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주민에게 첫 선을 보이는 대구시 동구 신기동의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 아띠는 '친한 친구'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어린이들이 책과 친해지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대지면적 181제곱미터, 건평 109제곱미터, 장서 5천권 규모로 그야말로 동네 도서관인 아띠를 만들기 위해 반야월 주민들은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탰다.
반야월은 안심1~4동과 신서동, 용계동을 비롯한 대구시 동구지역을 일컫는 곳으로, 인근에 K-2 전투기 비행장이 있어 소음이 끊이지 않는 등 교육문화적으로 오랫동안 방치돼 왔었다. 신암동에 공공도서관인 동부도서관이 있기는 하지만 아양교를 넘어서는 공공도서관과 문화시설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교육환경이 척박한 곳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힐 수 있을까'
반야월지역 엄마, 아빠들의 고민이 시작될 즈음, 지역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던 주민 서창환(39.남)씨는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에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를 제안했다. 마침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도 풀뿌리 주민운동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지난 해 3월, 서씨와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는 어린이 도서관을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일단은 공간 확보가 급한 일이었다. 이들은 종자돈 500만원을 모아 지금의 도서관 공간을 마련한 뒤 본격적인 주민 운동에 나섰다.
2007년 7월~10월에는 안심1동 동사무소에서 '제1기 학부모도서관학교'를 잇따라 열어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마을 도서관의 필요성을 알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대구시 '순수 민간주도형 자치마을 만들기사업'에 공모해 선정되는 기쁨도 봤다. 12월에는 도서관학교를 통해 만난 주민들과 함께 '반야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드는 주민 모임'을 꾸렸다. 특히, 이 모임에는 엄마 20여명이 열성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어 올해 4월에는 도서관 기금 마련을 위한 '책 먹는 돼지저금통'을 주민 1천여명에게 분양해 기금을 마련했고, 같은 달 30일에는 후원행사 '삼겹살 먹고 기부도 하고'를 열어 기금 650만원을 모았다. 5월부터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최근 공사를 마쳐 개관일만 기다리고 있다. 지난 달 19일에는 대구 동구청에 지역 6번째로 마을문고 등록도 끝마쳤다.
특히, 리모델링 공사는 전기.난방시설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이 직접 했다. 아빠들은 재료만 구입해 마루바닥과 앉은뱅이 탁자를 만들고, 그림을 잘 그리는 엄마는 벽면에 예쁜 그림을 그려 공간을 꾸몄다. 인근의 도배학원 졸업생들은 벽면 도배를 도왔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틈틈이 책을 기증받았다. 엄마들은 대형서점에 가 직접 좋은 책을 고르는 열성도 마다치 않았다.
김영숙 사무국장은 "초창기 모임 때 모일 장소가 없자 한 주민은 자신의 공방을 빌려줬고, 후원행사가 열린 식당의 사장님은 무료로 공간을 빌려줬다"면서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돼지저금통과 폐지를 팔아 모은 할아버지의 쌈지돈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개관 후 반야월 어린이 도서관은 2명의 직원을 두고 주민들이 '직영'한다. 김영숙 사무국장이 '상근'하고, 사서팀장을 맡은 주민 정재영(34.여)씨는 일주일에 3~4번 출근하는 '반상근'하기로 했다. 개관 되면 도서관 기능 말고도 주부들을 대상으로 '동화 읽는 모임', 아동들을 대상으로 미술, 천연비누 만들기를 비롯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 국장은 "도서관이 잘 돌아가느냐, 아니냐는 운영의 문제"라면서 "마을문고를 비롯한 작은 동네 도서관의 예산이 열악한 상황이지만, 반야월 어린이 도서관이 행정기관에 작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제시하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교 도서관이 커버하지 못하는 7세 이하의 아동들이 이 작은 도서관에서 행복을 꿈꿀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은 어린이와 주민들을 초청한 가운데 오는 4일 개관식을 연다. 오후 1시부터 동네 떡나누기 행사가 열리고, 2시에 어린이 환영사를 시작으로 주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개관기념 행사로, 오는 11일과 18일, 30일에는 벽화그리기, 천연비누 만들기, 영화 상영, 학부모 강좌 등이 잇따라 열릴 예정이다.
한편, 동구지역에는 공공도서관 1개와 사립도서관 1개를 비롯해 모두 8개의 도서관이 있다. 공.사립 도서관을 빼면 모두 문고형태로 등록된 도서관이다. 동구청은 이들 문고에 대해 1년 동안 5~6백만원 정도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운영비는 지원하지 않고, 연초에 1곳을 선정해 도서 구입비 항목으로 500만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김영숙 사무국장은 "뚜렷한 절차와 기준 없이 한 곳에 예산을 몰아주기 보다는 예산집행을 골고루 해야 작은 도서관들이 커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남승렬 기자 pnnews@pn.or.kr / pdnam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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