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구 수성구에 한 유흥업소에서 일했던 여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업주의 폭력과 횡포를 폭로하고 있다. 이들 여성은 비참했던 생활을 털어놓으며 연신 눈물을 흘렸고, 참석자들은 이들의 실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6.2. 09:30. 대구여성회 강당/ 사진.배선희 기자)
흔히 ‘룸살롱’으로 불리는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여성종사자 7명이, 업주의 폭력과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그곳의 실상을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들 여성은 지난 달 7일에 자신들이 일하던 수성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함께 달아나 대구여성회에서 운영하는 여성쉼터(성매매 여성 긴급피난처)에서 지내고 있는데, 지난 달 28일 대구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낸데 이어, 내일(6.2) 오전 9시 30분에 대구여성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이 겪어 온 생활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로 했다.
이들 여성은 기자회견에 앞서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선불금에 묶인 유흥업소 여성들이 업주들로부터 소위 '2차' 형태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업주들의 폭력과 협박으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업주들의 폭력으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온 몸에 상처가 난 사람도 있다"면서, "심지어, 무리한 성매매로 산부인과 질환을 앓거나, 경구용 피임약 등을 상시 복용해 부작용에 시달리는 여성도 있다"고 폭로했다.
또, "선불금을 갚기 위해 연 50%에서 100%의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렸을 뿐 아니라, 손님들의 외상값과 손님들이 깎은 술값까지 떠맡기도 했다"며 그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이들 가운데 9년째 유흥업소에 일했다는 한 여성은, "그동안 성매매로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면서, "우리가 겪은 부당한 일을 세상에 알려, 다시는 우리처럼 피해보는 여성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여성회 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 달 5일 수성구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전자우편으로 구조요청을 한 뒤, 이틀 뒤인 지난 7일 함께 일하던 마담 3명을 비롯한 7명이 그 업소를 탈출해 여성쉼터에서 지내게 됐다"며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 여성의 사례가 어느 한 유흥업소 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수성구 일대 유흥업소의 운영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성매매의 고리를 끊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여성의 진정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내일(6.2) 오전에 해당 업주를 불러 성매매를 강요했는지를 비롯한 진정내용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글.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기 자 회 견 문 >
수성구 유흥업소를 집단 탈출한 7명 생존자 증언으로
업소 여성들에 대한 업주들의 잔인한 폭력과 횡포를 폭로한다!!
최근 성매매업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 정책적 근절 의지로 성매매업소의 성구매손님이 감소하자 성매매업소들의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식으로 성매매업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선불금’에 묶인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횡포를 더욱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매매여성들의 피해는 성매매집결지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뿐만아니라 소위ꡐ2차ꡑ라는 형태로 성매매를 강요하고 있는 유흥업소들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지역 유흥업소인 룸살롱도 만일 성매매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생길 때에는 모두 본인이 책임진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선불금이 많은 여성들을 일본으로 보내는 국제적 성적 인신매매를 자행하거나, 타지역 안마시술소 등으로 넘기는 등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하다.
2004년 5월 5일 대구여성회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에 수성구 지역의 한 룸살롱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이메일로 구조요청을 해 왔다. 함께 일하던 마담 3명을 포함한 총 7명의 여성들이 업주의 횡포를 견디다 못해 업소를 나온 것이다. 이들은 대구지방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했으며 현재 대구시경에서는 업주의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보통 일반인들은 봉사료와 2차비가 비싼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높은 수입을 올리고 화려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7명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이들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구조화된 시스템’ 속에서 돈을 벌기보다는 몸만 망가지고 빚만 늘어나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지난 5월 7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유흥업소에서 집단탈출을 감행한 7명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업주는 지역의 전직 국회의원의 동생이라고 하며 이를 공공연히 드러내어 자신의 뒷배경이 든든하다는 것을 과시해 왔다고 한다. 또한 업주는 이들에게 폭행과 폭언을 수시로 자행했는데 여성들을 관리하는 월급(바지)사장들에게 "표 안나게 때리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 "모두 갈아버려도 표도 안 나게 없앨 수 있다." 등등의 협박을 종용해왔다. 이 7명의 여성들은 ‘현재 업소에 남아있는 여성들도 계속 안마시술소에 갈 것을 요구당하고 있으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어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들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여성들이 진정서에서 밝힌 업주에 의해 받은 피해사례는 다음과 같다.
* 업주는 룸살롱에서 통하는 별채를 두고 이 별채의 사무실에서 체격이 건장한 남자들을 주위에 세우고 마담들을 매일 수 회에 걸쳐 한 명씩 불러서 마담 밑에 있는 여성들을 성매매를 보내서 선불금 이자를 갚도록 독촉하도록 하였다. 뿐만아니라 성인여성의 머리를 함부로 툭툭 치거나 인격모독적 발언을 수시로 일삼아 왔다. 심지어는 이러한 폭행으로 이미 월급사장 한 명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던 바 있고, 마담 한 명은 목의 피부가 찢기고 온 몸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또 한 명의 마담은 머리를 맞아서 상처가 난 바 있다.
* 업주는 마담들로 하여금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낮 2시부터 출근하도록 했고 소위 ‘외교(접대)’를 하도록 했으며, 다시 18시 30분부터 새벽까지 일을 시켰다. 이들은 손님방에서 술을 마시는 와중에도 별채에 불려가야 했는데 이렇게 매상을 올리라는 독촉에 시달리며 일을 해도 손님들의 외상값은 모두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했고, 심지어 손님들이 깎는 술값 부분도 모두 마담들의 미수금으로 올렸다. 또 마담이 관리하는 여성들에게 주는 돈도 모두 마담이 알아서 주도록 하고, 이 돈은 다시 자신의 자금관리 파트너인 사채업자 모씨에게 이자 5부에서 10부가 넘는 이자를 주고 빌리도록 했다.
* 마담들의 밑에 있으면서 직접 성매매를 하게 되는 여성들의 경우도 봉사료나 2차비는 모두 업주가 가져가고 일주일 단위로 계산을 볼 때는 마담들이 이를 계산해서 주도록 하였으나, 이러한 여성들의 경우도 모두 가게에서 선불금을 이중구조로 하여, 일부 무이자 명목의 선불금 외의 돈을 모두 사채로 하여 비싼 일수를 찍고 있어 생활이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선불금이 많은 여성들의 경우 이자를 갚기 위해 무리하게 2차를 나가야 했기 때문에 산부인과 질환에 시달리고, 생리를 늦추는 약과 경구용 피임약을 상시 복용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 여성은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 일주일만 쉬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나와서 빚을 갚아야 하니 아이를 데려다놓고 일을 하라고까지 했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진정내용은 비단 이 업소에 한정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번 기회에 수성구 일대 룸살롱들의 운영실태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온 7명의 여성들은 성매매의 고리를 끊기위해 자신들이 어떠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이런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사는 것은 죽음보다 못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낸 것이다.
9년째 성매매업소 생활을 경험한 한 마담은 “나는 거기서 그냥 몸 팔아서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보다 못한 어떤 것이었다”고, “그래서 더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한다”고, 자신이 “그 동안 잘못 살아온 것을 어떻게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갚아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바로 그 출발이 되는 일이다. 자신들이 당한 부당한 일에 대해 세상에 알리고 자신들처럼 당하는 여성들이 없기를, 특히 어린 여성들이 철없이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 보고 이런 일을 섣불리 시작하지 않도록 바라는 것이다. 이 여성들이 업소생활에서 보이는 화려한 옷과 치장은 자신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매상을 올리려는 업주를 위한 것이고 이러한 화려함을 위해 들어가는 모든 돈은 또다시 자신들의 빚이 되는 것이다.
본 센터에서는 죽을 힘을 다하여 유흥업소를 탈출한 용기있는 7명의 탈성매매 여성들을 위하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와 지속적으로 연계해 권미혜 변호사와 함께 이 외 소송지원을 해 나갈 예정이다.
2004년 6월 2일
대구여성회부설 성매매여성인권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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