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이중적 성문화, '성매매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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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은자(대구여성회)..."점집 성노예 사건, 남성들의 성구매가 문제의 핵심"

성구매는 오락에 불과?

남성들의 성구매 행위는 범죄행위가 아닌 일종의 무용담으로 남성다움의 표시이자 남성들간 성적 위계를 드러낸다. '다다익선으로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는 없으며 줘도 못 먹으면 병신이다'. 미(비)혼남성에게 있어 결혼할 여친은 소중하므로 성적으로 함부로 하지 않으며 이는 결혼 이후에도 지속된다. 왜냐? 집안에서 봉제사하고 토끼 같은 내 새끼 낳아 양육하고 교육하므로...

그래서 국가로부터 합법적 성관계를 승인받은 이른바 기혼남성의 성구매 행위는 지속되며 욕망범주 또한 증폭되어 진상은 40대에 정점을 이룬다. 삼삼오오 원정 성구매는 상호간 친밀감과 끈끈한 의리의 표시이자 게임과 같은 오락행위에 불과하므로 습관적으로 술자리를 찾게 된다. 야밤 비즈니스에 업무상 여자가 있었을 뿐이고, 술값에 여자몸값이 포함되어 접대를 하거나 받았을 뿐이다.

'성구매자'를 안전하게 하는 사회

여기서 남성행위의 주체성은 명백히 소멸된다. 사회적 책임감과 개인적 죄책감도 동시에 사라진다. 성구매행위의 주도성은 성매매알선행위와 호객행위인 영업셋팅으로 대치되어 구매자 존재를 안전하게 한다. 성매매여성들이 소위 ‘돈을 벌기 위하여, 선불금 빚을 갚기 위하여’ 라는 명목으로 업소에 고용된 반면 성구매 남성들의 구매행위에 대한 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매매 문제의 원인을 성매매여성 당사자에게만 두기 때문이다.

성구매행위의 죄책감은 사회적으로 면책되며, 대가까지 지불하며 성을 구매했음에도 남성은 드러나지 않으며 비난받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적 순환은 성구매행위에 참여하는 남성들간 안전성을 담보하며 무의식적 연대를 형성함으로써, 반대급부인 성매매여성에 대한 사회적 혐오감과 적개심을 갖게 한다. 

봐주기식의 허술한 단속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사회 남성들의 과도한 성구매 일상성은 KBS TV「미녀들의 수다」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이미 온오프라인상에서 철저하게 여성만을 드러냄으로써 성매매 권유.유인.알선광고물의 제작.유통.배포 행위에서조차 여성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반면, 인터넷 밤문화기행을 통하여 성매매업소정보를 주고받으며 적극적으로 성매수행위에 참여하는 구매행위는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으면 다시는 업소를 찾지 않을 것이므로...

남성만이 유일한 고객이 되는 성매매업소를 찾아오는 손님이 불편해할만한 모든 요소는 제거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찌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어디부터 손을 봐야할 지 몰라’ 멈춰있는 순간 이러한 먹이사슬 관계를 악용하는 것이 바로 봐주기 식의 허술한 단속으로, 최근까지도 끊임없이 뇌물수수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진원지이기도 한다.

'성구매 범죄'가 문제의 핵심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최근 대구지역 <점집 성노예>사건의 핵심은 남성들의 엽기적.천문학적 성구매  행위에 있으며, 끝없는 수요로 (불법영업을 알선하는 전화방을 찾는 남성들 콜의 폭주로) 인하여 6-7년간 여성 감금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피해여성이 점집에 홀린게 화근이'아니라 '우리사회 성구매 범죄행위의 지나친 허용과 관대함'이 성매매여성으로 하여금 인신매매와 구타와 폭력의 연속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인면수심의 무속인 일가의 엽기적 행동이 아니라 성매매 착취구조의 일상성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부녀자 인신매매.실종사건과 연쇄살인사건 및 최근 연이은 여자연예인 자살사건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임을 좌시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 에이즈 사건 또한 무분별한 남성들의 성구매 범죄행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들의 (지속적인 불법행위의) 안전성을 염려하는 국가의 목소리를 언론이 대변하듯하여 씁쓸하다. 어떠한 맥락으로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는지의 사실조차 우리사회는 필요로 하지 않기에, 성매매여성인권도 에이즈감염자인권도 기대하기조차 매우 힘든 현실이다.     

"성매매, '남성들의 문제'로 풀어야"

'몹쓸 무속인'의 '인면무심'을 비난함으로써 '한 여인의 기구한 사연'에 동정을 보낼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성매매여성들이 수년간 이와같은 착취구조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우리사회는 재인식하여야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지위를 악용하여 부당한 채무 빚을 형성하고, 채권자로서의 위계와 선불금의 위력으로 여성 몸을 지배.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우리사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여성 몸을 팔아서라도 채무이행을 하라'는 논리의 정당성은 어디에서도 성립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국사회 남성들의 이중적인 성문화 현실과 성매매여성낙인으로서 성매매착취구조를 정당화하는 사회구조의 결탁에 있음을 통감하여야한다. 한국사회의 성매매 문제는 남성들의 문제로 우리사회가 다함께 해결해 나가야하는 소중한 과제임을, 실천가능한 액션임을, 그리고 청소년들의 희망임을 가슴으로 기억하자.

[기고] 정박은자(대구여성회 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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