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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서 독립해 내 음악을 지키다"
[문화현장3] 이창원(인디053)
'인디음악'에 대한 오해와 이해, 그리고 '대구'
2008년 10월 30일 (목) 16:27:23 이창원 a

이야기 하나,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 우리나라 최초 인디음반 Our Nation
1996년, 우리나라 음반산업이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음질뿐만 아니라 자켓, 사진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을 그즈음... 홍대 앞 클럽 ‘드럭’에서 조악한 음질의 마치 고속도로에서 파는 짝퉁CD같은 음반이 하나 발매되었다. 이 음반에는 시종 “닥쳐”를 외치는 낯선 음악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제는 인디음악의 송가(頌歌)가 되어버린 크라잉 넛의 말달리자가 수록된 이 음반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인디음반으로 꼽히고 있는 ‘Our Nation 1집’ 이다.

때마침 IMF가 터지면서 사회적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었고 발 빠른 언론들은 옳다구나 하면서 이 새로운 경향을 앞 다퉈 보도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우리나라 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말해주기도 했지만 그들이 보기에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그저 지구촌 기행에나 나올법한 신기하고 요상한 사람들이었다.

이야기 둘, 럭스와 카우치

2005년 한 공중파 음악프로그램에 인디밴드 한 팀이 출연했다. 10대들의 취향에 맞는 주류음악을 중심으로 방송하는 이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인디밴드는 럭스. 홍대 앞에서는 이미 스타밴드였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다. 럭스와 함께 출연한 또 다른 인디밴드 카우치의 멤버 2명이 생방송 도중에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노출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워낙 엽기적인 사건이었고 인디음악계의 대표들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은 근 10년 만에 다시 인디음악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은 홍대 앞의 문화에 대해서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아직도 그들이 보기에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그저 지구촌 기행에서 나올법한 신기하고 요상한...거기에 한 가지 더해서 말도 잘 안 듣는 사람들이었다.

'인디'가 뭐야?

지금도 수많은 인디뮤지션들은 어디선가 연주를 하고 있을 것이며 1996년 발매된 ‘Our Nation 1집’부터 따져보더라도 10년 이상이 된 인디음악은 이미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정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인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있다.

   
▲ NGO의 도움을 받아 지역 인디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에너지절약 캠페인 ‘10&10 프로젝트’ 거리공연모습(2008년 10월 대구백화점 앞. 인디밴드 '극렬파괴기구')...지역NGO와의 네트워킹은 인디문화 발전과 외연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인디음악을 마치 미 프로야구의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개념으로 접근한다. 한마디로 마이너에서 열심히 갈고 닦아 메이저로 올라가는 과정으로서 인디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디음악은 미 프로야구의 시스템처럼 메이저 음악의 하위개념이 아니다. 물론 뮤지션에 따라서는 메이저에 올라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단지 인디음악에 대한 하나의 접근방법일 뿐 전체를 설명하지 못한다. 인디씬(scene)에 있다고 하여 뜨지 못한 것도 아니고 메이저로 가기위한 디딤돌도 아니란 것이다.

또 한 가지 인디음악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인디음악이라 하면 대단히 실험적이거나 특정한 장르에 한정된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은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 있는 뮤지션들보다 상대적으로 실험적이다. 하지만 꼭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음악을 하는 뮤지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락, 힙합, 포크는 물론 국악과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무척 넓다.

   
▲ 지역 아트마켓인 깨비예술시장과 함께한 인디뮤지션들의 마켓 '몬스터 마켓'의 포스터...지역 문화인프라들 간의 네트워크는 중요하다.(사진.인디053 인터넷카페)
"주류.상업 시스템으로부터 독립"

그렇다면 도대체 인디음악이란 것은 무엇이고 왜 인디뮤지션들은 인디씬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인가?

인디음악은 ‘Independent Music’의 약자로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독립음악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뜻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음악제작 및 유통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음악제작 시스템 (넓게 봐서 스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한마디로 산업시스템과 그 구조가 똑같다.

품 하나가 기획되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하나의 상품(스타)을 기획하고 제작한 후 막대한 마케팅(방송출연 및 행사 등)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철저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따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 예술로서 음악을 창작하는 방식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여느 기업들이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처럼 잘 팔리는 음악만 만들어 판매할 뿐이다.

인디음악은 이러한 시스템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즉, 거대자본에 의한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거부하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기획-제작-생산-유통-판매에 이어지는 시스템을 뮤지션 스스로가 해내며 거기에서 독자적인 예술적 표현을 하는 모든 것이 바로 인디음악인 것이다.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 시스템을 따른 모든 음악이 인디음악이다. 따라서 인디음악은 난해하거나 특이한 특정장르의 음악도 아니고 메이저로 뜨기 위해서 잠시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인디음악인은 자신의 음악적 진정성과 예술적 본질을 상대적으로 지키기 쉬운 수단으로서 인디음악의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고 이것이 인디음악이다.

대구의 인디음악인, 클럽

   
▲ 대구의 대표적인 클럽 라이브인디(동성로 갤러리존 옆) /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 '클럽헤비'(대명동 계명대 건너편) / 사진.라이브인디.클럽헤비 카페

대구지역의 인디음악인은 정확한 수치가 아직 나와있지는 않다. 아직 제대로 씬(scene)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도 하고 이러한 특성상 결성과 해체가 워낙 자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락,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약 30여개 팀이 주로 클럽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중 10여 팀 정도가 음반발매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대구에서 라이브 연주를 접할 수 있는 클럽은 약 5개 정도가 있다. 동성로(갤러리 존 옆)에 위치한 라이브 인디에서는 락공연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클럽인 ‘클럽헤비’(대명동 계명대 건너편) 에서는 락과 포크 공연이 이루어진다.

한편, 클럽 THAT(동성5길) , 소공(삼덕2가 관음사골목), 코너(삼덕성당 뒤편), 재즈하우스(두산오거리) 에서는 정기, 비정기적으로 재즈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네에서 '인디음악'하기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인디음악의 역사가 10년이나 지난 지금 지역의 인디음악상황은 어떠할까? 대구를 비롯하여 부산, 광주 등 광역권도시에서 인디음악에 대한 관심이나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로컬기반뮤지션’ 이라는 개념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음반들도 나오고 전국적으로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는 뮤지션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인디음악=홍대 앞’이라는 공식은 너무나 확고해 보인다. 아무리 지역에서 날고 기어봐야 홍대 앞을 못 따라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넋 놓고 누군가 밥 먹여 주길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인디음악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되는 것이 아니던가?

   
▲ 인디음악인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을 위하여...(2007년 지구의 날 행사 중에서 인디밴드 '초콜릿 팩토리') / 사진.인디053

지역에서 인디음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고민과 다각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제작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적인 유통망과 시장을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디음악=홍대 앞’ 이라는 공식은 비단 인디음악이 홍대 앞에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홍대라는 인디음악의 시장이 존재하고 여기에서 활발한 시장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에도 이와 같은 시장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기 위해서 인디음악씬 자체가 지역의 다양한 문화네트워크 및 일반시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시도로 다가가며 참신한 기획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비단 인디음악 뿐만 아니라 문화전반에 대한 모든 것들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소비되어지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지역에서 인디음악을 하면서 살아간다 것은 어찌 보면 자살행위임에 다름없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누군가는 또 이 지역에서 인디를 외치면서 음악을 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인디에게 관심이 없을지언정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인디음악인들에게 그 길을 가라고 하지도 않았지 않는가? 잃을게 없는 사람들의 도전은 그러기에 항상 즐거운 법이다.

 

   

 

 

 

 

[평화뉴스 문화현장3] 이창원(인디053 대표)

 

* 2007년 결성된 '인디053'은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디레이블 및 독립문화예술단체로서 음반제작, 공연.축제기획 등 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락밴드 초콜릿 팩토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 20여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창작자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하고 소비자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지역문화공론의 장(場)으로서 자리매김하려고 합니다.

이창원 대표는 방송국 리포터를 시작으로 군악대 연주병, 강원팝스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기타를 연주했으며, (사)대구베누스토오케스트라 대구경북지부 홍보기획부장, (사)거리문화시민연대 대중문화팀장, (사)라이브음악발전협의회 대구지부 사무국장을 거쳐 2007년 초부터 '인디053'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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