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성폭력, 교육감에게 보고도 안됐다"

평화뉴스
  • 입력 2008.05.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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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들에게 시험지 돌리듯 설문조사하나?"
...한나라당, 대구시교육청 대책 질타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대구 A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교육청 담당자가 이 사건을 알면서도 신상철 교육감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2일 오후 한나라당 '우리 아이 지키기본부'(본부장 전재희 의원)가 대구시교육청에서 이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전재희 의원이 "시교육청이 이번 성폭력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시점이 언제냐"고 묻자, 김이균 시교육청 초등교육과장은 "작년 11월 30일 발생한 사건에 대한 보고는 지난 2월 25일 남부교육청으로부터 공문을 받아 처음 알게 됐고, 이 사건은 교육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발생한 사건은 4월 30일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전재희, "어떻게 보고도 하지 않을 수 있나"
신상철, "그때 대책을 세웠어야..우리의 잘못"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 초등교육과장은 "당시 해당 학교장이 독서치료와 상담을 통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 치유가 됐다고 밝혀와 (교육감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이런 중대한 사건이 교육감에게 보고도 하지 않을 수 있냐"면서 "그 때부터 대책을 세웠더라면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다"며 시교육청을 질타했다. 신 교육감은 "그 때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우리의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전재희.고경화.주성영.서상기.안명옥 의원이 참석했으며, 시교육청과 경찰청,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 등을 만나 진상조사를 벌였다.

한나라당 조사단...(왼쪽부터) 안명옥.전재희.주성영.서상기 의원
한나라당 조사단...(왼쪽부터) 안명옥.전재희.주성영.서상기 의원


이번 성폭력 사건과 관련, 대구시교육청이 다른 학교 실태를 알기 위해 벌일 예정이었던 '설문조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성 인식이 낮은 저학년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설문조사가 실효가 있겠냐는 지적 때문이다.

전재희 의원은 "실태를 설문으로 조사하더라도 외부 전문상담가를 데려와서 해야지, 담임 교사가 학생들에게 시험문제지 돌리듯 실시되는 설문조사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고 시교육청에 물었다.

신상철 대구시교육감
신상철 대구시교육감
시교육청 "설문조사 철회"...대책위 "성교육 전문상담을"

신 교육감은 이에 대해 "그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지적이 나와 설문조사를 벌이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대책위도 이날 "언어에 대한 인식이 낮은 어린 학생들이 설문 문항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고 2차 성폭력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며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신상철 교육감은 "아직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민감한 부분도 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면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 정신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이같은 대책에 대해 남은주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대구여성회 사무국장)은 "아동 성폭력 사건은 단기간 상담이 아니라 3~4년 정도의 지속적 상담이 필요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사건 발생 후 단시간에 내놓은 것들이라 우려스럽다"면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긴급구호'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성교육 전문상담가 진행하는 집단.개별 상담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5월 2일 오후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한나라당 진상조사
5월 2일 오후 대구시교육청에서 열린 한나라당 진상조사


대구 A초등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은 지난 4월 21일 대구 달서구 B중학교 테니스장에서 이 학교 재학생과 남자 초등학생들이 여자 초등생 3명을 성폭행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밝혀졌다. 특히, 이들 뿐 아니라 이 초등학교의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편, 대구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년 11월부터 이 초등학교에서 음란물에 노출된 상급생이 하급생을 성적으로 학대해 온 것이 아동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졌다"면서 교육당국의 철저한 실태조사와 책임자 문책, 전문성교육을 비롯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촉구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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