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평가와 복권은 우리의 몫"

평화뉴스
  • 입력 2008.10.0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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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항쟁 62주년] 대구추모제
.."쌀 달라며 일어난 민중의 저항, 민관 진상규명 나서야"

'10월항쟁 62주년 정신계승 추모제'(2008.10.1 경상감영공원)
'10월항쟁 62주년 정신계승 추모제'(2008.10.1 경상감영공원)
"이제라도 10월항쟁의 진상규명이 이뤄져 할아버지의 한이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10월항쟁 62주년 정신계승 추모제'가 열린 1일 오후, 대구시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에서 만난 이향(51.여)씨의 말이다. 이씨는 10월항쟁 당시 희생된 이병옥씨의 손녀이자, 한국전쟁피학살자전국유족회 전 회장이었던 지역 민주통일인사 고(故) 이복녕씨의 딸이다.

10월항쟁은 1946년 10월 1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적 봉기로 이어진 대규모 민중항쟁이다. '항쟁'이냐 '폭동'이냐를 두고 논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은 미군정의 식량정책 실패와 좌익진영의 세 확산 기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일어났다. 식량난에 항의하면서 친일파 청산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경찰과 행정당국에 맞선 사건으로 대구에서 일어나 영천과 선산을 비롯한 경북 전역, 경남, 전남 등 전국으로 퍼졌다. 당국에서는 사망 18명, 부상 50명, 행불 30명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희생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 10월 폭동'으로 불리어졌으며, 학계에서는 '10월 사건'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이씨의 조부인 이병옥씨는 해방 이후에 전국노동조합평의회(전평) 활동과 운수노동위원장을 지냈다. 1946년 대구에서 10월항쟁이 일어날 당시에 미군정과 맞서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손녀 이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보고 있다. 이렇듯 당시 사망자 수를 비롯한 구체적인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10월항쟁의 진실에 대해 유족들은 생존자 증언과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향(51)씨
이향(51)씨
"어릴 적부터 빨갱이 핏줄이라는 이유로 핍박도 많이 받았다"는 손녀 이향씨는 "할아버지의 한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대구경북진보연대(준)가 주최하고 4.9인혁재단이 주관한 10월항쟁 62주년 정신계승 추모제는 이씨를 비롯한 15명의 희생자 유가족들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을 비롯한 시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 추모제에 희생자 유가족들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9인혁재단 함종호 집행위원장은 "처음으로 유족들과 함께한 추모제라 더욱 의미가 깊다"며 "진상규명이 이뤄져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는 추모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10월항쟁이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함종호 집행위원장은 "4.3제주항쟁은 대통령이 직접 사과도 했다. ‘쌀을 달라’는 서민들의 요구로 일어난 10월항쟁의 재평가와 복권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항쟁을 직접 겪은 이일재씨는 "사망자 모두의 실명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기록과 복원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정우달 의장은 "10월항쟁은 해방군에서 점령군으로 변한 미군정의 부당한 식량 배급과 공출로 분출된 민중들의 저항이었으나 폭동으로 낙인 찍혀 잊혀져왔다"며 "항쟁의 정신을 잇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진보연대는 앞으로 지역의 시민단체와 10월항쟁 진상규명위원회(가칭)을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대구시와 경북도에도 이를 요구해 민관공동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 앞서, 대구경북진보연대를 비롯한 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9월27일과 28일 10월항쟁 역사탐방과 항쟁관련 간담회, 지역 진보인사 묘소 방문을 잇따라 진행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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