히 남아 있는 당원들에게 미안하다. 대의원대회에서도 “탈당 만 하지 왜 위원회까지 해산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위원회 해산 역시 대의원들의 뜻이다. 그리고,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이 본격화되면 남아있는 당원들도 많이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 종북주의 논란이 있다. 종북주의 때문에 대선에 패배했다고 보나?
= 물론 종북주의 때문에 민노당이 안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민생정당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지 못하고 국민들과 소통한 책임이 더 크다. 종북주의나 민주노총을 포함해 모든 게 누적된 결과다. 다만, 민노당 내부에 ‘종북주의’가 있고, 그들과 그들의 논리 때문에 민생정치가 가로막힌 부분은 분명히 있다.

- 민주노총은 어떤가?
= 민주노총은 여전히 소중한 노동자의 조직이다. 또, 민노당이 ‘민주노총 조직’이라는 이미지와 노동정치에 의지하는 인상도 강하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대기업.정규직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기 조직이라는 생각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민노당이 ‘민주노총당’으로 불릴만큼 영향력이 강한 탓에, 당이 민주노총에 대해 자주적이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 민노당 내부 갈등, 그동안 대구에서 다른 계파.정파와 공론의 장이 있었나?
= 대구시당 차원에서 두차례정도 토론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탈당하려는 사람들은 많이 왔지만 ‘자주파’ 계열에서는 거의 참석하지 않아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충분히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다.

- 새로운 진보정당, 뭐가 다른가?
= 특정계파에 의존하는 운동권정당이 아니라,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진정한 진보정당을 만들고 싶다. 현대적이고 대중적이며, 국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민생정당을 만들어 우리 지역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싹을 키우고 싶다.

-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나?
=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후보라면 출마할 수 있지만, 진보정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라면 출마할 생각이 없다. 지난 몇차례 출마는 ‘민노당’이라는 진보정당을 알리고 살려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런데, 진보정당 후보가 아니라면 굳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이유는 없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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