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를 없애기 위해 민들레순례단이 대구에 왔습니다"
'성매매방지법' 시행 4주년을 맞아 전국 9개 도시를 도는 성매매 반대 순례단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펴는 '민들레순례단'은 17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출정식을 갖고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 순례에 나섰다. 그동안 군산을 비롯한 개별 지역에서 성매매를 없애자는 의미로 그 지역 여성단체들이 성매매 집결지를 돌아보고 예방 캠페인을 펴는 행사는 있었지만 전국 규모의 순례단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순례단은 지난 2000년 전북 군산시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성매매 근절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전국 10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가 꾸린 단체로, 전국의 여성단체 활동가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정미례(47.여.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 민들레순례단장은 “대구에도 '자갈마당'이라는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대구지역이 모범적으로 성매매 근절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곳을 출정식 장소로 택했다”고 말했다.
민들레순례단은 대구를 시작으로 6박7일 일정으로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펴기로 했다. 18일 대구를 출발, 19일 군산을 거쳐 23일 서울시청과 청계광장에서 홍보활동을 한다. 19일 군산에서는 대명동 화재참사 8주기 추모식을 열 예정이다.
특히, 민들레순례단은 이날 출정식에서 '성구매 NO, 성매매 STOP으로 평등세상을 향한 남성실천 선언'에 나섰다.
이 선언에는 성매매 근절에 함께 하는 전국 남성 923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대구지역에서는 민.관.학.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남성 인사 112명이 서명했다. 선언에 참여한 지역인사로는 김범일 대구시장과 최찬문 대구시의회 의장, 김동영 수성경찰서장, 박성수 달성경찰서장, 노동일 경북대 총장, 김태일 영남대 정치행정대학장,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박정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등이 있다.
박정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선언문 낭독에서 “성 구매는 인권 침해. 범죄 행위임을 알리는 활동과 성매매 알선 사이트 신고.폐쇄 요청 활동, 직장과 지역에서 성산업 수요 차단 활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대표로 서명한 남성실천 선언문은 최옥자 대구시 여성청소년가족과장이 대신해 민들레순례단에 전달했다.
선언자 모집을 담당한 (사)대구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센터 신박진영 대표는 "선언에 참여할만한 지역 인사들을 선정한 뒤 팩스를 보내 동참의사를 물어본 뒤 답신이 온 인사가 모두 112명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923명은 성매매방지법 시행일자(9월 23일)를 뜻하는 상징적인 의미"라면서 "923명을 넘어 1천명, 2천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들레순례단은 오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성매매방지법 시행 4주년 기념행사에 합류해 923명의 남성실천 선언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들레순례단은 출정식 후 2.28기념공원을 출발해 중앙치안센터~중앙로~대구시민회관을 지나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대구시 중구 도원동의 속칭 '자갈마당'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에 앞서 2.28기념공원에서 '성구매를 멈출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희망을 응원하는 힘'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예방 홍보 캠페인과 문화공연을 열었다. 특히, 시민참여마당으로 마련된 '성매매 관련 OX퀴즈'와 '성매매는 네모다', '성매매에 대한 나의 의견' 부스에는 이 일대를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한편, 성매매방지법은 2000년과 2002년 군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성매매 영업업소 화재사건을 계기로 불법적인 성매매를 막기 위해 지난 2004년 9월 23일 제정됐다.
다음은 정미례 민들레순례단장 일문일답.
- 민들레순례단?
=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활동가로 구성됐다. 전국 9개 도시의 성매매업소 집결지를 돌며, 성매매 집결지 폐지와 성구매 근절을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 순례단 이름이 '민들레'인 이유는?
= 2000년 군산 대명동에서 발생한 성매매 업소 화재 참사 때 희생된 '언니'들의 넋을 민들레 홀씨라고 생각해 이름을 민들레순례단이라고 지었다. 때문에 이 이름은 아무도 돌보지는 않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피는 민들레의 희망을 뜻한다. 그 하나하나의 홀씨가 성매매를 없애는 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민들레라고 이름 붙였다.
- 이런 행사가 예전에도 있었나?
= 개별 지역에서는 있었지만 전국을 돌며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펴는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 어떻게 하면 성매매가 없어진다고 보나?
= 집결지 폐쇄가 중요하고, 행정처분을 강화해서 우리 주변으로부터 성매매업소가 실질적으로 문을 닫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찰의 단속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남성실천 선언과 같은 시민과 함께 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 대구시민에게 한마디?
= 성매매를 없애기 위해 민들레 순례단이 대구에 왔다. 반인권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 현실이 하루빨리 사라질 수 있도록 대구시민들이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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