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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나리에 빛그늘, '대구'만의 컬러는?
[문화현장1] 최창윤..< 2008대구컬러풀축제 >
"참신한 기획 속 백화점식 전시..본연의 색 찾아야"
2008년 10월 22일 (수) 17:58:41 평화뉴스 pnnews@pn.or.kr

   
▲ 2008대구컬러풀축제...희망교와 중동교 사이, 루미나리에 빛을 따라 시민 참여행사가 마련됐다.
 


지난 10월 1일부터 7일까지 대구 신천 둔치 일원에서 열렸던 대구컬러풀축제의 공식 슬로건은 ‘시민예술가시대 신천에서 예술과 놀자’였다. 그리고 축제의 주제는 ‘시민들의 창의적 열정으로 역동하는 대구 시민창의 프린지 축제’였다. 물론 축제를 구경하러 나온 대부분의 대구시민들과 사람들은 이 슬로건이나 구호를 크게 염두에 두고 축제행사장에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축제의 슬로건이나 주제는 항상 정확히 그 축제를 요약하고 그 숨은 맥락을 짚어내는 법이다.


프린지 페스티벌

축제조직위원회가 올해의 축제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구호의 쓰임새가 정확하다면 아마도 프린지 페스티벌의 형식을 빌어 대구의 문화예술적 정체성을 드러내보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보고자 하는 참신한 시도였을 것이다. 작년까지 치루어져왔던 컬러풀축제의 슬로건이나 축제주제들이 다소 공허하고 모호한 구호들에 그쳤던 반면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에 그 기반을 두고자 하는 이번 축제기획의 시도는 그간의 고만고만했던 축제 컨텐츠에 식상해있던 이들에게는 충분히 반길만한 것이었다.

프린지 페스티벌이란 용어는 1947년 영국의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당시 정식으로 축제에 초대받지못한 몇몇 소규모 연행단체들이 축제장 주변부(Fringe)에서 허가없이 독립적으로 공연을 벌였고 이 때 독특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공연형식으로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받으면서 지금은 오히려 축제의 중심이 된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간 대구 컬러풀 축제를 두고 지역 정체성이 드러나거나 부각되지 못하고 형식적인 낭비성 축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혐의를 받아왔던 정황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이러한 기획에서의 도전적인 아이디어와 실행은 무척이나 환영받을만하다고 여겨진다.

   
▲ 열린예술놀이터...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사인을 현수막에 그려넣고 있다.
 

일단 2008 대구컬러풀축제를 크게 살펴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기존의 신천수변무대를 천변 양쪽으로 크게 확장하여 설치한 수상특설무대에서의 대형공연들이었다. 3일부터 7일까지 저녁마다 이루어진 5개의 대형공연중 주제공연으로 잡혔던 ‘대구환타지 - 천년사랑, 천년꿈’을 비롯해 발레공연과 모던댄스, 오페라시네마 콘서트, 가무악극 등이 많은 시민들의 관람열기로 저녁마다 성황을 이루었다. 다만 아쉽게 여겨졌던 것은 천변이라는 대형무대공간의 특성을 살려 수상과 공중에서 벌어진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공연의 배경내용들이나 주제가 대구라는 지역적 특성이나 이야기, 구체적이면서도 현실감있는 대구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고 이를 시민들과 공감하는 일에는 다소 소홀한 듯 느껴졌다는 것이다.


수상 조형물의 '수난'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축제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중동교 인근의 조형예술제 전시섹션과 수상특설무대 옆 컬러숲 예술놀이터였다. 조형예술제에 참여한 대구지역의 대표적 미술작가들이 천변과 신천 수상을 이용해 설치한 조형물들은 축제기간중 신천으로 방류되는 물의 유속을 견디지 못하고 몇몇 작품들이 파손되어 재설치되는, 사고아닌(?)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나름 젊고 발랄한 개성을 가진 작가들의 실험적 조형물들을 선보임으로서 시민들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 '소금을 뿌려 동심원을 그리다'...현대미술자가 양준호씨가 '둥지치기'라는 설치작업 개념으로 원을 그리고 있다. 소금으로 원을 그려 오가는 시민들이 그 선을 밟고 가는 지를 살펴본다.
 


한편, 컬러숲 예술놀이터에서는 다양한 대구지역 창작 예술가들과 소규모 그룹들이 개성만점의 텐트와 레게바로 명명된 이동용 차를 중심으로 재미나고 기발한 예술체험을 나누고 시민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작년에 이어 미술공예체험을 해볼 수 있는 상상공작소가 한 켠에 운영이 되었고 난장 놀이터에선 카 페인팅을 비롯한 다채로운 시민참여 체험 프로그램들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특히 젊은 길거리 문화예술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호응이 돋보였던 이 곳에선 그래피티 벽화작업들, 힙합 공연, 전통무용, 판소리, 극단의 그림자극, 아트바이크타기 체험 같은 다양한 미술체험과 텐트속 공연들이 다채롭게 이루어져 축제행사를 구경나온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대구컬러풀축제, 대구 만의 고유한 특색 호소는 미흡"
전체적으로 보아 축제기획의 의도와 도전은 주목할만했고 나름 그간의 축제내용과 형식에 실망해있던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만의 특색을 보여주거나 구체적인 방식으로 제기하고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부분, 즉 대구컬러풀축제의 정체성과 대구만의 고유한 지역적 특색을 호소하는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온갖 장르를 망라한 크고 작은 공연들과 설치예술품들의 백화점식 전시’라는 혐의는 축제의 중심공간을 커다랗게 채우고 있던 동춘 서커스단의 출현에서 짙어졌다. 물론 서커스단의 등장을 폄하하고 깍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없다. 다만 화려하고 번쩍이는 축제장의 루미나리에 빛그늘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대구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자발적 축제참여가 그 본연의 색을 혹여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워 덧붙이는 말일뿐.

   
▲ 대구 신천 수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대구 판타지 공연...화려한 빛 속에 '대구'만의 특색은 얼마나 빛났을까?
 


일단 축제는 끝이 났고 사람들은 축제에의 기억을 가지고 여전히 오늘같은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축제라는 공간이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다 함께 누리고 나누며 베풀고, 일상의 압박감과 현실감에서 순간적으로 해방되는 체험을 가지는 공간이라고 할 때 그러한 일탈과 해방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결속과 집단적 연대의 의지가 그 속에서 출현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축제를 통한 집단적 정화의 효과이자 혁신의 힘이다. 그러한 힘이 바로 지역적 정체성과 내용들을 제대로 만났을 때에만 축제는 지역공동체의 정서와 의지를 온전히 담아내고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혁신해나갈 것이다. 싫건 좋건 우리는 일단 미적 정치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평화뉴스 문화현장 1]  글. 최창윤(예술마당 '솔' 사무국장) lyta68@naver.com / 사진. 김종현(까꿍 스튜디오 대표)

*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난 최창윤씨는, 1998년 월간 미술세계에 미술평론 발표, 2008년 계간 사람의 문학 여름호에 <잘 가라 버디홀리>외 시 10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 예술마당 솔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미술전시와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미술작가 구재홍씨가 자신의 캐릭터로 그래피티 벽화작업을 하고 있다.
 


   
▲ '앞산지킴이' 이상옥씨...'녹색인간'으로 불리는 그는 수년 전부터 '앞산터널'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 젊은 여행가 김찬연씨. 자신의 여행차량 앞에서 오가는 시민들에게 자율찻집을 운영하며 즉석 젬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 옆은 청도에 있는 '꿈꾸는 공작소' 조경현 대표.
 


(이 글은, 2008년 10월 9일 <평화뉴스>주요 기사로 실린 내용입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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