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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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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보행권 위해 설치해야"
지하상가 "설치되면 지하상권 더 어려워져"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와 관련해 열린 간담회(6.30 대구시청 교통국 회의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와 관련해 열린 간담회(6.30 대구시청 교통국 회의실)
"대구시가 소통을 닫아 두 달 만에 성사된 자리 '신세한탄'만..."

대구시 중구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와 관련해 대구시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시가 이해관계가 얽힌 상인과 시민단체와의 소통은 뒷전인 채 이해당사자들 '눈치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해 30일 오전 대구시청 별관 교통국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 이날 간담회는 지역 시민단체의 요구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에 대한 대구시의 입장과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마련됐지만 뚜렷한 결론 없이 고성만 오고갔다.

간담회에는 이태훈 대구시 교통국장과 오준혁 대구시 문화산업정책계장, 김영수 대구경찰청 교통계장, 육성완 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대표,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이사,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최종수 동성로발전위원회 위원, 이동열 대현프리몰 대구점 상인대표, 교동시장 상인, 시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단체, "횡단보도 설치는 보행권의 문제" / 지하상가, "설치되면 점포 270여개 살아남을 수 없어"

육성완 대표
육성완 대표
육성완 대구DPI 대표는 "찬반 논쟁이 일고 있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는 행정문제를 넘어 시민 보행권의 문제"라면서 "대구시는 찬성 측과 반대 측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열 대현프리몰 대구점 상인대표는 "시민들이 다니고 안다니고의 문제를 떠나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지하상가는 다 죽는다"면서 "횡단보도가 그어지면 지하상가 270여개 점포는 살아갈 수 가 없다"고 말했다.

최종수 동성로발전위원은 "걷기가 불편하면 시민들이 동성로에 나오지 않는다. 시민들 발길이 끊기면 동성로와 중앙로는 모두 다 망한다"면서 "생존권은 시민들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은 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열 대표
이동열 대표
이에 이동열 대현프리몰 대구점 상인대표는 "횡단보도와 지하상가 상인의 생존권은 연계돼 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처음 입점할 때 횡단보도가 없었기 때문에 점포를 냈지 만약 횡단보도가 있었더라면 입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면 지하도를 폐쇄하고 대구시가 지하상가에 배상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 것은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동성로 대구역~대구백화점 구간의 전주 지중화공사가 완료된 지난 3월말부터. 당시 시민단체와 교동시장 상인들은 "교통약자와 시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하고, 동성로 전체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했다.




당초 대구시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에 대해 인근 상인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동성로 개선을 위해 옛 읍성길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 4월 2일 대구시와 상인, 시민단체, 공무원, 시의원 등이 간담회를 가진 후 대현프리몰 지하상가 상인들은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상권이 더 죽는다"는 이유로 대구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는 등 극심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구시 문화산업과는 같은 달 18일 '동성로 공공디자인개선사업 마스터플랜에서 제안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디자인에 대한 검토 결과 횡단보도를 제외하고 읍성을 상징할 수 있는 장대석을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현프리몰 상가 측에 발송했다.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약속 어겨 문제 키웠다"

안재홍 사무국장
안재홍 사무국장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지난 4월초 시의회, 시민단체, 상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대현프리몰 지하상가의 반발로 시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기고 횡단보도 설치 철회를 뜻하는 공문을 대현프리몰 상가 측에 보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준혁 대구시 문화산업정책계장은 "대현프리몰 상가 측에 발송한 공문 내용은 횡단보도를 제외하고 읍성 복원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이었지 횡단보도 설치 사업을 철회한다는 내용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 보도가 나가면서 오해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대구시 미온적 대처..."두 달 동안 진전된 내용 하나도 없다"



횡단보도 설치 논란과 관련해 대구시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시는 지난 5월 30일,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6월초에 상인과 시민단체, 공무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간담회를 갖고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지만 간담회는 한 달을 넘겨 이날에서야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간담회는 지난 4월 2일 이후 두 달 만에 열려 이 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서준호 대구DPI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소통의 문을 닫아 버려 어렵게 마련된 간담회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신세한탄만 한 자리가 됐다"면서 "오늘 간담회에서 대구시는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와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나와 찬반 양측 입장을 조율하고, 절충안을 냈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언론사 기자는 "지난 4월 간담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면서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교동시장 한 상인은 "우리는 두 차례 간담회 모두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면서 "최소한 간담회가 열리면 참석하라고 알려는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영수 대구경찰청 교통계장은 "횡단보도 설치의 법적권한은 경찰에 있지만 시민들의 의견과 대구시의 입장이 명확하게 나와야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이해당사자의 의견과 행정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큰 틀에서 논의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교통국장
이태훈 교통국장
이태훈 대구시 교통국장은 "보행자 위주로 교통정책이 바꿔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는 교통약자를 비롯한 보행자의 입장과 운전자 입장, 교통흐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논의 시점과 (논의) 속도를 조절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대구시와 시민단체는 7월 중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와 관련해 다시 한번 만날 예정이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대현프리몰 지하상가 상인들의 일방적인 퇴장으로 찬반 양측의 입장이 격렬하게 갈려있음을 또다시 보여줬다. 보행권과 생존권, 두 가지 입장을 절충해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대구시의 몫으로 남겨졌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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